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려도 문제, 내려도 문제…4차 석유 최고가격 '진퇴양난'
수정 2026-04-22 17:53:32
입력 2026-04-22 17:53:39
유태경 기자 | jadeu0818@naver.com
산업부 "유종별 특성·재정 부담 등 종합 고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000원을 넘어서고 경유마저 2000원을 목전에 둔 가운데, 정부가 오는 23일 발표할 제4차 석유 최고가격에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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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가 오는 23일 제4차 석유 최고가격을 발표한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
22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최고가격제를 국제 유가 불안정에 대응한 '비상 조치'로 규정하고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가격을 인하하거나 낮게 묶어두려 해도 현실적인 상황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 수입 원가는 치솟았는데, 정부 고시 가격이 원가보다 낮게 설정될 경우 정유사들은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국제 유가 급등 등 비상 상황에서 국민 생활 안정과 국민 경제의 원활한 운용을 위해 정부가 석유 제품의 판매 가격 상한선을 설정하고 강제하는 제도다. 이번 중동 사태로 인해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약 30년 만에 재도입됐다.
정부가 공급가 상한액을 정해 고시하면 정유사는 그 이상으로 가격을 올릴 수 없다. 유가 폭등 시기에 서민들의 유류비 부담을 즉각적으로 덜어주는 역할인 셈이라 정부는 이번 제도를 물가 안정 핵심 수단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번 추경을 통해 정유사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한 예비비 약 4조2000억 원을 확보한 상태다. 정유사가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기름을 공급하면 그 차액을 정부 예산으로 메워주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막대한 보조금이 고스란히 국가 채무로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당장의 기름값 인상은 억제할 수 있겠지만, 본래 국채 상환이나 미래 산업 투자에 쓰여야 할 세수가 소모성 보조금으로 증발하면서 재정 건전성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4조 원대 예산도 금세 바닥을 드러낼 수 있어 결국 다음 세대에 천문학적인 빚을 떠넘기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격 억제 정책이 시장의 자정 작용을 방해한다는 점도 거론된다. 가격이 오르면 자연스럽게 소비가 줄어들어야 하는데, 정부가 가격을 억누르다 보니 에너지 절약이 제대로 실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소득이 낮을수록 에너지 지출 비중이 높은 구조에 따라 고유가 상황 속 가구 특성별 핀셋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영욱 KDI 선임연구위원은 "농업 종사 가구 및 배달·화물기사 등 운수업 단순노무 가구가 유가 충격에 더 크게 노출돼 있고, 기초생활보장 수급 여부에 따른 차등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고유가가 장기화할 경우 여름철 저소득층 주거광열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게 증가할 수 있어 그냥드림센터를 통한 폭염 대비 생필품 지원, 폭염 특보 연동 긴급에너지지원 방안 등 대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산업부는 지난 21일 브리핑에서 이번 4차 조정안의 핵심 고려사항으로 재정 부담과 소비 감축을 꼽았다. 모든 유종 가격을 무조건 억누르기보다는 유종별 특성에 따라 지원 강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크다.
휘발유의 경우 일반 소비자 사용 비중이 높은 만큼, 일정 부분 시장 가격을 반영해 에너지 소비 절약을 유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경유는 물류와 생계형 운행 비중이 60%에 달하는 만큼, 물가 파급 효과를 고려해 휘발유보다 더 두터운 가격 방어막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부는 민생 경제와 재정 부담, 소비 감축, 유종별 소비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우리나라 유가 상승률이 주요국 대비 양호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제도 정당성을 역설했다.
양기욱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전쟁 전 대비 우리나라 휘발유 가격은 18% 올랐지만, 시장에 맡긴 미국은 35.6%,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은 약 17~30% 이상 상승했다"며 "그에 비해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 중인 일본은 7.28% 상승에 그쳐 우리 정부 역시 재정 부담과 물가 안정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생 경제와 재정 건전성 사이 균형점을 찾기 위해 발표 직전까지 세부 수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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