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대전환⑨] 성장률 0.5%p 끌어올릴 마법...'네거티브'가 AX 생존법
수정 2026-04-21 11:47:57
입력 2026-04-21 11:29:38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이재명 대통령 “규제 시스템 네거티브 전환”
역대 정권 되풀이한 ‘희망 고문’ 뛰어 넘어야
역대 정권 되풀이한 ‘희망 고문’ 뛰어 넘어야
AI를 중심으로 산업 패러다임이 빠르게 전환하는 가운데, 규제 체계 역시 이에 걸맞은 변화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국내 IT 산업은 사전 허용 중심의 규제 구조 하에 혁신 속도와 시장 대응력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글로벌화된 AI 주도권 싸움은 기술 선점을 위해 각국 정부의 주도 하에 면밀히 이뤄지고 있다. 한국 역시 AI 생태계 조성을 위해 빠른 의사결정 등 속도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미디어펜은 포지티브 규제 위주의 현행 구조의 특징을 분석하고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 필요성과 경제적 파급 효과, 해외 주요국의 정책 흐름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저도 사실 말은 이렇게 해놓고 엄청 불안해요. 사고나면 어떡하지, 그러나 믿어야 되겠죠.”
지난 15일, 이재명 대통령이 규제합리화위원회 첫 회의에서 던진 말이다. AX(AI 전환) 시대를 맞아 ‘통상 국가’로서의 생존을 위해 규제 시스템을 ‘네거티브(원칙 허용·예외 금지)’로 완전히 바꾸겠다는 파격적인 선언이다.
![]() |
||
| ▲ 규제 개혁이 역대 정부마다 ‘단골 공약’에 그쳤던 전례가 있는 만큼, 업계는 이번 선언이 구호를 넘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긴장 섞인 시선으로 주시하고 있다. 서울시 전경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
이 대통령은 “통상 국가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국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첨단산업 분야부터 규제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할 것을 주문했다. 국정 책임자가 직접 ‘불안’을 언급하며 고강도 체질 개선을 예고하자, 산업계의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다만 규제 개혁이 역대 정부마다 단순히 ‘공약’ 선언에 그쳤던 전례가 있는 만큼, 업계는 이번이 구호를 넘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긴장 섞인 시선으로 주시하고 있다.
◆ ‘전봇대’와 ‘암덩어리’… 10년 넘게 되풀이된 선언
규제 시스템을 네거티브로 전환하겠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CEO 출신으로 현장을 잘 아는 이명박 대통령은 이른바 ‘대불공단 전봇대’를 규제 개혁의 상징으로 내세우며 대대적인 공세를 펼쳤다. 기업의 발목을 잡는 대못을 직접 뽑아내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대통령이 직접 ‘원칙 허용, 예외 금지’ 체계를 공론화하며 서비스 산업의 선진화를 독려했음에도, 관료 조직은 요지부동이었다. 성문법 체계에 길들여진 관료들은 법 조항에 매달리며 ‘시스템 전체의 네거티브 전환’보다는 눈에 보이는 일부 규제를 푸는 ‘시늉’에 그쳤다.
박근혜 정부 역시 규제를 ‘암덩어리’ 혹은 ‘쳐부숴야 할 원수’로 규정하며 강도 높은 드라이브를 걸었다. 부처가 규제의 필요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폐지하는 ‘규제 기요틴(Guillotine)’을 도입하고 네거티브 방식의 법제화를 시도했다.
그럼에도 ‘손톱 밑 가시’를 뽑겠다는 의지는 이해관계가 첨예한 신산업 분야에서 기존 이익 단체의 반발에 부딪히며 결실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 샌드박스 ‘임시방편’… 공무원의 ‘불안’이 기업의 ‘대못’ 된다
앞서 본보가 지적했듯([AI 대전환⑧] 참조), 국내 AI 스타트업의 98%가 규제 대응에 무방비로 노출될 만큼 현장의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의 늪’을 탈출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도입한 ‘규제 샌드박스’ 역시 7년이 지난 지금, 현장의 평가는 냉정하다. 샌드박스는 ‘한시적·조건부’ 허용일 뿐, 법령 자체가 바뀌지 않으면 기한 종료 후 다시 사업을 접어야 하는 ‘시한부 혁신’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혁신의 상징이었던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가 이른바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멈춰 선 것도 문재인 정부 시절이다. 세계 1위 승차 공유 서비스인 우버(Uber) 역시 10년째 한국 시장 변두리만 맴돌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규제 혁파를 외치는 구호는 넘쳐났지만, 실상은 기존 규제를 살짝 비껴가는 ‘특례’를 신설하거나 명칭만 바꾼 제도를 내놓는 식의 ‘희망 고문’의 반복이었던 셈이다.
◆ “규제 1점 개선 시 성장률 0.5%p↑”…10조 원 부가가치 창출은 덤
이는 글로벌 혁신 기업들의 생존율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글로벌 100대 유니콘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분석한 결과, 무려 17곳이 한국에서는 창업이 불가능하거나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유 숙박(오요룸스), 승차 공유, 원격 의료 등 AX 시대 핵심 분야의 스타트업 8곳은 아예 사업이 불가능했고, 9곳은 낡은 규제에 묶여 반쪽자리 영업만 가능했다.
100대 유니콘 중 한국 기업이 핀테크 업체인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단 한 곳에 불과한 것은, ‘포지티브 규제’라는 그물망이 혁신을 얼마나 철저히 가로막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뼈아픈 예시다.
결국 대통령이 언급한 ‘불안’은 곧 실무 관료들이 느끼는 ‘공포’와 맞닿아 있다. 사후 책임과 징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공무원이 불안해하면 결국 기업의 혁신도 살아남을 수 없게 된다.
반면 네거티브 규제 전환이 가져다줄 경제적 파급효과는 압도적이다. 규제 지수를 단 1점만 개선해도 경제성장률이 0.5%p 상승하고, 연간 10조 원 이상의 부가가치가 창출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네거티브 체제 하에서 자율적으로 성장한 기업은 유니콘 달성 기간을 평균 1.5년 이상 단축한다. 무엇보다 큰 수확은 기업들이 규제 당국의 눈치를 보는 대신 “어떻게 혁신할까”를 고민하며 마음껏 춤출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한 경제 단체 관계자는 “대통령의 ‘믿음’이 실효를 거두려면, 사고가 나도 공무원이 책임지지 않게 해주는 적극행정 면책 강화 등 구체적인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기업의 개인기가 시스템의 지원을 받을 때 비로소 네거티브 규제의 폭발적인 경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