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현의 아틀라스]'메이드 인 차이나'의 역습…조공 역사 되풀이될까
수정 2026-04-16 11:05:17
입력 2026-04-16 11:05:26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안방 가전부터 교과서 패널까지 점령한 '메이드 인 차이나'
기업의혁신 가로막는 정부, '방해꾼의 최고봉' 오명 남길 건가
기업의혁신 가로막는 정부, '방해꾼의 최고봉' 오명 남길 건가
![]() |
||
| ▲ 조우현 산업부 기자 | ||
그래서일까. 최근 몇 년 사이 일어난 중국산의 부상이 격세지감을 더해 기이하게 느껴진다. 아마도 중국 산업이 두각을 나타낸 중심에는 '사회주의적 친기업'이라는 강력한 시스템이 있기 때문일 거다. 국가가 설계자가 돼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명령'하고 자유시장경제적 실적을 사회주의만의 속도로 뽑아낸다. 철저한 계획 하에 밀어붙이는 이 생태계는 부작용을 논하기 전에 이미 우리 턱밑까지 칼날을 들이밀고 있다.
더 무서운 것은 역사적 자각이다. 수천 년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우리가 중국보다 잘살았던 시기는 지금, 그러니까 근현대사 속 짧은 몇십 년에 불과하다. 조선이 속국으로 사대(事大)의 길을 걸었던 기나긴 시간들에 비하면, 지금의 번영은 어쩌면 지극히 예외적인 '골든 타임'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몰려온다. 반일 정서에는 그토록 민감한 우리가, 훨씬 긴 세월 우리를 압도했던 중국의 부상 앞에서는 묘하게 무디거나 막연하게 낙관한다.
![]() |
||
| ▲ 이재명 대통령 부부와 시진핑 국가주석 부부가 지난 1월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국빈만찬 후 샤오미폰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샤오미폰은 경주 정상회담 때 시 주석이 이 대통령에게 선물한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공동취재 제공] | ||
혹자는 유독 중국에만 민감한 것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미국과 일본의 제품 역시 우리 일상을 점유하고 있지 않냐는 논리에서다. 하지만 이는 '시장의 룰'을 공유하는 경쟁국과의 문제와 결을 달리한다. 자유시장경제의 공정함이 아닌, 국가가 시장을 압도하고 통제하는 이질적인 시스템과의 경쟁은 그 자체로 우리 산업의 존립을 위협하는 '반칙이 난무하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낙관의 대가는 가혹하다. 중국은 이미 우리 산업 곳곳을 파고들었다. '싼 맛에 쓰는 짝퉁'은 옛말이다. 특히 로봇청소기 시장의 성공은 상징적이다. 100만 원을 호가하는 고가임에도 소비자들은 기꺼이 중국산에 지갑을 열었다. 여기에 당장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쓸 AI 디지털 교과서 패널 10개 중 9개가 중국산이라는 통계가 더해지면, 공포는 실체가 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압도했던 LCD 시장이 '안방 역전'이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것이다. 수천 년 전 '조공의 역사'가 '산업적 종속'이라는 이름으로 되풀이될 수 있다고 말한다면 기우일까.
물론 우리 기업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 기업은 두 말하면 시간이 아까울 정도의 기술력과 집념을 가졌다. 다만 이를 뒷받침할 시스템은 늘 아쉬움을 남긴다. 그저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만 둬도 훨훨 날아갈 기업들이다. 실제로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건 정부의 유능함이 아니라 기업들의 처절한 '개인기' 아닌가. 반도체가 홀로 멱살을 잡고 끌고 가는 위태로운 구조 속에서, 우리 기업들은 혁신이라는 단 하나에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정부의 거창한 지원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중국이 제 나라 기업을 밀어주는 것의 '반만큼만이라도' 발목을 잡지 마라. 반론의 여지가 다분하긴 해도 우리는 엄연히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존중하는 국가다. 믿을 건 결국 '기업가 정신'뿐이라는 소리다. 어떤 위기가 와도 기업은 길을 찾겠지만, 그 방해꾼의 최고봉에 정부가 있었다는 오명만큼은 남기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조롱과 풍자의 상징이었던 '메이드 인 차이나'의 부상이 뼈아픈 아이러니로 다가오는 이유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