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중 여론 누그러지나…K배터리 IRA 방어막 시험대
수정 2026-04-18 09:14:08
입력 2026-04-18 09:14:21
김동하 기자 | rlacogk@mediapen.com
미국 내 중국 긍정 여론 2배 껑충…중간선거 앞두고 규제 완화 기대감
반값 전기차 급한 미국 완성차, 여론 업고 중국 배터리 우회 도입 로비 전망
북미 생태계 선점했던 K배터리 비상…"보호막 의존 벗어나 자생력 키워야"
반값 전기차 급한 미국 완성차, 여론 업고 중국 배터리 우회 도입 로비 전망
북미 생태계 선점했던 K배터리 비상…"보호막 의존 벗어나 자생력 키워야"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미국 내 대중국 여론에 기류 변화가 감지되면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라는 보호막을 통해 북미 생태계를 선점해 온 국내 배터리 업계 밸류체인 셈법이 복잡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미·중 긴장 완화 분위기가 조성될 경우 반값 전기차 출시를 위해 값싼 중국산 배터리를 원하던 미국 완성차 업계의 규제 완화 로비가 한층 거세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
||
| ▲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 배터리공장 전경./사진=LG에너지솔루션 | ||
◆"반값 전기차 급하다"…미국 완성차 우회 진입 명분 싣나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발표한 결과에서 미국인들의 중국에 대한 긍정 인식 비율은 27%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2배가량 급등했다. 이러한 여론 기류 변화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를 돌파하기 위해 값싼 중국산 배터리를 도입하려는 미국 완성차 업체(OEM)들의 규제 완화 로비에 명분을 제공할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포드, 테슬라, 제너럴모터스(GM)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보조금 규제를 피하기 위해 중국 배터리 기업의 장비와 기술만 빌려 미국 내 공장을 짓는 '기술 라이선싱(LRS)' 방식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거나 추진 중이다. 원가가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반값 전기차'를 내놓아야 하는 완성차 업체들 입장에서는, 반중 여론이 누그러진 현시점이 중국 기술을 현지에 이식할 적기로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완성차 업계의 우회 전략이 본격화될 경우, 북미 시장에서 프리미엄 삼원계(NCM) 배터리를 중심으로 대규모 합작 생태계를 구축해 온 K배터리의 시장 지배력에 균열이 생길 우려가 높다. 중국 기업들이 보급형 시장을 지렛대 삼아 북미 완성차 밸류체인에 깊숙이 침투하게 되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중장기적인 가동률과 수익성 방어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중국보다 먼저 선점"…LG·SK, LFP 및 46파이 양산 총력
이에 맞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중국이 북미 보급형 시장을 장악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속도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방어 수단은 전기차용 LFP 배터리와 미드니켈 배터리의 양산 일정을 획기적으로 앞당기는 것이다. 기존에는 2026년경을 목표로 LFP 양산 로드맵을 가동했으나, 고객사의 저가 배터리 갈증을 조기에 해소하기 위해 연구개발 및 양산 체계 구축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폼팩터 다변화를 통한 맞춤형 물량 공세도 본격화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46시리즈(지름 46㎜ 원통형 배터리) 양산을 오창 공장 등을 통해 조기에 가동하며 보급형 및 차세대 라인업을 동시에 장악한다는 전략이다. SK온 역시 강점을 지닌 파우치형을 넘어 각형 배터리 개발을 완료하고, 급속충전(SF) 기술을 접목한 보급형 제품으로 북미 완성차 업체들의 다양한 요구에 즉각 대응할 채비를 갖췄다.
업계에서는 K배터리가 이러한 보급형 라인업 전환을 얼마나 신속하게 이루어내느냐가 북미 시장 방어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보조금 리스크가 전혀 없는 완벽한 탈중국 공급망을 기반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LFP와 46파이 배터리를 적기에 공급한다면 미국 완성차 업체들로서도 굳이 정치적 논란을 감수하며 중국과 기술 제휴를 맺을 유인이 크게 반감되기 때문이다.
◆"기술 제휴로는 못 따라온다"…삼성SDI 전고체 등 펀더멘털 고도화
단기적인 보급형 속도전과 더불어 중국이 단순한 기술 흉내 내기(LRS)로는 결코 쫓아올 수 없는 압도적인 '초격차 기술 해자' 구축도 가속화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SDI는 프리미엄 배터리 시장에서의 확고한 우위를 유지하면서, 궁극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ASB)' 상용화 시점을 2027년으로 못 박고 차세대 생태계 선점에 매진하고 있다. 화재 위험을 혁신적으로 낮추고 에너지 밀도를 극대화한 전고체 기술은 중국의 저가 공세를 무력화할 핵심 카드로 꼽힌다.
공정 혁신을 통한 근본적인 원가 절감 전략도 K배터리 3사의 핵심 무기다. 액체 용매를 사용하지 않아 제조 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건식 전극 공정이나 실리콘 음극재 적용을 통한 성능 고도화 등은 고도의 양산 노하우가 필요해 단기간에 후발주자가 따라잡기 어려운 영역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이러한 스마트 팩토리 기반의 수율 혁신을 통해 체질 개선을 이뤄내고 있다.
결국 미국 정치 지형 변화라는 외풍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배터리 산업의 기초 체력(펀더멘털)을 다지는 것이 유일한 해법으로 지목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 규제 완화 움직임은 언제든 완성차 업계가 중국 기술을 차용할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는 위험 요소"라며 "국내 기업들은 신속한 보급형 라인업 가동으로 당장의 시장 누수를 막는 동시에, 차세대 폼팩터와 전고체 기술을 완성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K배터리 생태계에 완전히 종속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