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신산’ 지원 등에 업은 TSMC…‘나 홀로 사투’ 삼성, 반전 기틀
수정 2026-04-03 11:13:58
입력 2026-04-03 11:14:09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10조 적자 견디고 엔비디아·AMD 수주 성공
171조 투입…‘메모리 너머’ 노리는 비전 2030
171조 투입…‘메모리 너머’ 노리는 비전 2030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선언한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이 4년 앞으로 다가왔다.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올라, 현재 업계 1위인 대만 TSMC의 아성을 넘어서겠다는 포부였다.
다만 시장의 현실은 냉혹했다. 한때 누적된 적자로 매각설과 분사설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이 회장은 차세대 공정 투자를 밀어붙이는 정공법을 택했다. 이러한 뚝심은 최근 엔비디아와 AMD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수주로 가시화되며 반전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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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 ||
◆ ‘비전 2030’… 171조 원 투입해 ‘반도체 제국’ 완성 노려
삼성전자가 2019년 선포한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은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를 넘어,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분야에서도 2030년까지 세계 정상에 오르겠다는 청사진이다. 당초 133조 원이었던 투자 규모는 2021년 171조 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이는 생산 시설 확충과 더불어 칩 설계(팹리스)와 위탁생산(파운드리) 역량을 동시에 키워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올해 기준 10.8%대에서 정체되며 1위 TSMC(62.3%)와의 격차는 오히려 벌어졌다. 여기에 수조 원대의 영업손실이 겹치며 일각에서는 비전 2030에 대한 비관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고객사와의 이해충돌을 피하기 위해 파운드리를 분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재용 회장은 정공법을 택했다.
이 회장은 2024년 10월 로이터 인터뷰를 통해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을) 분사하는 데 관심 없다. 우리는 파운드리 사업의 성장을 갈망(Hungry to grow the business)하고 있다”며 사업 지속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밝혔다.
이후 삼성전자는 10조 원에 육박하는 누적 적자를 감내하면서도 텍사스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 건설과 평택 캠퍼스 내 파운드리 라인 확충, 그리고 차세대 3나노 GAA 공정 개발을 멈추지 않았다.
◆ ‘호국신산’ TSMC와 대만 정부의 총력전… ‘기술’로 반격
다만 TSMC의 벽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대만 정부가 부지, 용수, 전력 등 인프라를 국가 차원에서 전폭 지원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각종 규제와 인프라 확보의 난제 속에서 사실상 ‘홀로 사투’를 벌여야 하는 환경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세액 공제 확대와 용인 클러스터 조성 등 지원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공장 부지 확보부터 전력·용수 인프라 구축까지 기업이 직접 해결해야 하는 비중이 높다. 특히 천문학적인 직접 보조금을 살포하며 자국 기업을 밀어주는 미국·대만 등 주요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지원책은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을 극복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지원 격차는 실적으로도 나타났다. 지난해 삼성전자 비메모리 부문의 영업손실 추정치는 6조~7조 원에 달했으며 올해 역시 수조 원대 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글로벌 파운드리 대결이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국가 대항전’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TSMC와의 체급 차이가 실적 고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절박함 속에 삼성전자는 차세대 공정인 GAA(Gate-All-Around)와 턴키(Turn-key) 전략을 앞세워 반격을 꾀하고 있다.
GAA는 전류 통로의 4면을 모두 감싸 전력 효율을 극대화하는 기술로, 삼성은 이를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에 도입해 기술 성숙도를 높여왔다. 여기에 메모리(HBM)부터 파운드리, 패키징까지 한 번에 제공하는 ‘턴키’ 서비스를 가동해 ‘원스톱(One-stop)’ 경쟁력을 확보했다.
◆ “1~2년만 더 참아달라”… ‘긴 호흡’으로 내실 다지기
이러한 승부수는 최근 글로벌 빅테크의 응답으로 이어졌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최근 ‘GTC 2026’에서 “삼성이 우리를 위해 그록(Groq) 3 칩을 제조하고 있다”며 이례적으로 감사를 표했고, 리사 수 AMD CEO 역시 방한해 협력을 논의했다.
삼성의 ‘풀옵션 서비스’가 공급망 효율이 절실한 AI 시장에서 유효한 제안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3월 18일 주주총회에서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파운드리 사업은 최소 3년 이상의 긴 호흡이 필요한 사업”이라며 “1~2년 정도 더 참아주시면 좋은 결과를 말씀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거창한 구호보다 대형 고객사의 물량을 완벽한 수율로 소화해 적자 고리를 끊는 ‘내실 경영’을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도 삼성 파운드리의 성패는 화려한 수치보다 '현장의 데이터'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사장이 공언한 2년 내 수율 안정화와 흑자 전환이 가시화될 때, 비전 2030 역시 힘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전 2030’이라는 목표 아래 실질적인 이익 구조 정착을 최우선할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2년 내에 수율 정상화와 흑자 전환에 성공한다면, 비전 2030은 신기루가 아닌 현실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