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우리나라 경찰이 외국에서 발생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현지에서 수사활동을 벌이게 됐는데, 이는 경찰 창설 이래 처음이다. 필리핀에서 50대 교민이 총에 맞아 숨진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최초로 우리 수사팀을 현지로 보내 수사에 나선다.
경찰청은 이 사건의 조기 해결을 위해 서울에서 수사 전문가들을 필리핀에 파견하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파견 규모는 범죄수사 전문가와 현장감식 전문가, CC(폐쇄회로)TV 분석 전문가 등 베테랑 경찰관 3명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속 총기분석 전문가 1명 등 총 4명이다. 여기에 경찰청 인터폴 소속 경찰관도 함께해 연락 지원 활동을 한다.
현장감식을 맡은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부 과학수사과 소속 김진수 경위는 2002년부터 13년간 과학수사 업무를 본 현장감식 베테랑이다. 이번 파견 때는 현장지문·족적·DNA·미세증거 등을 감식할 예정이다.
범죄수사 전문가인 서울청 수사부 과학수사과 소속 이모(여) 경사와 CCTV 분석 전문가인 경찰청 수사국 과학수사센터 소속 김모(여) 행정주사보는 2012년 9월부터 관련 업무를 해왔다.
특히 이 경사는 성동 트렁크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데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기분석은 1990년부터 과학수사연구원에서 근무하면서 금강산 박왕자 피살사건, 삼호주얼리호 납치 사건, 부산 사격장 화재사건 등을 담당한 김모 박사가 맡았다.
이들은 이날 오후 필리핀으로 떠나 현지 경찰과 함께 범죄 현장을 직접 살펴보고 지문 확보, 총탄 분석 등의 작업을 통해 용의자 특정 작업을 벌이게 된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수사는 주권이 전제된 활동이어서 필리핀 당국의 사전 동의에 의해 과학수사와 감식활동을 지원하고 수사방향을 자문하는 것이지 우리가 현지인을 대상으로 직접 수사활동을 하는 건 아니다"라며 "저희들이 추구하는 것은 직접 수사에 가까운 공조수사"라고 말했다.
김진수 경위는 "경찰 창설 이래 최초로 파견 수사를 나가는 것이니만큼 사건 해결에 큰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진지한 마음가짐으로 현지 경찰들과 공조해 최선을 다해 수사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처럼 형식은 현지 경찰과의 '공조수사'이지만, 직접 수사와 다름없이 수사활동이 이뤄진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현지 경찰의 협조가 있다면 함께 참고인이나 용의자를 신문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필리핀에서 발생한 한인 대상 강력범죄 해결에 우리 수사 전문가가 직접 나서게 된 것은 지난달 초 강신명 경찰청장이 필리핀을 직접 방문해 이 나라 치안 당국과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경찰은 이러한 합의의 후속조치로 강력사건 전문 수사관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전문가 등 57명 규모로 파견 수사팀 인력풀을 구성했다.
한편, 현지시간으로 20일 오전 1시30분께 필리핀 중부 바탕가스주 말라르시에서 건축업을 하는 조모(57)씨가 잠을 자던 중 자택에 침입한 4인조 괴한의 총에 맞아 숨졌다.
조씨가 숨지면서 올해 필리핀에서 살해된 한국인은 11명으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