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VC·단열재·도배지 등 마감 자재 공급 불안 커진다
현대건설, 조합에 공사비 상승 공문…현장 영향 현실화
[미디어펜=박소윤 기자]미국∙이란 간 전쟁 여파로 건설업계의 '자재 쇼크'가 현실화되고 있다. 유가와 환율, 물류비 등이 동시에 상승하는 가운데 주요 마감 자재 공급까지 차질을 빚으면서 국내 현장의 공사비 인상과 공기 지연 우려가 빠르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인한 건설 자재 수급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도시정비사업 등 현장에서도 불안감이 고조되는 모양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5일 업계에 따르면,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산되면서 원자재 가격이 전방위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은 석유화학 제품 가격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건설 자재 전반의 원가 부담을 끌어올린다. 여기에 환율과 해상 물류비 인상까지 겹치면서 수입 의존도가 높은 자재를 중심으로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유가 상승은 물류비와 제조 공정에 투입되는 전력 비용을 밀어 올리고, 이는 유연탄 가격 증가로 귀결된다. 유연탄은 시멘트 원가의 최대 40%를 차지하는 핵심 연료다. 통상 유연탄 가격이 10% 오르면 시멘트 생산원가는 약 3~4%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유가가 60% 인상될 경우 일반 토목시설 공사비는 약 3%, 건축물 생산비용은 1.5%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장 체감도가 높은 마감 자재를 중심으로 공급 불안이 본격화되고 있다. 자재 협력사들은 최근 건설사들에 가격 인상과 납품 지연 가능성을 잇따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페인트를 비롯해 PVC 플라스틱(창호·몰딩·걸레받이), 단열재, 방수재, 도배지 등 주요 마감 자재 대부분이 영향권에 들어온 상황이다. 

국내 현장에서도 불안정한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26일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조합에 공사비 원가 상승과 공기 지연 가능성을 알리는 공문을 발송했다. 해당 사업장은 '힐스테이트 메디알레'로 추진 중인 곳이다.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자재 수급 불안이 국내 현장의 공사비 이슈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연쇄 증액'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한층 심화되고, 이에 따른 가격 상승 압력이 누적되면서 추가적인 공사비 인상과 공기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공사비 상승이 단순한 원가 부담을 넘어 시장 전반으로 확산된다는 점이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서는 공사비 인상분이 조합원 분담금 증가로 직결된다. 이에 따라 사업성 저하를 우려한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촉발될 가능성이 있다. 공사비 인상 국면에서 정비사업 현장마다 증액 협상을 둘러싼 마찰이 반복돼 온 만큼, 이번 자재 쇼크가 양측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공공사업 역시 예외는 아니다. 대표적으로 GTX-C 노선은 착공식을 마쳤음에도 공사비 분쟁으로 본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당초 2020년 12월 기준으로 공사비가 책정됐는데, 이후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건설 물가가 급등하면서 시공계약이 체결되지 못한 것. 향후 자재 불안이 지속될 경우 유사한 공공 인프라 사업에서도 공사비 재협상 요구가 늘어날 공산이 크다는 평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가가 오르면 건설자재의 생산 원가와 건설현장의 운영비 등 경제 전반에 영향을 준다"며 "신규 PF 추진을 비롯해 발주자와 시공사 간의 공사비 분쟁으로 발전될 여지가 있고, 공사가 지연되거나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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