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빗장 푼 로봇 특구…두산·레인보우 등 AI 실증 박차
첨단 기술 수혈받는 기계·조선…자율작업·스마트 야드 가속
인력난 덮친 중후장대 산업, 무인화 밸류체인으로 돌파구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정부가 첨단 로봇 산업 육성을 위해 파격적인 네거티브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명시적으로 금지된 사항 외에는 모든 신기술 테스트를 허용하는 로봇 특구가 조성되면서 규제에 묶여 있던 국내 로봇 생태계가 본격적인 상용화 도약기를 맞이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특구에서 담금질 된 로봇 기술들은 향후 인력난에 시달리는 조선 및 건설기계 등 중후장대 산업의 무인화 밸류체인을 고도화하는 핵심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정부가 첨단 로봇 산업 육성을 위한 네거티브 규제 카드를 통한 로봇 특구 조성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에 특구에서 담금질 된 로봇 기술들이 향후 인력난에 시달리는 조선 및 건설기계 등 중후장대 산업의 무인화 밸류체인 고도화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사진=제미나이


16일 산업계에 따르면 정부 규제합리화위원회가 발표한 4대 메가 특구 조성안은 첨단산업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규제 혁파를 골자로 한다. 이 중 로봇 특구는 관련 기업들의 자유로운 융복합 기술 실증을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재정 및 금융을 아우르는 7대 통합 지원 패키지가 제공되며, 첨단 로봇 기술이 실제 환경에서 작동할 수 있는 거대한 테스트베드가 열리게 됐다.

◆ 두산·레인보우·뉴로메카…규제 벗고 'AI 플랫폼' 도약

현재 글로벌 로봇 산업은 하드웨어 제조를 넘어 인공지능(AI) 기반 판단 능력을 갖춘 '테크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두산로보틱스, 레인보우로보틱스, 뉴로메카 등 국내 주요 로봇 기업들은 기술력을 갖추고도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등 복잡한 규제 탓에 실제 산업 현장과 유사한 환경에서 '트랙레코드(실증 데이터)'를 쌓는 데 제약을 받아왔다.

네거티브 규제가 적용되는 로봇 특구는 이런 실증의 한계를 물리적으로 해소하는 공간이 될 전망이다. 사람과 분리된 펜스 없이도 딥러닝 기반으로 작업하는 두산로보틱스의 차세대 협동 로봇이나 장애물을 스스로 피하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자율이동로봇(AMR), 뉴로메카의 자율이동형 용접 로봇 등이 특구 내에서 자유롭게 성능의 한계를 테스트할 수 있게 됐다.

로봇 기업들은 특구 내 자유로운 주행 및 작업 환경을 통해 방대한 원본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로봇의 자체 AI 제어 시스템을 고도화해, 단순 하드웨어 부품 제조사에서 현장 맞춤형 무인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할 수 있는 밸류체인 전환의 계기가 마련됐다.

◆ 로봇 기술 수혈받는 장비…하드웨어 넘어 자율작업 진화

로봇 기업들이 특구에서 완성한 고도화된 기술력은 무인화 도입 상용화에 노력하고 있는 건설기계 업계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전망이다. 기존 건설기계 산업은 작업자의 숙련도에 따라 시공 품질과 생산성이 크게 좌우되는 하드웨어 중심의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로봇 특구 지정을 통해 장비의 규격이 소프트웨어와 AI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관측된다.

HD건설기계, 두산밥캣 등은 인력난이 심각한 북미 등 선진 인프라 시장을 겨냥해 '자율작업 장비' 상용화에 역량을 쏟고 있다. 로봇 특구에서 검증된 정밀 라이다(LiDAR) 센서와 자율주행 알고리즘, 그리고 AI 관제 소프트웨어가 굴착기와 지게차에 융합된다면 '완전 무인 굴착기'의 상용화 시기는 크게 앞당겨질 수 있다. 

이는 비즈니스 모델의 근본적인 진화를 의미한다. 건설기계 제조사들이 장비를 한 번 팔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무인 시공 소프트웨어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주며 수익을 내는 '구독형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붕괴 위험이 있는 극한의 현장에서 사람이 탑승하지 않고도 기기 스스로 지형을 파악해 24시간 시공을 완료하는 '제로 사고·고효율' 생태계가 점진적으로 현실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 노동 집약의 한계, 로봇 동맹 기반 스마트 야드로 돌파

조선업 생태계 역시 무르익은 로봇 기술을 낡은 야드에 수혈해 스마트 야드 혁신에 속도를 더할 것으로 관측된다. K-조선은 넉넉한 수주 잔고를 확보했으나, 만성적인 숙련공 부족과 국가 주도로 로봇을 도입하는 일본의 추격 속에서 야드 자동화가 생존의 필수 과제로 부상했다.

정부 특구 정책을 통해 로봇 기업들의 실증이 가속화되면, 로봇 공급 기업과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간의 기술 동맹 역학 관계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로봇 기업이 만든 'AI 기반 정밀 용접 협동 로봇'이나 '자율주행 블록 운반 로봇'이 대형 조선소의 고위험 공정에 직접 투입되는 구조다. 조선사들은 노동 집약적 한계를 벗어나 생산성의 초격차를 유지하고, 로봇 기업들은 조선소라는 거대하고 확실한 수요처를 확보하며 동반 성장하는 생태계가 조성될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 특구에서 빗장이 풀린 첨단 융복합 기술은 결국 그것을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중후장대 산업 현장에 이식될 때 진정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며 "국내 로봇 기업들의 실증 데이터가 실제 조선·건설기계의 밸류체인 혁신으로 매끄럽게 직결되도록, 글로벌 인증 연계를 비롯한 민관 합동의 후속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