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희 “진정 소급효는 어렵지만 부진정 소급효는 인정해야”
박균택 “새 소송에 새 법 적용이 소급입법인지 의문”
윤상현 “소급 적용에 기업은 ‘묻지마 소송 리스크’ 짊어져”
곽규택 “집단소송 소급효 인정하면 ISD 소송 들어올 수도”
[미디어펜=권동현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2일 집단소송법 제정 관련 공청회를 개최했다. 여야는 제도 도입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이뤘지만, 소급 적용·소송 방식 등을 둘러싸고 의견이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피해자 구제를 위한 절차적 장치로서 집단소송법이 필요하고 소급 적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집단소송법 도입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집단소송에 대한 기업 부담과 법적 안정성 훼손에 대해 우려했다.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이날 공청회에서 “진정 소급효는 입법적으로 어렵지만, 법률관계가 종료되지 않은 ‘부진정 소급효’는 인정할 필요가 있다”며 “대법원도 이를 인정해온 만큼 위헌 문제는 없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균택 의원도 “과거 사건이라도 새로운 소송에 새로운 법을 적용하는 것일 뿐, 이를 소급입법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헌법 제13조는 형사처벌, 재산권 박탈, 참정권 제한에 대해서만 소급입법을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집단소송법 제정 관련 공청회가 진행되고 있다. 2026.4.22./사진=연합뉴스

박 의원은 “집단소송법이 없는 책임, 없는 의무, 없는 죄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고 이미 있던 의무 책임에 대해 피해자들에게 소송 절차상 편의를 제공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이것을 소급입법에 해당한다, 헌법에 어긋난다고 해석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반면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집단소송법 논의가 SK텔레콤,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 등을 계기로 급물살을 탔지만, 적용은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소급 적용은 신뢰보호 원칙과 예측 가능성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기업 입장에서는 경영이 리스크 그 자체인데 집단소송법의 소급 적용까지 더해지면 ‘묻지마 소송 리스크’까지 짊어지게 된다”며 “쿠팡의 정보 유출 등에 대해 당연히 엄벌은 필요하지만, 소급법으로 가면 한미 간 외교 통상 문제로까지 점화되기 때문에 소급입법에는 반대한다”고 강조헀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도 “집단소송법은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다수 피해자들에게도 판결의 효력이 미치기 때문에 단순한 절차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라며 “절차법이라고 다 소급효가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단소송법에만 소급효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은 특정 기업만 생각해서 그 기업에게 집단소송의 맛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집단소송 소급효를 인정하면 외국에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까지도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집단소송법 제정 관련 공청회에서 진술인들이 의견을 밝히고 있다. 이날 공청회에는 권용수 건국대 교수, 변웅재 강남대 교수, 최경진 가천대 교수, 한경수 변호사가 참석했다. 2026.4.22./사진=연합뉴스

앞서 이날 공청회에 참여한 전문가들도 집단소송법 도입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설계 방식에 대해서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권용수 건국대 부교수는 “집단소송 제도는 소액 다수의 피해를 구제하는 효율적인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기업과 그 이해관계자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도”라며 “집단소송 제도는 피해구제만이 아니라 이해관계자의 이익 보호를 고려해 남소 억지나 법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형태로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 부교수는 “소급입법은 소비자의 피해구제 관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기업의 법적 리스크와 불확실성을 높여 불합리하게 기업 가치를 저해할 수 있다”며 “기업 가치와 일치하는 주주·근로자 등 이해관계자의 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경진 가천대 교수는 “현행 민사소송 체계로는 소액·다수 피해 구제가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다”면서도 “집단소송은 절차적 균형을 맞추는 장치이지 기업을 과도하게 제재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는 이미 강력한 행정·형사 규제가 작동하는 구조”라며 “미국식 전면 도입은 이중 규제와 과잉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변웅재 강남대 특임교수는 “플랫폼 경제와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대규모 집단 피해가 구조적으로 늘고 있다”며 “현행 개별 소송 체계로는 피해구제가 사실상 불가능해 집단소송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밝혔다.

그는 머지포인트·티메프·메이플스토리 사건 등을 사례로 들며 “행정 제재나 형사처벌과 별개로 피해자 손해는 그대로 남는다”며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집단분쟁조정 제도로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한경수 변호사는 “현행 증권 분야에 국한된 집단소송제를 전 분야로 확대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기 위한 사법 시스템의 필수적인 진화”라며 “집단소송법은 기업의 무책임한 이윤 추구 행위가 대규모 소비자 피해로 번지기 전에 제동을 거는 ‘비상 브레이크’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급효 여부에 대해선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은 사건에 대해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비진정소급효’에 해당하므로 원칙적으로 허용된다”면서도 “집단소송법이 시행되기 전 확정된 판결이 있는 경우나 이미 소가 진행 중인 경우에는 경과 규정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권동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