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폭등·홀짝제에 EV 수요 꿈틀…K배터리 숨통 트이나
수정 2026-04-03 15:53:14
입력 2026-04-03 15:52:30
김동하 기자 | rlacogk@mediapen.com
1분기 동반 적자 위기 속 완성차 재고 소진 기대감…가동률 회복 '촉각'
JV 속도 조절·보급형 전환으로 밸류체인 다이어트…ESS 투트랙 승부수
JV 속도 조절·보급형 전환으로 밸류체인 다이어트…ESS 투트랙 승부수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글로벌 전기차(EV) 수요 둔화로 K-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1분기 동반 적자가 유력해졌다. 최근 고유가와 차량 홀짝제 시행으로 내수 전기차 시장에 뜻밖의 기회 요인이 생기자 이를 지렛대 삼아 완성차와의 합작공장(JV) 효율화와 보급형·ESS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이라는 선제적 승부수를 통해 밸류체인 체질 개선에 돌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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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합작사인 얼티엄셀즈 오하이오공장 전경./사진=얼티엄셀즈 | ||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LG에너지솔루션은 1244억 원, 삼성SDI는 2747억 원, SK온은 3100억 원 규모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실적 한파는 전방 산업(완성차)과 후방 산업(배터리) 간 밸류체인의 구조적 병목에서 기인하고 있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완성차 업체의 재고가 쌓이자 배터리 셀 신규 발주가 줄어들며 공장 가동률 하락과 고정비 부담 가중으로 직결된 구조다.
침체된 시장 분위기는 거시 환경 변화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최근 정부가 원유 위기경보를 '경계'로 격상하고 공공기관 자동차 홀짝제를 전격 시행하면서, 규제에서 자유롭고 유지비가 저렴한 전기차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배터리 업계는 이러한 내연기관 규제 반사이익이 실제 전방 산업의 재고 소진과 신규 배터리 발주로 이어지려면, 결국 전기차의 '가격 문턱'을 낮추는 구조적 해결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것이 K-배터리가 기존의 팽창 전략을 전면 수정해 밸류체인 다이어트와 보급형 폼팩터 전환에 사활을 건 이유다.
우선 K-배터리 3사는 완성차 업체들과 맺었던 합작 투자의 속도를 조절해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너럴모터스(GM)와 세웠던 '얼티엄셀즈' 3공장 지분을 전량 인수해 단독 운영으로 전환하며 투자 속도와 운영 효율성을 높였다.
SK온 역시 최대 고객사인 포드와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 체제를 재정비해 테네시 공장을 온전히 맡기로 하는 등 이해관계자와의 역학 구도를 재조정했다. 삼성SDI의 경우 GM과 인디애나주에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합작 공장 본계약을 체결해 북미 공급망을 단단히 다지는 한편, 스텔란티스와의 합작 라인 효율화 논의를 통해 공급망 리스크를 꼼꼼히 관리하고 나섰다.
나아가 전기차 생태계 내부에서는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폼팩터 다변화로 완성차 업계의 판매고를 간접 지원하는 전략을 택했다. 고유가와 홀짝제 반사이익으로 촉발된 소비자들의 전기차 관심을 실제 구매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원가를 대폭 낮춘 보급형 배터리 공급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파우치형 리튬인산철(LFP) 및 미드니켈(Mid-Ni) 배터리로 중저가 시장을 정조준한 가운데, 삼성SDI는 테슬라 등이 주도하는 차세대 46파이(지름 46㎜) 원통형 배터리의 본격적인 양산에 속도를 내며 밸류체인 주도권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기차 밸류체인의 불확실성을 상쇄할 최대 무기로는 북미 ESS 시장 선점이라는 '투트랙' 승부수를 던졌다. 특히 미국 정부가 중국산 ESS에 관세를 부과하고 '해외우려집단(FEOC)' 규제를 강화하면서, K-배터리가 해당 시장을 독식할 수 있는 유리한 글로벌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부터 미국에서 테슬라 등에 납품할 ESS용 LFP 배터리 본격 양산에 돌입하며 현지 생산 거점을 확장했다. 삼성SDI 역시 미국 에너지 기업으로부터 약 2조 원 규모의 ESS용 LFP 배터리를 수주하고, 엘앤에프와 대규모 소재 공급망까지 선제적으로 확보하며 수익성 방어의 선봉에 섰다. SK온도 미국 플랫아이언에너지와 대규모 공급 계약을 맺으며 비(非)전기차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구축했다.
업계에서는 고유가와 내연기관 규제에 따른 반사이익이 꽉 막힌 전기차 캐즘을 녹이는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결국 하반기 턴어라운드(실적 반등)의 성패는 배터리 업계의 체질 개선 속도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1분기 보릿고개는 역설적으로 K-배터리가 추진해 온 밸류체인 효율화와 ESS 전환의 시급성을 일깨워준 계기가 됐다"며 "전방 산업의 재고 소진을 돕는 보급형 폼팩터 기술과 북미 ESS 시장 장악이라는 능동적인 투트랙 전략으로 하반기 의미 있는 실적 반전을 이뤄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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