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면서 대출 시장 흐름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대출 수요는 확대되는 반면 공급은 규제와 리스크 관리에 묶여 차주들의 자금 조달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단순한 금리 문제를 넘어 빌리고 싶어도 빌리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되는 모습이다.

   
▲ 대출 수요는 확대되는 반면 공급은 규제와 리스크 관리에 묶여 차주들의 자금 조달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맞춰 대출 취급을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도가 제한되고 신용위험 확대가 맞물리면서 앞으로 돈 빌리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전날 발표된 한국은행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에서도 확인된다. 조사에 따르면 2분기 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4로 전분기(-1)보다 낮아지며 대출 기준이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너스 폭이 커질수록 대출을 강화하는 금융회사가 많다는 의미다.

특히 가계대출에서 조임 강도가 두드러졌다. 가계 주택대출에 대한 태도지수는 –8로 조임 강도가 가장 컸다. 신용대출 등 기타 가계대출도 –3으로 집계됐다. 이는 금융사들이 가계대출 전반에 대해 대출 공급을 보수적으로 운용할 계획임을 시사한다.

신용위험 확대도 대출 공급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은행의 신용위험지수는 1분기 26에서 2분기 29로 높아졌다. 상호저축은행과 신용카드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에서도 위험 인식이 강화됐다. 이는 경기 둔화와 취약 차주의 상환능력 저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에서도 자금 수요가 꺾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의 대출수요지수는 1분기 13에서 2분기 17로 상승하며 수요 확대 전망이 우세해졌다. 특히 중소기업(22→28)을 중심으로 자금 수요가 두드러졌다. 가계의 경우 -3으로 감소세가 이어졌지만, 전분기(-8)보다 감소 폭은 완화됐다.

시장에서는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 자체는 줄지 않았지만, 정부 규제와 리스크 관리가 강화되면서 실제 자금 공급이 제한된 구조로 평가하고 있다. 일각에선 자금이 필요한 곳으로 원활히 공급되지 않는 '미스매치'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특정 부문으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출 접근성에도 양극화가 심화되는 모습이다. 가계대출 규제가 과도한 차입을 통한 수요를 억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음에도 심사 기준 전반이 강화되면서 취약 차주의 대출 접근성이 더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신용위험 확대 속에 금융사들이 우량 차주 중심으로 대출을 선별하면서 저신용 차주일수록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요는 유지되고 있지만 규제와 리스크 관리 강화로 실제 대출로 이어지기 어려운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며 "당분간 대출 문턱이 추가로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