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문턱 넘은 종근당 CKD-706…20조원 '염증질환 시장' 선점 시동
수정 2026-04-23 16:26:17
입력 2026-04-23 16:26:26
박재훈 기자 | pak1005@mediapen.com
유럽·영국 1상 승인…오리지널 2종 비교 설계로 글로벌 조달 대응
다양한 적응증에 구조적 변화 예고…차기 성장동력 기대감
다양한 적응증에 구조적 변화 예고…차기 성장동력 기대감
[미디어펜=박재훈 기자]아토피피부염 치료제보다 넓은 적응증으로 듀피젠트(성분명 두필루맙)가 주목받는 가운데 국내에서 종근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적으로 바이오시밀러 규제가 우호적으로 변화하면서 선제적인 움직임을 보였던 종근당은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종근당은 아토피·천식 치료제 듀피젠트의 바이오시밀러 ‘CKD-706’에 대해 EMA(유럽의약품청)과 MHRA(영국 의약품규제청)에서 임상 1상 승인을 받으며 국내 제약사 중 가장 먼저 글로벌 개발에 시동을 걸었다.
◆20조 원 규모 블록버스터…우호적 규제 환경에 선제적 진입
CKD-706은 건강한 성인 519명을 대상으로 하는 무작위·이중맹검·3군 평행 설계로 미국산 오리지널 듀피젠트, 유럽산 오리지널 듀피젠트와 종근당 시밀러를 동시에 비교하도록 짜인 것이 특징이다. 한 가지 오리지널이 아닌 서로 다른 생산 공정·공급망 버전을 비교하면서 향후 글로벌 조달 환경에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설계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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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정로 종근당 본사 전경./사진=종근당 | ||
듀피젠트는 사노피·리제네론이 개발한 인터루킨-4 수용체(IL-4Rα) 표적 항체다. 2017년 FDA(미국식품의약국) 첫 허가 이후 아토피피부염을 넘어 천식, 만성 비부비동염, 호산구성 식도염,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만성특발성 두드러기 등으로 적응증을 넓혀 왔다.
현재 FDA 기준 허가 적응증은 8개에 달하며 염증성·알레르기 질환 전반에서 사용되는 다중 적응증 약품으로 자리잡았다. 누적 투약 환자는 전 세계 13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며 글로벌 연 매출은 20조 원 안팎에 이르는 초대형 블록버스터다. 이로 인해 바이오시밀러가 본격 진입할 경우 단일 질환이 아닌 여러 진료과, 여러 보험 재정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품목으로 꼽힌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둘러싼 환경도 CKD-706에 우호적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미국은 고가 생물학제 약가를 낮추기 위해 바이오시밀러 경쟁을 적극 유도하고 있으며 최근 FDA가 승인한 바이오시밀러는 70여 품목에 달한다. 이 중 시장에 출시된 제품의 3년차 평균 판매가격은 오리지널 대비 약 39% 낮은 수준이다.
상호교환성 확대, 자동 대체 허용 등 제도 정비도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 역시 임상시험 요구사항을 줄이고 평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새 가이드라인을 검토하는 등 규제 완화 기조가 뚜렷하다. 국내에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바이오시밀러를 신속심사 대상에 포함하고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제조공정 변경은 보고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허가 기간 단축을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섰다.
해당 변화는 표면적으로 장벽 완화로 읽히지만 실제 시장 재편은 오히려 규모의 경제를 갖춘 대형사 중심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백 명 이상이 참여하는 글로벌 임상, 장기 투여가 필요한 만성질환에서의 안전성 데이터 축적, 지역별 품질·공급망 관리까지 감당할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포스트 케이캡될까"…향후 적응증 확장 전략이 관건
CKD-706의 의미는 아토피·천식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듀피젠트가 피부과, 호흡기내과, 이비인후과, 알레르기내과, 소화기내과 등 다양한 진료과에서 사용되는 다중 적응증 약물인 만큼 시밀러 역시 동일한 염증성 질환 전반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듀피젠트는 중증 아토피피부염과 중증 천식에서 증상 개선과 경구 스테로이드 사용 감소를 입증했고 만성 비부비동염에서는 수술 빈도를 줄이는 결과를 보였다. 최근에는 COPD와 호산구성 식도염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며 염증성 질환 전주기 관리 약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가격 경쟁력을 갖춘 시밀러가 등장하게 되면 장기 투여 환자의 치료 지속성과 건강보험 재정 부담 측면에서 구조적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종근당 입장에서는 CKD-706이 ‘포스트 케이캡’ 전략의 핵심 축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 공동판매 종료로 단기 실적 변동성이 예상되는 가운데 종근당은 ADC(항체약물 접합체), 이중항체,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혁신 항암제와 함께 글로벌 바이오시밀러를 차기 성장동력으로 제시해 왔다. CKD-706은 연 20조 원 규모의 염증질환 시장을 겨냥한 전략 품목으로 임상 결과에 따라 종근당의 글로벌 입지와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과제도 남아 있다. 듀피젠트는 이미 다양한 적응증에서 축적된 임상 데이터와 처방 경험을 기반으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사노피·리제네론도 추가 적응증 확대와 장기 데이터 확보를 통해 방어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종근당이 유럽 1상 이후 유효성 비교 임상과 적응증 확장 전략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초기 선점 효과의 실질적 성과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종근당 관계자는 “CKD-706은 현재 임상을 통해 듀피젠트 대비 동등성과 안전성을 면밀히 검증 중"이라며 "향후 결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 가능성을 신중히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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