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중동 전쟁의 장기화로 고유가가 계속되면서 주유업계가 소비자 부담 완화를 이유로 들며 카드사에 수수료 인하를 통한 고통 분담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카드업계는 주유업계는 이미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으며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석유대리점 업계 단체인 한국석유유통협회는 지난 6일 호소문을 내고 “고유가 기간에는 주유소 카드 수수료율을 탄력적으로 적용해 한시적으로 인하해야 한다”며 “유가 수준에 따라 카드 수수료율을 0.8~1.2%로 적용해야 유가 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중동 전쟁의 장기화로 고유가가 계속되면서 주유업계와 카드업계가 카드수수료를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협회는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석유대리점 공급가와 정유사의 주유소 직접 공급가가 동일해지면서 대리점은 저장비, 운송비, 인건비 등 기본적인 유통 비용조차 반영하지 못한 채 손해를 감수하며 공급하고 있다”면서 “석유대리점 사업자들은 지금과 같은 손실 구조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유업계는 카드 결제 비중이 95% 수준에 달하는데 주유소 기름값 결제에 적용되는 카드수수료는 정률제로 판매 가격의 1.5%가 적용돼 유가가 오르면 수수료도 늘어난다. 예를 들어 리터당 1500원일 때 22.5원이었던 수수료는 2000원으로 오르면 30원으로 뛴다.

현행 카드수수료 제도는 유류세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주유소 업종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드수수료 매출 산정 시 유류세를 포함하는데 이 때문에 매출이 부풀려지면서 주유소가 체감하는 실질 수수료율은 3%에 달한다는 것이다.

주유업계는 경쟁이 심화하면서 마진은 그대로거나 오히려 줄어드는데 카드수수료 지출만 늘고 있다며 이번 중동 사태로 카드수수료 부담이 지난해보다 1조원 가량 늘 것이란 추산을 내놓고 있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주유소 총매출액은 약 58조1062억원, 신용카드 수수료는 8280억원(카드 결제율 95% 적용, 석유 판매분만 계산) 수준으로 추정된다.

주유업계는 95%에 달하는 카드 결제 비중과 높은 수준의 건당 결제금액을 고려할 때 카드사들이 수수료 인하 여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카드업계는 주유소들은 연 매출액이 30억원 이상이어도 특수가맹점으로 분류돼 오랜 기간 1.5% 안팎의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서 유지돼왔으며 연 매출 30억원 이하 영세·중소가맹점에 해당하는 주유소의 경우 다른 업종과 마찬가지로 0.4~1.45% 수준의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며 인하는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현재 연 매출 3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에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각각 0.4%·0.15%의 수수료율이 적용되며 △연 매출 3억~5억원 중소가맹점은 1.0%·0.75% △5억~10억원은 1.15%·0.9% △10억~30억원은 1.45%·1.15%의 우대수수료율이 각각 적용된다. 30억원이 넘는 일반가맹점은 각 카드사와의 협상에 따라 정해진다.

카드업계는 또 이처럼 매출 기준에 따라 우대수수료율이 정해져 있는데 주유업계에서 요구하는 0.8~1.2%는 중소가맹점에 적용되는 우대수수료율로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또 지속적인 수수료 인하로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감소하고 있어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개 전업 카드사의 지난해 신용카드 이용액이 1022조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1% 증가했음에도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오히려 4427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상승할 때마다 수수료 인하 요구를 받고 있는데 형평성 문제도 있고 카드사들도 수수료 인하와 고금리로 인한 자금 조달비용 확대, 가계대출 규제 등으로 역성장 국면에 들어서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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