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가격 급등에 IT 기기 가격 상승 압력… 교체 주기 장기화 조짐
출하 감소·사용 기간 증가 맞물려… '성능 경쟁'서 '비용 대응력' 경쟁으로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AI(인공지능) 확산으로 촉발된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이 IT 기기 가격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소비자들의 제품 교체 주기가 길어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가격 상승 부담이 커지며 '덜 사고 오래 쓰는' 소비 패턴이 확산하는 가운데, 전자업계의 원가 구조 역시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 사진=AI 이미지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이 스마트폰·PC 등 주요 전자 기기의 가격 부담을 키우면서 수요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올해 최대 두 자릿수 감소가 예상되는 등 공급과 수요 양측에서 동시에 압력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출하량 감소와 사용 기간 증가가 맞물리며 기존의 교체 중심 시장 구조가 점차 느슨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AI 수요 확대가 메모리 가격을 끌어올리면서 제품 원가에서 반도체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구조 변화의 배경으로 꼽힌다.

◆ 교체는 늦추고, 출하는 줄이고… 시장 속도 바뀐다

그동안 IT 기기는 가격 하락과 성능 개선을 기반으로 일정한 교체 수요를 만들어내는 구조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메모리 가격 급등과 환율 부담이 겹치며 가격 하방 압력이 약해지고, 일부 제품군에서는 출시 이후에도 가격이 유지되거나 오르는 흐름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소비자 행동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기존 기기를 더 오래 사용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교체 시점을 미루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기존의 교체 중심 수요 구조가 약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업계를 중심으로는 이러한 흐름이 스마트폰을 넘어 가전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TV·세탁기·냉장고 등 주요 가전 제품에서도 AI 기능 확대와 함께 반도체 탑재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전업계 역시 가격 전략과 제품 구성 전반에 대한 재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에서 나타나는 교체 지연 흐름은 가격 부담이 커질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소비 패턴 변화"라며 "가전은 원래 교체 주기가 긴 만큼 교체 자체가 늦어지기보다는 업그레이드 수요가 위축되거나 구매 결정이 더 신중해지는 방향으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저가 제품군서 두드러진 변화, 시장 양극화 전망

이러한 흐름은 저가 제품군에서 더 빠르게 나타날 전망이다. 원가 부담이 커질수록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수요가 위축되고, 제조사 역시 수익성 방어를 위해 제품 전략을 조정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프리미엄 제품은 상대적으로 가격 인상 여력이 있어 시장 내 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변화가 단기적인 가격 변수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중심의 메모리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어나면서 메모리 가격이 전자제품 원가의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제조사 간 경쟁 구도 역시 변화할 가능성이 나온다. 과거에는 성능과 기능 중심 경쟁이 시장을 이끌었다면 앞으로는 원가 관리와 공급망 대응력이 중요한 경쟁 요소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AI 가전이 확대될수록 제품 내 반도체 비중이 높아지기 때문에 원가 부담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결국 기업들은 가격 전략뿐 아니라 구독·서비스 등 새로운 수익 모델까지 함께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