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약가·보험 변화…비만약 시장 ‘확대 속 수익성 압박’
주사·경구 분화 전략…국내제약사, 글로벌 겨냥 포트폴리오 재편
[미디어펜=박재훈 기자]비만 치료제 시장이 주사제 중심에서 경구제와 차세대 기전 경쟁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국내 제약사들도 주사제·경구제를 분리 대응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글로벌 제약바이어 공략에 나서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GLP-1 주사제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는 경구용 비만약의 해로 불릴 정도로 제형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경구용 GLP-1의 첫 도입과 GLP-1 독점 특허의 부분 소멸, 미국 메디케어의 비만 단독 적응증 포함 논의가 맞물리며 치료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올해는 경구용 비만치료제"…규모 확대에 수익성이 숙제

   
▲ 일라이릴리, 비만치료제 마운자로./사진=Wikimedia Commons


실제로 노보 노디스크는 세마글루티드 기반 경구용 제제를 출시했고 일라이 릴리 역시 경구 GLP-1 후보 ‘올포글리프론’의 미국 승인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업계에서는 세계보건기구(WHO)가 GLP-1 계열 의약품의 비만 치료 사용을 공식 권고하고 일부 유럽 국가가 비만을 만성질환으로 규정해 보험·보상 체계를 재정비하는 흐름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는 콜드체인과 주사 기피 부담이 없는 경구제는 순응도와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된다.

이런 가운데 비만약구매의 판단 기준을 바꾸는 변수로 특허, 가격, 보험 정책 변화가 꼽힌다. 위고비의 주성분 세마글루티드는 2026년부터 인도·캐나다·중국·브라질·튀르키예 등에서 특허가 순차 만료될 예정이다. 해당 국가들은 전 세계 인구의 약 40%, 비만 성인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은 제네릭·바이오시밀러 진입으로 가격이 하락하고 민간 시장 확대와 공공 보험 편입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약가 인하 정책과 메디케어 적용 논의가 맞물리면서 시장은 '규모 확대 및 수익성 압박’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차세대 비만약 경쟁은 주사제 내부에서도 심화되는 양상이다. BRIC과 보건산업진흥원 등에 따르면 개발 트렌드는 GLP-1 단일 기전에서 GLP-1/GIP, GLP-1/GIP/GCG 삼중 작용 등 다중 수용체 전략으로 이동하고 있다. 마운자로가 GLP-1/GIP 이중 작용제로 상업적 성과를 낸 데 이어 월 1회 투여가 가능한 장기 지속형 제제와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심혈관 질환 개선을 동시에 겨냥한 후보들이 후기 임상에 진입했다.

마운자로의 해당 행보는 단일 GLP-1 주사만으로는 프리미엄 유지가 어려워지고 다중 기전과 적응증 확장성을 갖춘 자산이 거래의 중심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는 주사제 일동은 알약"…전략 국체화하는 K-비만약

   
▲ 한미약품 R&D센터./사진=한미약품


국내 제약사들도 이 같은 변화에 맞춰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삼중 작용 기반 비만·대사질환 후보와 CRF2 수용체 타깃 비만약 데이터를 해외 학회에서 공개하며 차별화된 효능과 체성분 개선 프로파일을 강조하고 있다.

동시에 평택 공장을 기반으로 GLP-1 주사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올해 하반기 국내 출시를 추진하며 약 8000억 원 규모로 추산되는 내수 시장 선점에 나설 계획이다.

반면 일동제약은 경구제와 플랫폼 기술 중심 전략을 택했다. 일동제약 자회사 유노비아는 1일 1회 복용하는 경구용 GLP-1 수용체 작용제 ‘ID110521156’을 개발 중이며 글로벌 임상 2상 진입과 기술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임상 1상을 마치고 난 뒤 현재 라이선스-아웃 등에 대한 준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실제로 해외에서도 관심을 갖고 문의를 주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글로벌 제약바이어의 평가 기준도 한층 정교해지고 있다. 체중 감소율 20% 이상과 장기 유지 데이터는 기본 조건으로 자리 잡았고 위장관 부작용, 근감소, 담석·췌장염 등 안전성 이슈와 함께 투여 편의성(주 1회·월 1회 주사 또는 1일 1회 경구), 비용 대비 효과, 심혈관·대사·간질환 등 추가 적응증 가능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한국 시장이 세계 5위 규모이면서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만큼 국내 실사용 데이터와 급여 경험 역시 글로벌 확장의 참고 지표로 활용된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만약 시장에서의 선택 기준은 이제 제형의 문제가 아니라 제형과 기전을 어떻게 조합해 환자군과 국가별 보험 구조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느냐”라며 “국내사도 내수용 주사제와 수출형 경구제를 병행 배치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전략적 입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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