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공개 넷플릭스 ‘성난 사람들 2’에서 파격 부부 호흡
“당신 송강호잖아” 윤여정 한 마디가 바꾼 캐스팅 비화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한국을 넘어 할리우드와 칸을 아우르는 두 배우, 아카데미를 품은 윤여정과 칸의 왕자 송강호가 부부로 만났다. 이 영화 같은 설정이 현실이 된 곳은 충무로가 아닌 할리우드다. 

지난 16일 전 세계에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성난 사람들’(BEEF) 시즌 2에서 두 사람은 20살 나이 차를 뛰어넘는 ‘연상연하 부부’로 분해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이번 시즌에서 윤여정은 고급 컨트리클럽의 소유주이자 한국인 억만장자인 ‘박 회장’ 역을 맡았다. 과묵하면서도 상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이다. 그 곁을 지키는 남편 ‘김 박사’ 역은 송강호가 연기한다. 김 박사는 세계적인 성형외과 전문의이자 박 회장의 두 번째 남편으로, 아내의 그늘 아래서 호화로운 삶을 누리며 수술대 위에서 겪는 개인적인 위기를 아내와 함께 은폐해 나가는 복합적인 인물이다.

   
▲ 넷플릭스 '성난 사람들 2'에서 20살 연상연하 부부로 등장하는 송강호와 윤여정의 조합이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두 사람의 호흡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박 회장이 “날 사랑은 하는 거냐”고 묻자, 김 박사가 “나 버리면 어떻게 먹고 사냐”며 응석 섞인 대답을 내놓는 장면은 국내 시청자들 사이에서 일명 ‘송강호의 키링남 변신’으로 불리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평소 강렬한 연기를 선보여온 송강호가 윤여정 앞에서는 사투리를 쓰지 않는 나긋나긋한 ‘연하남’의 매력을 발산하는 모습이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는 평이다.

이 비현실적인 조합이 성사되기까지는 이성진 감독의 끈질긴 구애와 윤여정의 결정적인 조력이 있었다. 이성진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처음 대본을 보냈을 때 송강호 배우로부터 ‘이 역할이 나와 맞는지 모르겠다’며 정중한 거절 의사를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비관적인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나선 이는 이미 출연을 확정했던 윤여정이었다. 윤여정은 직접 송강호에게 전화를 걸어 “이봐, 당신 송강호잖아. 한국 최고의 배우인데 어떤 역할이든 해낼 수 있어”라고 독려하며 설득에 나섰다. 대선배의 진심 어린 한마디에 결국 송강호가 마음을 돌리면서, 한국 영화 역사상 최초로 두 대배우가 한 프레임에 담기는 기적 같은 장면이 연출됐다.

흥미로운 에피소드는 촬영 현장에서도 이어졌다. 아모레퍼시픽 빌딩에서 진행된 두 사람의 첫 등장 장면 촬영 당시, 봉준호 감독이 예고 없이 현장을 방문한 것. 이성진 감독은 “봉 감독님이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이 프레임 이대로 찍을 거예요?’라고 농담을 던졌을 때가 내 커리어의 하이라이트였다”며 당시의 벅찬 감동을 전했다.

작품 공개 후 국내 반응은 뜨겁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윤여정·송강호 부부 케미 뭐야, 찰떡이다”, “사투리 안 쓰는 송강호는 귀하다”, “이 조합을 할리우드 시리즈에서 보게 될 줄이야” 등 놀라움과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앤솔로지 형식으로 돌아온 이번 시즌이 자본주의의 민낯과 세대 간의 갈등을 날카롭게 파고들면서, 두 배우의 연기가 작품의 주제 의식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실제로도 20살 차이인 윤여정과 송강호, 두 거장이 보여준 ‘부부 호흡’은 단순히 캐스팅의 화려함을 넘어 K-콘텐츠의 위상이 어디까지 닿아있는 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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