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홍진 감독 신작, 박찬욱이 심사하는 황금종려상에 '기생충' 이어 도전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한국 영화계의 ‘귀재’ 나홍진 감독이 10년의 침묵을 깨고 들고나온 야심작 '호프(HOPE)'가 세계 최고의 영화 축제인 칸 국제영화제의 부름을 받았다. 지난해 한국 영화가 단 한 편도 공식 초청을 받지 못하며 겪었던 ‘칸 잔혹사’를 단번에 씻어내고, 다시 한번 세계 영화계의 중심부에 당당히 깃발을 꽂은 모양새다.

올 5월 12일 개막하는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집행위원회는 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나홍진 감독의 '호프'를 포함한  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을 공식 발표했다. 

한국 영화가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놓고 겨루는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린 것은 2022년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제작 영화사집) 이후 4년 만이다.

   
▲ 영화 호프'의 포스터.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특히 이번 초청이 더욱 화제를 모으는 이유는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던 '기생충'의 영광을 재현할 적임자로 나홍진 감독이 꼽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해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이 한국 영화의 거장 박찬욱 감독이라는 점은 드라마틱한 서사까지 더한다. 

한국 감독이 심사위원장을 맡은 해에 후배 감독이 황금종려상에 도전하는 진풍경이 연출되면서, 전 세계 영화인들의 시선이 그 결과에 집중되고 있다.

영화 '호프'는 비무장지대(DMZ) 인근의 외딴 항구마을 호포항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SF 스릴러 액션물이다. 

마을을 파괴하려는 미지의 존재와 이를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이 작품을 "액션 영화"라고 정의하면서도 "2시간이 넘는 상영 시간 동안 장르가 끊임없이 변주된다"고 소개해 나홍진 특유의 예측 불허한 연출력을 시사했다.

캐스팅 면에서도 역대급 진용을 갖췄다. 

나홍진 감독과 '곡성'에서 호흡을 맞췄던 황정민이 경찰 범석 역을 맡아 중심을 잡고, 조인성이 젊은 사냥꾼 성기 역으로 합류해 강렬한 변신을 예고했다. '오징어 게임'으로 글로벌 스타가 된 정호연을 비롯해 할리우드의 연기파 부부 마이클 패스벤더와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나홍진의 부름에 응해 칸 레드카펫을 함께 밟을 예정이다. 

   
▲ 제7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나홍진 감독의 영화 '호프'는 글로벌한 출연진들도 화제다.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제작비만 500억 원이 넘는 초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한국 영화 기술력의 정점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나홍진 감독에게 이번 칸 입성은 감회가 남다르다. 2008년 '추격자'(미드나잇 스크리닝), 2011년 '황해'(주목할 만한 시선), 2016년 '곡성'(비경쟁 부문) 등 내놓는 작품마다 칸의 러브콜을 받았지만, 경쟁 부문에 진출해 본상을 노리는 것은 감독 인생 처음이다. '곡성' 이후 10년 만에 다시 밟는 칸의 레드카펫이 그에게 황금빛 영광을 안겨줄지가 이번 영화제의 최대 관전 포인트다.

영화제 관계자들은 "작년 부진을 씻고 나홍진이라는 강력한 카드로 복귀한 한국 영화의 저력이 다시금 확인됐다"며 "박찬욱 심사위원장과 나홍진 감독의 만남은 그 자체로 칸의 가장 뜨거운 뉴스"라고 평가했다.

압도적인 스케일과 베일에 싸인 이야기로 무장한 '호프'는 다음 달 12일 개막하는 제79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전 세계 관객들에게 첫선을 보인 후, 올 하반기 국내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4년 만에 찾아온 칸 경쟁 부문 진출 소식이 '기생충' 이후 멈췄던 한국 영화의 황금종려상 시계를 다시 돌릴 수 있을지 영화 팬들의 심장이 벌써부터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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