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전기차 보조금 전면 개편…일부 수입차 업체 압박
산업 보호 강화 속 통상 리스크·형평성 논란도
[미디어펜=김연지 기자]정부가 올 하반기부터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을 전면 개편하면서 국내 전기차 시장의 판이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단순 성능 중심에서 벗어나 기술 개발 기여도와 국내 산업 영향까지 반영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사실상 산업 정책형 보조금으로 성격이 전환되는 모습이다. 다만 이번 개편이 국내 완성차와 배터리 산업 보호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수입차 업체를 중심으로 한 반발과 통상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후부는 전기차 보급 사업 수행자 선정 평가 기준을 공개했다. 오는 7월 1일부터 전기차 보급 사업 수행자로 선정되지 못한 자동차 제작·수입사의 차에는 구매 보조금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 테슬라 모델 Y 주니퍼./사진=테슬라 제공


◆ 산업 기여도 중심 재편…국내 EV 생태계 기여 업체에만 보조금

개편안의 핵심은 전기차 보조금의 성격을 단순 소비 지원에서 산업 육성 정책으로 전환하는 데 있다. 배터리 에너지 밀도와 재활용성 등 기술적 요소뿐 아니라 애프터서비스(AS) 네트워크, 충전 인프라 구축, 국내 투자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보조금 지급 대상을 선별하는 구조다.

이는 전기차 산업이 완성차 판매를 넘어 배터리·충전·서비스 등 전후방 산업과 긴밀하게 연결된 만큼 국가 차원의 산업 생태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단순 가격 경쟁력이 아닌 기술력과 인프라 경쟁력을 갖춘 기업에 인센티브를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에너지 밀도가 낮은 저가형 배터리나 사후 관리 체계가 미흡한 브랜드에 대해 지원을 차등화함으로써 국내 자본과 기술이 투입된 고효율 전기차 중심으로 시장을 재편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주요국들이 자국 중심 산업 정책을 강화하는 흐름 속에서 보조금을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공감대도 확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단순 판매 경쟁을 넘어 기술과 생태계 패권 다툼으로 흐르고 있다"며 "글로벌 주요국들이 자국 산업을 노골적으로 보호하는 상황에서 우리 보조금 정책 역시 국내 투자와 기술 발전을 유도하는 강력한 산업 전략의 도구로 가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 기준 논란 속 보완 움직임…"방향성 유지 속 정교한 설계 필요"

정책 추진 과정에서 절차와 형평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전기차 보급 평가 기준 발표 이후 업계와의 소통 부족 논란에 대해 사과하며 일부 항목에 대한 보완 필요성을 시사했다.

이소영 의원은 최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기후부가 7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전기차 보조금 대상 선정기준을 강하게 질타하며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 의원은 "전기차 보조금이 특정 기업의 매출 지원으로 비춰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며 정책의 공정성과 실효성 확보를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보조금 정책이 산업 육성 수단이라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적용 방식의 정교함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보조금을 통해 국내 산업을 활성화하는 것은 기본적인 정책 방향으로 타당하다"면서도 "이번 개편은 기조는 맞지만 방법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산업 기여도와 인프라 구축 등을 기준으로 삼는 방식에 대해 "결국 국내 생산과 투자를 요구하는 것인데 미국이나 중국처럼 내수 기반이 큰 국가와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로 FTA와 WTO 체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노골적인 자국 우선 정책은 보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내 정책이 국제 기준과 충돌할 경우 우리 역시 해외 시장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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