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방·소송 넘어 ‘상생’ 택한 라이벌… 한국 경제 키운 50년 엔진
노트북·TV 이어 ‘게이밍 모니터’까지 동맹… 중국 추격 뿌리칠까
[미디어펜=조우현 기자]1969년 삼성전자의 가전 진출 이후 오랜 시간 동안 삼성과 LG는 ‘숙명의 라이벌’이었다. 때로는 날 선 비방전과 법정 공방도 서슴지 않았지만, 역설적으로 양사의 치열한 경쟁은 한국 전자산업을 글로벌 반열로 끌어올린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그리고 2026년 현재, 양사는 이제 ‘전략적’으로 거듭나고 있다. 50년간 서로를 견인하며 성장해온 라이벌 관계가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필승을 위한 공조 체제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 1969년 삼성전자의 가전 진출 이후 오랜 시간 동안 삼성과 LG는 ‘숙명의 라이벌’이었다. 때로는 날 선 비방전과 법정 공방도 서슴지 않았지만, 역설적으로 양사의 치열한 경쟁은 한국 전자산업을 글로벌 반열로 끌어올린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사진=미디어펜


◆ 대한민국 경제 성장 견인한 ‘50년 기술 전쟁’

업계에서는 오늘날 한국 가전과 TV가 세계 시장을 제패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양사의 치열한 라이벌 의식을 꼽는다. 

실제로 2012년 냉장고 용량을 두고 벌어진 실측 논쟁이나 2014년 독일 가전 전시회(IFA)에서의 세탁기 파손 논란, 그리고 2019년 8K TV의 화질 선명도(CM)를 놓고 벌인 비방전은 당시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진흙탕 싸움’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러한 갈등은 곧 글로벌 표준을 뛰어넘는 혁신 제품을 끊임없이 쏟아내게 만들었다. 경쟁사 보다 더 앞서가려는 노력이 한국 IT 산업의 기초 체력을 키운 자양분이 된 셈이다.

이처럼 치열하게 맞붙으면서도 국익이 위태롭거나 산업 전반에 위기가 닥칠 때면 양사는 기꺼이 상생의 DNA를 발휘해왔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 속에서 단행한 모니터 패널 교차 구매는 한국 기업 간 상생의 상징적인 물꼬를 튼 사건이었다. 

또한 2017년 대만 폭스콘에 인수된 샤프가 삼성전자에 LCD 패널 공급을 전격 중단하며 ‘공급 절벽’ 위기를 몰고 왔을 때,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가 대형 패널을 긴급 공급한 사례는 업계의 유명한 일화다.

결국 삼성과 LG는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위협적인 적수인 동시에, 글로벌 1위를 향해 함께 달려가는 가장 든든한 페이스메이커였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축적은 이제 중국의 공세에 맞선 ‘OLED 연합군’이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진화하는 밑거름이 됐다.


◆ 2026년 ‘게이밍 동맹’으로 완성된 OLED 초격차

이러한 협력의 역사는 최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3년 7월부터 83형 OLED TV에 LG디스플레이 패널을 탑재해 북미 등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했고, 같은 해 11월에는 국내 시장으로 모델을 확장하며 본격적인 ‘OLED 연합군’의 탄생을 알렸다.

최근 양사의 협력은 TV를 넘어 고부가가치 시장인 게이밍 모니터로 전격 확대됐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게이밍 모니터인 ‘오디세이 G7’에 LG디스플레이의 W-OLED 패널을 탑재하기로 했으며, LG전자는 하반기 신제품에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패널을 채택한다. TV와 노트북(LG 그램)에서 증명된 협력 효과를 모니터 시장으로 확산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TV 시장에서의 ‘혈맹 효과’는 이미 수치로 입증됐다.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 패널을 전방위로 채택한 이후, 삼성의 OLED TV 출하량은 2023년 약 100만 대에서 지난해 200만 대로 두 배 급증하며 시장 판도를 뒤흔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LG의 50년 경쟁이 한국 경제의 덩치를 키웠다면, 이제의 협력은 그 체력을 글로벌 초격차로 바꾸는 과정”이라며 “과거 서로를 밀고 끌어주며 성장했듯, 이제는 하나 된 팀으로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수성할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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