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 중심 재편으로 의사결정 속도↑…해운 경쟁력 강화 기대
“노조 반발·인력 이탈에 매각 변수까지…이전 리스크 확대
[미디어펜=이용현 기자]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 HMM이 본사의 서울에서 부산 이전을 위한 정관 변경을 이사회에서 의결하면서 부산행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3일 업계에 따르면 HMM은 지난달 30일 이사회에서 본점 소재지를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전하는 정관 변경안과 함께 5월 8일 임시주주총회 개최 안건을 의결했다.

   
▲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블레싱호./사진=HMM 제공

현재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의 지분은 각각 약 35% 수준으로, 합계 70%를 웃도는 만큼 주총에서 정관 변경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이번 이전은 정부가 추진 중인 해운·물류 클러스터 구축 전략의 일환으로도 해석된다.

현재 정부는 부산항이라는 국내 최대 항만을 기반으로 의사결정과 운영을 일원화할 경우 그동안 서울 중심 체계에서 발생했던 비효율과 의사결정 지연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해운·물류 클러스터 정책과 맞물려 HMM이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글로벌 해운업계 역시 항만 중심 의사결정 구조를 갖추는 것이 일반적이다. 프랑스의 CMA CGM은 본사를 마르세유에 두고 항만·물류 운영과 경영 의사결정을 일원화하고 있으며, 중국의 COSCO Shipping 역시 상하이를 거점으로 항만과 선사 기능을 결합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서 HMM의 부산 이전은 ‘서울 중심 비정상 체계’를 정상화하는 과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노조 반발·인력 이탈…이전 리스크 부각

하지만 부산 이전에는 단기적인 리스크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핵심 변수로 지목되는 것은 ‘사람’이다. 현재 HMM 내부에서는 이전 과정에서 인력과 조직에 대한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노동조합의 반발이 고조되며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육상노동조합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본사 이전이 강행될 경우 “총파업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날 조합원 700여 명 중 638명이 집회에 참여하는 등 결집력이 확인됐다.

노조는 여기에 더해 5월 임시주총장 봉쇄 계획과 쟁의행위 권한 확보 의지도 밝히며 갈등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들은 본사 이전이 강행될 경우 근로조건 변화, 고용 안정성 문제, 서울 거주자 중심 인력 생태계 붕괴 등을 우려하며 일방적 이전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산 이전이 현실화될 경우 단순한 조직 이동을 넘어 실질적인 경영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핵심 인력 이탈이 가시화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업무 공백과 생산성 저하가 불가피하고, 장기적으로는 노하우 축적 단절과 조직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더욱이 노조가 총파업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강경 대응에 나선 만큼 실제 쟁의행위로 이어질 경우 물류 운영 차질은 물론 글로벌 해운 동맹과의 협력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영화 시계 재가동…부산 이전, 매각 변수로

아울러 부산 이전은 단기적 갈등 국면과 별개로 중장기적 전략 차원에서도 중요한 변곡점으로 평가된다. 현재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공동 최대주주인 구조상, 향후 지분 매각과 민영화는 불가피한 수순으로 거론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HMM은 과거에도 민영화가 추진된 바 있다. 2023년 산업은행과 해진공은 보유 지분(약 57.9%) 매각을 추진하며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을 선정했지만, 자금 조달 및 조건 협상 문제로 최종 결렬된 바 있다. 이후에도 정부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재매각 시점을 조율 중인 상태다.

업계에서는 부산 이전이 해운사로서 HMM의 사업 구조를 보다 명확히 한다는 점에서 매각 명분을 강화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정책 주도로 추진된 이전이라는 점은 투자자 입장에서 경영 자율성 측면의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결국 부산 이전 이후 경영 안정성과 수익구조 개선 여부가 향후 HMM의 기업가치, 즉 ‘몸값’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부산 이전은 단순한 거점 이동이 아니라 민영화와 기업 가치 제고, 정부 정책이 맞물린 전략적 결정”이라면서도 “핵심 인력 이탈 최소화와 조직 안정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히려 비용과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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