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위기 고조에 포장재 수급 불안 가중, 비축 재고 소진 임박
대체 소재 전환시 품질 유지·안정성 검증 필요…단기 대응 난항
“개별 기업 차원 대응에 한계”…원가 부담 심화, 생산 차질 우려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미국과 이란의 휴전 종료를 앞두고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내 식품업계에 ‘포장재 대란’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뚜렷한 대응 방안이 없는 상황인 만큼,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등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대형마트 매대에 김치 제품이 진열된 모습./사진=미디어펜 김성준 기자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은 제품 포장 비닐과 필름, PET용기 등 주요 포장재 재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포장재 핵심 원료인 나프타의 공급이 불안정한 상황인 만큼, 포장재 수급도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현재 보유한 포장재 재고분은 약 1개월 치 정도로 아직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진 않다”면서도 “포장재 가격 인상부터 생산 중단까지 다양한 상황을 검토하고 있지만, 전례가 없던 일인 만큼 현재로선 재고가 떨어진 뒤의 상황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포장재 수급과 관련해) 당장 생산에 차질이 빚어진 상황은 아니지만, 계속 재고가 줄고 있어 전반적으로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면서 “포장재 수급을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개별 기업이 대응하긴 어려운 문제”라고 전했다.

라면과 과자 등 가공식품 포장재에 사용되는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PE), 페트(PET) 등은 모두 원유를 정제한 나프타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국내 나프타 공급의 70% 이상은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현지 정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통상 6개월가량 재고분을 확보하는 식품 원자재와 달리, 부피가 크고 수시 생산이 가능한 포장재는 필요 이상의 재고를 비축하지 않는 품목이었다.

식품업계에서는 종이 포장재나 재생·바이오 소재 도입 등 자구책을 검토하고 있지만, 단기간 내 전환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가공식품의 경우 제품 변질을 막기 위해 외부 공기를 차단하는 밀봉이 필수적인데, 종이 소재는 장기 유통 시 제품이 눅눅해지거나 변패될 우려가 크다는 설명이다. 유통기한이 긴 가공식품의 특성상, 오랜 연구와 검증 없이 단기간에 포장 소재를 변경하는 것은 식품 안전성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식품기업 관계자는 “가공식품의 포장재는 단순히 제품을 감싼 겉껍질이 아니라 제품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연구개발의 결과물”이라며 “제품마다 특성에 따라 포장 기술을 개발해 적용하는 것이어서, 소재만 바꾼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사태의 심각성이 커지자 한국식품산업협회를 비롯한 식품·외식산업 13개 단체는 지난 9일 정부에 공동 건의서를 제출하고 종합 대응을 요청했다. 협회는 포장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제품 생산 및 외식업 운영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식품 포장재 원료의 우선 공급과 원가 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 등을 요구했다. 

정부는 농식품부·산업통상자원부·식품의약품안전처가 참여하는 범부처 수급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하고, 식품기업과 포장재 기업의 원·부자재 상황을 상시 점검하며 수급 불안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식품업계에서는 근본적인 원료 공급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포장재 수급 불안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포장재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문제는 포장재 원료인 나프타 수급 부족에 따른 것으로 개별 기업에서 해결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니다”라며 “상황이 급박해지면 자재 단가 급등으로 원가 부담은 물론 생산에도 막대한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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