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지킨 고객 신뢰"…삼성바이오로직스, ‘최악 시나리오’ 차단
수정 2026-04-24 14:27:55
입력 2026-04-24 14:22:02
박재훈 기자 | pak1005@mediapen.com
고가 원액 폐기 압박 차단…삼성바이오로직스, 공급 리스크 완화
마무리 공정 ‘쟁의제한’ 판단…전면 중단 전략 제동
법원 “생산과 보존은 별개”…핵심 공정만 예외적 보호
마무리 공정 ‘쟁의제한’ 판단…전면 중단 전략 제동
법원 “생산과 보존은 별개”…핵심 공정만 예외적 보호
[미디어펜=박재훈 기자]인천지법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 파업에 사실상 ‘속도 조절’을 걸었다. 파업 자체는 인정하되 바이오의약품 변질을 막는 핵심 마무리 공정은 중단할 수 없다고 못 박으며 생산라인 전반을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려던 시도에는 분명한 한계를 그은 것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인천지법 민사합의21부(유아람 부장판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쟁의행위금지가처분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정제공정 후반부인 농축·버퍼 교환, 원액 충전, 그리고 이에 연동된 버퍼 제조·공급 작업을 노동조합법 제38조 제2항상 ‘쟁의제한 작업’으로 규정했다. 또한 노조가 조합원에게 해당 공정 중단을 지시하거나 물리력·위협으로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이는 법원이 별지 순번 7~9번 공정을 명확히 특정해 제한 대상으로 본 것으로 최소한의 생산 안전장치를 확보한 판단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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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일 인천지방법원이 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처분 판결문./사진=법무부 | ||
◆"생산과 보존·유지 구별돼야"…노조 주장 법적 근거 부족
법원은 바이오의약품 생산이 연속 공정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이유로 전 공정을 파업 금지 영역으로 확장하는 노조 측 논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생산 활동과 보존·유지 활동은 구별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미 생성된 의약품 물질을 안정적으로 보존하는 단계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보호가 필요하다고 해석한 것이다. 특히 형사처벌과 연결된 조항인 만큼 해석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노조가 주장한 ‘전면 공정 보호’ 논리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법원이 제한 대상으로 본 공정은 농축 및 버퍼 교환(UFDF), 원액 충전, 버퍼 제조·공급이다. 해당 단계는 고순도 항체를 농축하고 보관 가능한 형태로 전환하는 사실상 마지막 공정이다. 작업이 지연될 경우 의약품이 변질되거나 제품 적격성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 근거로 작용했다.
실제 제출 자료에서도 마무리 공정은 “적시에 수행되지 않을 경우 원료·제품이 변질·부패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반면 배양, 크로마토그래피, 바이러스 여과 등은 여전히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생산 단계로 분류돼 파업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았다.
이번 결정으로 노조의 파업 전략은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됐다. 배양과 초기 정제 공정은 여전히 중단 가능하지만 고가의 원액을 폐기하는 방식은 사실상 봉쇄됐다. 특히 법원이 특정 공정에 대해 명시적으로 방해를 금지한 만큼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어 강경 투쟁의 실효성은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앞서 노조는 임금 14% 인상, 3000만 원 격려금, 성과급 확대 등을 요구하며 5월 1일부터 5일에 걸친 전면 파업을 예고했다. 하지만 이번 판단으로 협상력의 핵심 수단이 약화됐다. 업계에서는 “생산 공정을 사실상 인질로 삼는 방식의 쟁의행위에 대해 사법부가 명확히 선을 그은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제동 걸린 노조…삼성바이오로직스, 최악은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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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 22일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1게이트 정문 앞에서 열린 노조 결의 대회./사진=미디어펜 박재훈 기자 | ||
삼성바이오로직스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할 수 있는 안전판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일부 생산 차질과 납기 조정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공정 중단으로 반제품이 전량 폐기되거나 대규모 계약 차질로 이어지는 상황은 상당 부분 차단됐다. 특히 글로벌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은 특성상 한 번의 대형 사고가 수천억 원의 손실과 신뢰 훼손으로 이어진다. 이로 인해 법원의 결정은 단순한 분쟁 대응을 넘어 사업 안정성 확보 측면에서도 중요하다는 평가다.
노조의 협상 전략도 재조정이 불가피해졌다. 노조는 그동안 “멈추면 전량 폐기”라는 공정 특성을 기반으로 압박 수위를 높여왔으나 법원이 공정별로 보호 범위를 구분하면서 전략적 선택지가 제한됐다.
향후 교섭에서는 임금·성과급뿐 아니라 필수 공정 범위, 인력 배치, 운영 기준 등을 둘러싼 보다 현실적인 협상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은 노동조합법상 ‘쟁의제한 작업’의 해석 기준을 구체화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재판부는 독일 연방노동법원 판례를 참고해 반제품이나 완제품의 불가역적 손상을 막기 위한 ‘정리·마무리 공정’은 제한적으로 보호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생산과 보존의 경계를 명확히 하면서도 과도한 파업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균형적 접근으로 해석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결정문을 수령했으며 일부 인용된 것을 확인했다"며 "인용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즉시 항고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법원의 판결이)노조 본인들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생산 차질을 감수하면서까지 감행하려 했던 파업에 제동을 건 의미있는 결정"이라고 보고 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