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EMA까지 임상 축소…분석·품질 중심으로 규제방향 전환
허들 낮아졌어도 기준은 높아…중소사엔 기회 부담 공존
[미디어펜=박재훈 기자]정부가 바이오시밀러 육성을 내세워 허가·임상 제도 개편에 나선 가운데 글로벌 규제기관과의 정책 방향이 맞물리며 산업 전반에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이어 유럽의약품청(EMA)까지 임상 3상 축소 기조를 공식화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대감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 미국 FDA./사진=FDA 홈페이지


3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바이오시밀러를 포함한 바이오의약품 허가 기간을 기존 대비 대폭 단축해 약 240일 수준으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병렬 심사 체계 도입과 심사 인력 확충을 통해 ‘세계 최단 수준’의 허가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글로벌 시장 진입 속도가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바이오시밀러 산업 특성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특히 주목되는 변화는 임상 요건이다. 기존에는 비교 유효성 입증을 위한 대규모 임상 3상이 사실상 필수 절차로 요구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품질 분석 자료와 임상 1상, 약동학(PK) 데이터만으로도 동등성이 충분히 입증될 경우 3상 생략을 허용하는 유연한 경로가 도입된다. 규제 부담을 완화하면서도 과학적 근거 중심 심사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다.

이 같은 변화는 유럽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EMA는 최근 바이오시밀러 가이드라인 개정 초안을 통해 구조·기능 분석과 PK 자료에서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고도 유사성이 입증될 경우 임상 3상은 예외적 상황에서만 요구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분석·품질 데이터가 임상시험보다 더 민감하게 차이를 검출할 수 있다는 과학적 판단이 반영된 결과다. 임상은 최소화하는 대신 분석과 품질 검증의 깊이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규제 방향이 바뀌는 셈이다.

이러한 글로벌 기조는 국내 기업들에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바이오시밀러 개발 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임상 3상 부담이 완화되면 자금력이 부족한 후발 기업들도 미국·유럽 시장 진입을 시도할 수 있는 여지가 확대된다.

동시에 선도 기업들 역시 기존 파이프라인을 기반으로 미진출 국가 확대 전략을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어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

다만 규제 완화가 곧 진입 장벽 하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임상 규모가 축소되는 대신 구조·기능 분석, 불순물 및 안정성 평가, 정밀 PK 설계, 면역원성 데이터 등 기초 자료에 대한 요구 수준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분석 역량과 제조 품질 관리 인프라를 갖춘 대형사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반면 중소형 기업은 기술 격차로 인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환경 역시 변수로 남아 있다. 유럽과 한국 모두 바이오시밀러를 통해 건강보험 재정 부담 완화와 환자 접근성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공급 확대에 따른 가격 경쟁 심화와 오리지널 제약사와의 특허 분쟁 가능성은 여전히 리스크 요인이다. 특히 면역원성과 같은 드물지만 중요한 안전성 이슈를 충분히 검증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도 지속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과 유럽이 동시에 바이오시밀러 허가 체계를 합리화하는 흐름은 국내 기업에 분명한 기회”라면서도 “임상 축소를 보완할 수준의 분석·품질·PK 데이터 역량 확보가 필수적인 만큼 규제 완화에 안주하기보다 기술 투자 확대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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