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감축은 강제, 탈출로는 제한"…시멘트업계, '이중 압박' 고심
수정 2026-04-23 16:29:29
입력 2026-04-23 16:29:39
이용현 기자 | hiyori0824@mediapen.com
수요 침체 속 NDC·전기요금·혼합재 규제까지 겹쳐 부담 가중
[미디어펜=이용현 기자]건설경기 침체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된 시멘트업계가 탄소중립이라는 구조적 전환 압박까지 동시에 떠안으며 ‘이중 부담’에 직면하고 있다. 다만 업계는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정책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도와 비용 구조가 현장과 괴리를 보이며 오히려 전환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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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일시멘트 단양공장 전경./사진=한일시멘트 제공 | ||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주요 시멘트업체들의 실적은 일제히 악화됐다. 한일시멘트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절반 이상 감소했고, 아세아시멘트와 삼표시멘트, 성신양회 등도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했다. 국내 시멘트 수요 역시 3810만 톤 수준으로 줄며 30여 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업황 전반이 위축된 상태다.
◆수요 급감에 수익성 직격탄…혼합재 비율 제도는 여전
이 같은 실적 악화는 단순한 경기 사이클을 넘어 산업 구조적 한계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멘트 산업은 내수 건설경기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인 데다, 대규모 설비를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전형적인 고정비 산업이다. 수요 감소 시 생산량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기 어려운 구조인 만큼, 매출 감소가 곧바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 특성을 갖는다.
이처럼 체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시멘트업계는 ‘2035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따른 추가 부담까지 떠안고 있다. 정부 목표에 맞추기 위해서는 질소산화물 저감 설비인 선택적촉매환원(SCR) 설비 도입 등 대규모 환경 투자가 불가피하다. 업계에서는 관련 투자 비용이 수조 원대에 달하고, 연간 운영비 역시 수천억 원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는 부분은 감축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제도적 수단 간의 괴리다. 대표적으로 저탄소 공정 전환의 핵심 수단으로 꼽히는 혼합재(대체원료) 확대가 국내에서는 여전히 제한돼 있다.
현재 포틀랜드 시멘트 기준 혼합재 비율은 10% 이내로 묶여 있는 반면 유럽은 최대 36%, 미국은 15%까지 허용하고 있다.
시멘트업계 한 관계자는 “혼합재 사용 비율이 확대될수록 클링커 사용량이 줄어들고, 이는 곧 고온 소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및 질소산화물 배출 감소로 이어진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기준이 엄격하게 유지되면서 현실적인 감축 수단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감축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감축 수단은 제한하는 구조로 인해 제도와 정책 방향 간 불일치가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감축은 요구, 수단은 제한…전기요금까지 ‘삼중 압박’
아울러 전기요금 체계 개편 역시 현장에서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16일 정부가시행한 ‘계절·시간대별 전기요금 개편안’은 전체 전력 사용의 약 46%를 차지하는 산업용(을) 요금체계를 중심으로 시간대별 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기존 평일 낮(11~15시)이 최대요금 구간에서 중간요금으로 낮아진 반면 저녁 시간대(18~21시)가 새로운 최대요금 구간으로 상향되면서 전력 사용 패턴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특히 시멘트 산업은 24시간 가동이 불가피하고 야간 생산 비중이 높은 구조인 만큼 설비 점검과 유지보수가 낮 시간대에 이뤄지고 실제 생산은 야간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아 요금 인상 효과가 직접적으로 반영될 수밖에 없다.
실제 삼표시멘트 등 일부 업체들은 전기요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5개월 간의 적용 유예를 신청하거나 생산 공정 조정에 나서는 등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공장 재가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 피크 부담도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삼표, 한일, 아세아시멘트 등 국내 주요 시멘트사들의 공장 가동률은 각각 49.7%, 59.1%, 58.8%로 전년과 비교했을 때 약 9% 감소했다.
하지만 시멘트업계에선 향후 해당 설비를 재가동할 경우 소성로 등 핵심 설비에 대규모 전력이 한꺼번에 투입되는 방식으로 인해 이 과정에서 전력 사용량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특히 이러한 전력 사용이 야간 시간대와 맞물릴 경우 인상된 요금 체계로 인해 ‘폭탄 전기요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전기요금 체계가 실제 산업 운영 방식과 충분히 정합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과도 연결된다. 생산을 줄이기 위해 설비를 멈추는 경우에도 비용이 발생하고, 이후 재가동 과정에서도 추가적인 전력 비용이 발생하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생산 조정 자체가 새로운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물류비와 에너지 비용 상승까지 겹치며 업계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운임 상승으로 운송 비용이 크게 늘어난 데다 국제유가 변동성까지 확대되면서 유연탄가격이 인상되는 듯 원가 구조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비용 부담이 누적될 경우 시멘트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건설 원가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는 만큼 결국 탈탄소 전환의 ‘속도’보다 ‘이행 가능성’을 고려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탄소중립이라는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실행 가능한 경로에 대한 고민은 더욱 해봐야 할 것”이라며 “내수와 글로벌 시장 내 시황에 맞춰 최소 부담으로 현장 적용이 가능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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