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현의 아틀라스] 나쁜 척? 멍청한 척?...‘위악’에 빠진 삼성전자 노조
수정 2026-04-24 13:51:42
입력 2026-04-24 13:51:54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삼성 사며 기업 옥죄는 표심, 기묘한 인지부조화
51조 중 45조 성과급 요구, 노조의 작정한 '위악'
51조 중 45조 성과급 요구, 노조의 작정한 '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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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우현 산업부 기자 | ||
이 기묘한 인지부조화는 반일(反日)을 외치면서 갓 잡아 올린 일식 회에 열광하는 풍경과 닮아 있다. 손에 아이폰을 쥐고 나이키 운동화를 신은 채 반미(反美)를 논하는 것도 결을 같이 한다. 아마도 명분은 정의, 공정, 평등의 언저리에 있겠지만, 내 자산을 지켜줄 마지막 보루가 결국 삼성전자라는 본능적 확신까지는 거부하지 못한 결과일 거다. 사회에선 그런 행위에 대해 '위선(僞善)'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위선을 넘어 ‘그래, 저게 바로 위악(僞惡)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집단도 있다. 기업 내부에 몸담으며 어마어마한 연봉을 받으면서도, 더 갖고 싶다는 욕망을 서슴없이 내비치는 노조 말이다. 나쁜 척 하기로 작정하지 않은 이상 그럴 수 없다. 아무리 그래도 배운 사람들이고, 속내야 어떻든 사회적 체면이라는 게 있을 텐데, 어제 평택 삼성전자 캠퍼스 인근에 모인 노조원들의 모습은 위악이 아니고선 도무지 설명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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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그들은 1인당 6억 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내놓으라며 머리띠를 둘렀다. 산술적으로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성과급으로 탕진하라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경영진의 사진을 밟는 퍼포먼스까지 곁들였다. '진짜 저걸 한다고?' 싶은 행동을 너무나 진지하게, 몰입해서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코미디가 따로 없지만 웃을 수도 없다. 1980년대식 구태 정치가 2026년 첨단 반도체 공장 앞에서 재연되는 광경 앞에서 어떻게 웃음이 나오겠나.
이들이 정말 산식이 복잡해서, 혹은 경영 상황을 몰라서 이런 요구를 하는 걸까? 아니다. 반도체 패권 전쟁이라는 절체절명의 변곡점에서 기업의 현금을 바닥내고 경영진의 권위를 짓밟는 행위가 어떤 파국을 불러올지 그들이 모를 리 없다. "삼성은 어차피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안일함에 기댄 이 치졸한 위악은, 기업이 가져다주는 가장 화려한 과실을 따 먹으면서 그 뿌리를 도끼로 찍어 내리는 자해 행위와 다름없다.
이런 사회가 결코 잘될 수 없다는 건 역사가 증명해준다. 본능과 동떨어진 투표를 하고도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이들과, 진실을 알면서도 기괴한 퍼포먼스에 가담하는 이들이 주류가 된 사회의 끝은 뻔하다. 물론 지금 당장 나라가 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혁신의 동력이 꺼지고 위선이 상식이 된 공동체는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침몰한다. 그리고 그 침몰은 고스란히 우리 미래 세대 몫으로 가게 된다.
알아듣는 척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진짜 노조가 필요한 곳에선 노조를 결성할 힘도, 돈도 없다는 게 현실이라는 것을. 정성스레 경영진 사진을 인쇄해서 밟는 퍼포먼스 같은 것은 언감생심이다. 짱짱한 스피커와 질 좋은 피켓, 대형 현수막을 준비해 그렇게 큰 집회를 열 여력이 있다는 것 자체가 노조가 필요 없음을 반증해준다는 뜻이다. 아무리 위악이라도 양심이 있다면 진짜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 앞에서 숙연해질 법도 한데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