4월 ‘제주’와 5월 ‘광주’, '제철 영화'로 역사 대면
수정 2026-04-03 20:04:57
입력 2026-04-03 09:46:11
이석원 부장 | che112582@gmail.com
‘내 이름은’·‘5월 18일생’, 국가폭력의 기억을 현재의 질문으로 소환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해마다 봄이 오면 한국 현대사의 가장 아픈 마디들이 차례로 돌아온다. 2026년 봄, 극장가에는 78주년을 맞는 제주 4·3과 46주년을 맞는 5·18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두 편의 영화가 나란히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4월 15일 개봉 예정인 정지영 감독의 '내 이름은'과 5월 개봉 예정인 송동윤 감독의 '5월 18일생'은 단순한 역사 재현을 넘어, 과거의 비극이 2026년 현재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묻는 묵직한 담론을 던진다.
먼저 4월의 문을 연 '내 이름은'은 거장 정지영 감독이 1만 명의 시민 제작위원과 함께 일궈낸 결실이다. 영화는 이름을 바꾸려는 소년과 그 이름을 필사적으로 지키려는 어머니 정순(염혜란 분)을 통해 4·3의 상처가 어떻게 대를 이어 대물림되는지를 미스터리 구조로 추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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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지영 감독의 '내 이름은'은 4월의 제주도를 고스란히 화면에 담았다. 그리고 그 화면에 지난 78년간 배어있던 우리 현대사의 고통을 온전히 새겨놓았다. /사진=CJ CGV 제공 | ||
정지영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국가 폭력’이라는 거대 담론을 학교 폭력이라는 일상적 소재와 병치시키는 노련함을 보여준다. “폭력의 구조는 시대를 불문하고 닮아있다”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과거 제주의 학살이 오늘날 우리 곁의 폭력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 지를 성찰하게 한다.
특히 배우 염혜란은 시대의 풍파를 견뎌낸 얼굴로 ‘정순’이라는 인물을 형상화하며, 개인의 삶이 국가라는 거대 권력 앞에 얼마나 무력하고도 강인할 수 있는 지를 입증해낸다.
이어지는 5월의 기대작 '5월 18일생'은 광주의 오월을 좀 더 직접적인 정치·사회적 맥락 안으로 끌어들인다.
영화는 1980년 그날 태어난 아이들의 삶을 추적하며, 광주의 정신이 현재 대한민국 공동체의 뿌리임을 강조한다. 특히 이 작품은 최근 정치권에서 활발히 논의 중인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이라는 시대적 요구와 맞물려 더욱 남다른 무게감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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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동윤 감독의 영화 '5월 18일생'은 80년 그날에 태어난, 그날의 기억을 전혀 갖지 못하고 현재를 살아가는 40대들이 그날을 어떻게 대하는 지를 담아내고 있다. /사진=(주)제이씨엔터웍스 제공 | ||
영화가 조명하는 것은 단순히 46년 전의 총성이 아니다. 헌법 전문에 새겨질 ‘민주주의의 가치’가 실제 우리 삶에서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 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다. 제작진은 광주의 기억을 박제된 역사가 아닌, 개헌 논의라는 현실적 과제와 연결함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시민의 권리와 국가의 책무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두 영화는 모두 국가권력에 의한 폭력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를 신파의 슬픔으로 소비하기보다, 세대 간의 화해와 법적·제도적 가치 정립이라는 미래지향 관점으로 풀어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2026년의 봄, 이 영화들을 마주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할 일종의 ‘기억의 의례’와 같다. 역사의 흉터를 응시하는 일은 고통스럽지만, 그 과정을 통해 비로소 현재의 갈등을 치유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4월의 제주를 담은 '내 이름은'과 5월의 광주를 투영한 '5월 18일생'이 관객들에게 단순한 영화 이상의 ‘시대적 질문’으로 다가가는 이유다. 두 작품이 그리는 역사의 궤적은 전국 극장에서 순차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