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멈춘 출혈경쟁…항공권 ‘가격 정상화’ 기회 될까
수정 2026-04-13 16:27:17
입력 2026-04-13 16:27:19
이용현 기자 | hiyori0824@mediapen.com
유류할증료 급등에 전 항공사 운임 동시 인상
출혈 경쟁 완화…가격 체계 재정렬 기대
출혈 경쟁 완화…가격 체계 재정렬 기대
[미디어펜=이용현 기자]국제 유가 상승세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항공권 가격에도 지속적인 상승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 중동 정세 불안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며 항공유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자 항공업계가 비용 부담을 떠안는 구조로 전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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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제 국내 대형항공사(FSC)는 거리별 세분화된 단계 구조를 통해, 저비용항공사(LCC)는 구간별 정액 구조를 통해 각각 인상 폭을 반영했지만 전반적인 방향성은 동일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 인상 폭은 단순한 조정을 넘어 ‘급등’ 수준에 달했다. 단거리 노선의 경우 수만 원 수준이던 할증료가 3~4배 가까이 상승했고, 동남아 노선은 10만 원을 웃도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를 계기로 저비용항공사(LCC) 시장에서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출혈 경쟁’이 완화되고 가격 체계가 재정렬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장거리 노선의 부담은 더욱 크다. 미주·유럽 노선의 경우 최대 30만 원에 육박하며 소비자 체감 부담이 크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거리별로 적용되는 구조상 비행거리가 길수록 가격 상승 폭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특성이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특히 이번 인상은 특정 항공사에 국한되지 않고 업계 전반에서 동시에 나타났다는 점에서 이전과 차별화된다.
그간 국내 LCC 시장은 가격 경쟁이 극단적으로 심화된 대표적인 산업으로 꼽혀왔다. 다수 사업자가 제한된 노선에서 경쟁하며 운임 인하에 집중했고, 일부 노선에서는 수익성을 고려하기 어려운 수준의 초저가 항공권이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물론 이 같은 구조에서는 가격 인상이 사실상 어려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정 항공사만 운임을 인상할 경우 수요가 경쟁사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동시에 가격을 조정할 경우 담합 논란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유가 상승이라는 외생 변수로 인해 모든 항공사가 동시에 비용 압박을 받는 상황이 형성됐다. 이에 따라 항공권 가격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경쟁이 아닌 ‘유가’로 이동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국내 대형항공사(FSC)는 거리별 세분화된 단계 구조를 통해, 저비용항공사(LCC)는 구간별 정액 구조를 통해 각각 인상 폭을 반영했지만 전반적인 방향성은 동일했다. 전 항공사가 동시에 비용 부담을 반영하면서 사실상 ‘전면 인상’이 이뤄졌다는 평가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가 상승 등 외부 요인에 의해 항공권 가격이 동반 상승할 경우 특정 항공사만 가격을 낮춰 수요를 흡수하는 전략은 재무적으로 부담이 크다”며 “시장 경쟁이 해오지 못한 가격 조정을 유가가 대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격 경쟁 강도가 완화되면서 그간 지속돼 온 출혈 경쟁 구조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유가 안정화 이후 가격 흐름 역시 항공사 입장에서는 긍정적으로 전망된다. 과거 사례를 보면 유류할증료는 유가 하락에 따라 조정되지만 항공권 총가격은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귀하지 않는 경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실제 라이언에어는 2022년 유럽 항공유 가격 급등 당시 운임을 대폭 인상한 이후, 유가가 안정된 뒤에도 평균 운임 수준을 이전 대비 높게 유지했다. 초저가 항공권 비중은 오히려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델타 에어라인과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역시 팬데믹 이후 비용 상승을 반영해 운임을 인상한 뒤, 수요 회복 국면에서도 공급을 보수적으로 운영하며 가격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항공권 가격이 단순히 유류비에만 연동되는 것이 아니라 기본 운임, 부가 서비스, 공급 전략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이번 유가 상승은 단순한 비용 증가를 넘어 LCC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촉발할 수 있는 계기로 평가된다. 한 번 상향된 가격 기준선은 쉽게 되돌아가지 않는 산업 특성상, 향후 유가가 안정되더라도 과거와 같은 초저가 경쟁이 재현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항공권 가격은 비용 구조뿐 아니라 다양한 요소 속에서 균형을 이루며 형성된다”며 “유가가 안정되더라도 경쟁적으로 운임을 낮추기보다는 수익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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