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KB금융지주가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착수할 예정인 가운데 양종희 회장의 연임을 둘러싼 분위기가 기존과 달리 신중론으로 기울고 있다. 견조한 실적에도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드라이브가 본격화되면서 결과를 단정하기 어려운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

   
▲ KB금융지주가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착수할 예정인 가운데 양종희 회장의 연임을 둘러싼 분위기가 기존과 달리 신중론으로 기울고 있다./사진=KB금융지주 제공.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이달 중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가동하고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다만 이번 선임에서는 '절차 검증'이 핵심 변수로 부상하면서 과거처럼 성과 중심 평가만으로 연임이 결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양 회장의 경영 성과를 감안할 때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KB금융은 최근 몇 년간 순이익 5조원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이익 체력을 끌어올렸고, 지난해에는 5조843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은행과 증권 등 주요 계열사의 견조한 성장과 비은행 부문 비중이 30% 후반까지 확대되며 포트폴리오 다변화성과도 가시화됐다.

주주환원 정책 역시 긍정적 요소로 꼽힌다. KB금융은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을 병행하며 지난해 총주주환원율 52.4%를 기록했다. 주주환원 규모는 3조600억원으로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처음으로 3조원을 넘어섰다. 이같은 흐름은 기업가치 제고 기조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최근 들어 연임을 둘러싼 판단 기준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면서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 전반에 대한 규율 강화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성과 중심 평가에서 절차 중심 검증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책 환경 역시 연임 구도를 좌우할 변수다.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재임 구조를 '부패한 이너서클'이라고 지적한 이후 금융당국은 지배구조 개선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관련 제도 정비에 착수했다. 당국은 회장 연임 시 의결 요건 강화, 사외이사 단임제, 성과급 환수제(클로백 제도) 도입 등을 포함한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최근에는 국민연금의 사외이사 추천 확대 등 이사회 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까지 추가로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기조는 금감원의 행보에서도 드러난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오는 22일 8대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고 지배구조 개선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취임 이후 처음 열리는 자리로 금융지주 이사회 운영과 CEO 선임 절차 전반에 대한 당국의 시각이 직접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간담회는 금융당국의 금융지주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 발표 시점과 맞물리며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원장은 최근 "모범 규준 수준이 아닌 입법 수준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제도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KB금융 회장 선임은 '성과'와 '지배구조'라는 두 축이 동시에 작용하는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실적 측면에서는 연임을 뒷받침할 요인이 충분하지만, 지배구조 변수로 인해 결과를 단정하기 어려운 만큼 과거보다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흐름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실적과 주주환원 성과가 연임의 핵심 기준이었지만, 지금은 회추위 구성과 후보 검증 절차 자체가 중요한 평가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며 "사실상 연임 심사가 아니라 재검증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지배구조 변수로 인해 결과를 단정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면서 과거보다 불확실성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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