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개들2’서 생애 첫 빌런 도전...절제된 액션·압도적 피지컬 합격점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월드스타 비'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정지훈이 매우 낯설고, 공포스럽기까지한 '백정'으로 돌아왔다.

지난 3일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 시즌 2가 공개 직후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복싱 선수의 순수함과 뚝심으로 악을 처단하던 전편의 기조를 이어가면서도, 이번 시즌에서 단연 시청자들의 시선을 강탈한 지점은 새롭게 합류한 빌런 정지훈(비)의 존재감. 데뷔 이후 줄곧 정의롭거나 매력적인 주인공을 맡아온 그가 생애 첫 악역으로 변신해 선보인 파격적인 행보는 시리즈의 무게중심을 완전히 바꿔놓았다는 평이다.

정지훈이 연기한 이번 시즌의 메인 빌런 '백정'은 단순한 악당을 넘어, 치밀한 지략과 압도적인 무력을 동시에 겸비한 인물이다. 시청자들의 호평이 쏟아지는 지점은 그가 '월드스타 비' 특유의 화려한 이미지를 완전히 걷어냈다는 데 있다. 

   
▲ 이번 '사냥개들2'에서 정지훈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강력한 빌런을 무리없이 소화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정지훈은 낮게 가라앉은 음성과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무표정한 안면 근육의 활용을 통해 백정이라는 인물의 냉혹함을 완성했다. 그간 다수의 작품에서 보여준 다소 과장되거나 열정적인 연기 톤 대신, 이번에는 차갑고 건조한 연기 결을 택했다. 

이러한 절제된 연기는 오히려 그가 화면에 등장할 때마다 숨 막히는 긴장감을 유발하는 장치로 작용했다. 평단에서는 '과하게 힘을 주지 않으면서도 존재만으로 위협이 되는 빌런의 전형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사냥개들' 시리즈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액션 연기에서도 정지훈은 이전과는 확실히 궤를 달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과거 영화 '닌자 어쌔신'이나 드라마 '도망자 Plan.B'에서 보여준 액션이 화려하고 속도감 넘치는 퍼포먼스에 가까웠다면, 이번 시즌 2에서의 액션은 철저하게 살상과 제압에 목적을 둔 묵직한 타격감을 강조한다. 

특히 주인공 건우(우도환)와 우진(이상이)의 주무기인 복싱에 맞서, 백정은 압도적인 피지컬을 활용한 하드보일드 액션을 선보인다. 거대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을 바탕으로 상대를 서서히 조여가는 그의 액션 스타일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오랜 시간 다져온 완벽한 몸 상태는 CG 없이도 비현실적인 위압감을 만들어냈으며, 이는 단순한 액션 합을 넘어 캐릭터의 서사를 완성하는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

   
▲ 정지훈의 악랄한 캐릭터는 '사냥개들2'가 전작보다 더 강한 이미지를 지닐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물론 호평 일색인 것만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백정이라는 캐릭터의 전사가 다소 전형적이라는 지적과 함께, 정지훈의 대사 전달력이 특정 장면에서 악역 특유의 카리스마를 100% 담아내기에 다소 평이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는 캐릭터 설정의 한계일 뿐, 연기자로서 그가 보여준 변신 시도 자체를 퇴색시키지는 못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오히려 이번 작품은 정지훈에게 있어 꽃미남 스타 혹은 무대 위의 가수라는 프레임을 깨고, 중년 배우로서 맡을 수 있는 배역의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그가 보여준 악역의 얼굴은 향후 그가 누아르나 스릴러 장르에서 더 깊이 있는 캐릭터를 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충분히 증명해 냈다.

'사냥개들 2'는 전편보다 확장된 스케일과 깊어진 서사를 자랑하지만, 그 중심에는 정지훈이라는 거대한 산이 버티고 있다. 선과 악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대신, 명확하게 절대 악의 위치에서 주인공들을 몰아붙이는 그의 활약은 시리즈의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생애 첫 빌런 도전이라는 모험에서 정지훈은 자신만의 독보적인 색채를 입힌 악역을 탄생시켰다. 넷플릭스 글로벌 순위 상승세와 함께 그의 연기 변신에 대한 전 세계 팬들의 관심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대중은 가수 비가 아닌, 서늘한 눈빛의 배우 정지훈이 그려낼 다음 페이지를 기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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