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보다 시간...항공사 선택 기준, '정시성'이 핵심 경쟁력
수정 2026-04-22 15:14:29
입력 2026-04-22 15:14:36
이용현 기자 | hiyori0824@mediapen.com
유류할증료 급등에 가격 경쟁 약화… 항공 선택 기준으로 ‘정시성’ 부상
[미디어펜=이용현 기자]유가 상승에 의해 국제선 유류할증료 인상이 이어지며 항공사 간 운임 격차가 좁혀지는 가운데 소비자의 선택 기준이 가격에서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일정 지연과 같은 직접적인 불편을 줄이는 ‘정시 운항률(OTP)’이 핵심 경쟁 지표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시성은 표면적으로는 ‘시간을 지키는 능력’이지만 실제로는 항공사 운영 전반의 완성도를 반영하는 종합 지표다. 항공기 정비 상태, 운항 스케줄 설계, 공항에서의 회항(턴어라운드) 운영, 연결편 관리 등 복합적인 요소가 동시에 작동해야 안정적인 수치가 나온다. 특히 항공기 운항은 하나의 지연이 다음 항공편으로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갖고 있어 초기 지연을 얼마나 억제하느냐가 전체 정시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 |
||
| ▲ Cirium에 따르면 최근 티웨이항공, 제주항공, 대한항공 등 국내 항공사 3곳은 2026년 3월 아시아·태평양 노선 정시성 순위에서 나란히 2~4위를 기록했다./사진=재미나이 생성 | ||
◆가격 대신 시간…항공 선택 기준 바뀐다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항공사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티켓 가격 △정시성 △예약·탑승 편의성으로 집계했다.
특히 ‘정시성’은 현재 유류할증료 인상이 최고 수준인 33단계까지 오르는 등 티켓 가격 경쟁이 어려워지면서 소비자들이 항공사 선택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 항공사들의 최근 성과도 같은 맥락이다. 항공 데이터 분석기관 Cirium에 따르면 최근 티웨이항공, 제주항공, 대한항공 등 국내 항공사 3곳은 2026년 3월 아시아·태평양 노선 정시성 순위에서 나란히 2~4위를 기록했다. 통상 국가별로 1개 항공사만 상위권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동일 국가 소속 항공사들이 동시에 상위권에 포진한 것은 이례적인 장면이다.
이전 월별 정시성 자료를 살펴보면 이번 순위는 단기적인 급등이라기보다 ‘구간 이동’의 결과에 가깝다. 2025년 10월 기준 아시아·태평양 정시성 순위에서 티웨이항공은 7위, 대한항공은 8위에 머물며 중위권에 위치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 항공사들은 상위권 진입보다는 안정적인 운항 유지에 초점을 둔 흐름이 강했다.
하지만 이후 11월 자료에서는 티웨이항공이 5위로 올라서며 Top5 진입 가능성을 보여줬고, 정시성 지표 역시 80% 수준으로 개선됐다. 결국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면서 지난 3월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 대한항공 등 국내 항공사 3곳이 동시에 2~4위권에 진입하는 ‘군집 상승’ 형태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특정 항공사의 성과가 아니라 복수 항공사가 동일 구간을 동시에 돌파한 사례로 항공사 개별 전략을 넘어 국내 항공업계 전반의 운영 효율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왔음을 보여준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정시성은 항공기 정비, 스케줄 설계, 회항 시간 관리, 연결편 운영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지표라는 점에서, 단기간 개선이 쉽지 않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위권에 머물던 항공사들이 일정 기간을 거쳐 상위권에 집단 진입했다는 점은 단순한 순위 변동이 아닌 ‘운영 체계의 단계적 고도화’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평가 이어 국내 평가서도 상위권 정시성 평균 '우수'
![]() |
||
| ▲ 국내 국적 항공사의 운항 신뢰성은 평균 ‘우수(B+)’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반면 외항사 평균은 국내보다 낮은 보통(B) 수준에 머물렀다./사진=재미나이 생성 | ||
국내 평가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된다. 지난 17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5년 항공교통서비스 평가’에서 국내 국적 항공사의 운항 신뢰성은 평균 ‘우수(B+)’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반면 외항사 평균은 국내보다 낮은 보통(B) 수준에 머물렀다.
또한 현 시점에서 정시성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최근 유가 급등과 중동 전쟁 여파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등 주요 항공사들이 국제선 공급을 줄이거나 특정 노선 운항을 중단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다.
인천-두바이, 치앙마이, 뉴욕, LA, 부산-다낭·세부·괌, 인천-푸꾸옥 등 다양한 노선에서 감편·중단이 공지되면서 소비자 불편이 커졌고, 이에 국토교통부는 지난 20일 ‘중동 전쟁 관련 항공업계 비상경제 간담회’를 열고 항공사들의 애로사항을 해소하는 동시에 감편·결항 시 사전 안내와 대체편 제공, 안전관리 조치 여부를 특별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차원에서 정시성과 소비자 보호를 직접 관리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항공사들도 정시성 강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실시간 운항 통제 시스템을 고도화해 지연 발생 시 대응 속도를 높이고 있으며, 에어부산은 월 단위 정시성 위원회를 운영하며 지연 노선을 선별하고 항공기 연결 패턴을 조정하고 있다.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은 기단 단순화와 정비 체계 내재화를 통해 회항 시간을 단축하고 스케줄 완충 구간을 확대하는 등 구조적 개선을 추진 중이다.
결국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향후 항공 시장 경쟁 구도의 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류할증료 상승과 환율 변동 등 외부 비용 요인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항공사 간 가격 차별성은 점차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는 대신 보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서비스를 선택하는 방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의 정시성은 고객과의 가장 기본적인 약속이자 신뢰의 척도”라며 “기상 악화나 공항 혼잡 등 통제 불가능한 변수 속에서도 최적의 운항 통제 시스템을 가동하여 안전운항을 최우선으로 한 정시성 유지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