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관련 규제 강화, 시장 정화 '모멘텀' 될까
   
▲ 이원우 경제부 차장
이제 와서 금양의 상장폐지 가능성에 놀라는 사람은 막상 별로 없다. 광기의 한가운데에서 그것이 광기라는 걸 인지하는 건 의외로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다만 그 광기와 자신의 '관계'를 규정짓는 일이 어려울 따름이다. 두고만 볼 것인가, 그 파도 위에 올라탈 것인가? 

금양 주가가 최고가를 찍은 것은 2023년 7월로 장중 한때 19만4000원까지 오른 적이 있다. 리튬 광산 개발, 2차전지 제조업 진출 등의 계획을 발표하는 때마다 시장은 반신반의 했지만, 어쨌거나 에코프로가 촉발시킨 2차전지 붐이 최대한 오래 지속되기를 모두가 바랐던 시점이었다. 천정부지로 주가가 치솟는 동안 별별 일들이 다 일어났지만 주가만 올라준다면 아무래도 좋았다. 그렇게 금양은 시가총액 10조원을 돌파하며 돈의 탑을 쌓았다.

금양 홍보이사 출신의 세칭 '밧데리 아저씨'가 추천한 2차전지 8개 종목의 최근 주가를 보면 그 이후로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지를 대충 가늠해볼 수 있다. 최고가 대비 에코프로·나노신소재·POSCO홀딩스는 반토막이 났고, 에코프로비엠·포스코퓨처엠·LG화학·SK이노베이션은 3분의 1토막이 났다. 얼마 전에 1분기 적자전환 소식을 전한 LG에너지솔루션 정도만이 약 30% 하락에 그쳤을 뿐이다.

이들 종목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폭발적으로 밀어올린 증시 상승의 수혜도 거의 받지 못했다. 하기야 그런 종목이 2차전지주들만은 아니다. 반도체를 제외하고는 막상 별로 오른 것도 없는 게 코스피 6000의 진면목이다. 다만 최고가에서의 불꽃놀이가 너무나 화려했던 탓에 2차전지주 주주들의 상실감이 유독 더 컸으리라고 짐작해볼 뿐이다.

   
▲ 욕망의 결정체인 돈을 매개로 움직이는 이 시장에서는 이해관계자 모두가 자기 나름대로 최선의 판단을 하려고 고군분투 한다. 선뜻 이해되지 않는 장면이 눈에 띈다면 분명히 다른 이유가 숨어있게 마련이다./사진=김상문 기자


일이 이렇게 되는 동안 증권사들은 뭘 했느냐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실제로 금양 주가가 20분의 1토막 나는 동안 금양에 대해 심층분석한 레포트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에코프로에 대해 이례적으로 '매도' 보고서를 냈던 증권사 연구원은 인격모독 수준의 사이버 불링을 당했고, 출근길에 항의자들을 마주쳐 봉변을 당했다. 분위기가 이랬는데 누가 금양의 목에 '매도 보고서'라는 방울을 달 수 있었을까? 

욕망의 결정체인 돈을 매개로 움직이는 이 시장에서는 이해관계자 모두가 자기 나름대로 최선의 판단을 하려고 고군분투 한다. 선뜻 이해되지 않는 장면이 눈에 띈다면 분명 다른 이유가 숨어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시장을 조금이라도 건전하게 만들어가기 위해선 각자가 판단을 내리는 토대, 즉 제도를 잘 수립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마저도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당국의 예고대로 7월부터 상장폐지 관련 규제가 강화된다면 단기적으로 시장의 충격파는 계속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회사들이 너무나도 느슨한 규제 속에서 상장돼온 현실을 고려한다면 이것은 언젠가는 치러야 했던 통과의례일지 모른다. 한때나마 섹터 전체의 방향타 노릇을 했던 회사가 불과 2-3년 만에 상폐 위기에 놓이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얼마만큼의 고통이 더 필요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언젠가는 걸어야 할 길이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