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양지마을, 신탁사 결별 놓고 내부 갈등…통합이 부른 '예견된 내홍'
수정 2026-04-08 14:35:37
입력 2026-04-08 14:14:04
서동영 기자 | westeast0@mediapen.com
주민대표단, 한국토지신탁과 갑작스런 업무협약 해지 발표
환경영향평가 절차 누락 등 이유…반대 주민들 "말도 안 돼"
1기 신도시, 단지 간 조건 달라도 통합재건축 적용해 분란 연결
환경영향평가 절차 누락 등 이유…반대 주민들 "말도 안 돼"
1기 신도시, 단지 간 조건 달라도 통합재건축 적용해 분란 연결
[미디어펜=서동영 기자]1기 신도시 선도지구인 분당 양지마을이 신탁사와의 업무협약(MOU)을 해지했다. 연내 사업시행자 지정을 목표로 속도를 내던 중 갑작스러운 계약 해지가 이뤄진 근본적인 이유는 무리한 통합재건축이 불러온 주민(단지)간 갈등이 자리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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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기 신도시 선도지구인 분당 양지마을의 한양아파트./사진=미디어펜 서동영 기자 | ||
◆해지 찬성 "한국토지신탁, 믿지 못해…해지 반대 "이유 없는 축출"
8일 도시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양지마을 통합재건축 주민대표단은 한국토지신탁과의 업무협약 해지를 발표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자리한 양지마을에서는 한양·금호·청구 등 총 6개 단지 4392가구가 하나로 묶여 7000가구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양지마을 주민대표단은 지난 3월 20일부터 11일간 실시한 온·오프라인 투표 결과 투표 참여 가구의 75%인 1315가구가 '한국토지신탁과의 계약 해지 후 공정경쟁입찰'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양지마을 한국토지신탁은 지난 2024년 7월 당시 양지마을 재건축 준비위와 신탁방식 재건축 MOU를 체결한 바 있다.
주민대표단은 해지 이유로 △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 통보 누락 실수 △두 차례에 걸쳐 신탁수수료 제안을 요청했으나 한국토지신탁의 답변 거부 등을 내세웠다.
주민대표단은 특히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주민들에게 통보하지 않아 사업에 차질을 빚을 뻔한 점이 한국토지신탁에 대한 신뢰를 거두게 된 큰 이유라고 밝혔다. 대표단 관계자는 "앞으로도 재건축을 위한 많은 절차가 있을 텐데 다른 사항은 공유가 잘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국토지신탁과의 계약 해지를 반대하는 주민들은 주민대표단이 사실관계를 왜곡해 멀쩡히 일 잘하던 신탁사를 내쫓았다는 입장이다.
반대 주민들은 "한국토지신탁이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누락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 여부는 구체적인 토지이용계획과 사업면적 확정이 전제돼야 한다"며 "토지이용계획과 사업면적이 확정되지 않아 평가 여부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토지신탁이 어떻게 준비하겠느냐"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한국토지신탁이 국토교통부와 성남시 등 관계기관과 적극 협의한 끝에 구역 면적을 조정, 환경영향평가를 생략했다"며 "덕분에 지난 1월 26일 정비구역 지정고시를 마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신탁수수료 제안 요청 답변 거부도 주민대표단의 일방적인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애초에 양지마을은 재건축준비위원회에서 주민대표단으로 전환하면서 전환 동의서에 주민대표단 임기를 '특별정비구역 지정 고시일'까지로 명시했다고 한다. 때문에 주민대표단의 법적 대표성이 모호한 만큼 한국토지신탁이 답변하기엔 곤란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주민대표단 관계자는 "분당 뿐만 아니라 평촌과 일산 등 선도지구 15개 구역 중 어느 한 곳도 주민대표단이 (사업을) 이어가지 않는 곳이 없다"면서 "문제를 삼고 싶은 사람들이 법조문을 억지로 적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단지별로 사업조건 다름에도 무조건 통합…다툼 '명약관화'
이처럼 신탁사와의 계약 해지를 놓고 주민 간 의견이 갈리는 데는 궁극적으로 통합재건축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23년 국회를 통과한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에는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재건축에 대해 통합재건축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단지 단위가 아닌 블록 단위라 공간 재구조화와 기반시설 정비가 유리한 데다 규모의 경제를 통한 공사비 절감 등 장점이 있어서다.
하지만 용적률이 같은 단지 내에서도 평형에 따른 대지지분 차이로 이해관계가 달라진다. 하물며 용적률과 대지면적이 각기 다른 단지들을 묶어 재건축을 진행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양지마을의 계약 해지 역시 아파트 단지 간 갈등의 연장선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토지신탁을 지지하는 쪽은 주로 청구, 반대하는 쪽은 주로 한양 주민들이라는 것이다.
또한 양지마을에서는 제자리건축 여부를 놓고 다툼이 일기도 했다. 일부 단지에서 역세권과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를 유지하기 위해 제자리 재건축을 주장하면서다. 제자리 재건축 이슈는 역시 선도지구인 안양시 평촌A17 구역에서도 불거진 바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갈등 해결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쉽지는 않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기 신도시 재건축이 특별법에 의해 진행된다고는 하지만 엄연히 민간사업이라 관이 개입하기가 껄끄럽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통합재건축을 무리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냐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 목동처럼 사업규모가 큼에도 통합재건축 적용 없이 단지별로 재건축을 진행하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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