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롯데 中企 판로 확대 지원 주력…남양 700억 MOU·아워홈 B2B망 확보
'K-브랜드' 자산 힘입어 진출 기업 확대…베트남에 'K-유통·식품 생태계' 이식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을 계기로 국내 유통·식품 기업들이 현지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1억 인구의 베트남 시장을 핵심 거점으로 삼고,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 23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신세계 하이퍼그라운드 쇼케이스 현장에서 (왼쪽부터) 박상언 신세계 뉴리테일사업총괄 상무, 박주형 신세계 대표이사 사장, 김정관 산업자원부 장관이 관계자로부터 상품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신세계백화점 제공


24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전날 베트남 하노이에서 대통령 경제사절단 일정의 일환으로 열린 한-베트남 비즈니스 파트너십 행사에서 K-뷰티 브랜드를 소개하는 '신세계 하이퍼그라운드' 쇼케이스를 개최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베트남 기후에 맞는 기능성 등을 고려해 국내 뷰티 브랜드 8개를 선별하고 현지에 선보였다. 현장에서는 현지 기업인들과 K-브랜드들의 향후 베트남 진출과 공동 상품 기획 등을 논의하는 시간도 가졌다.

신세계 하이퍼그라운드는 신세계백화점이 K-패션, K-뷰티 협력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선보인 플랫폼이다. 지난 2023년부터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태국, 일본, 중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해외 각국에서 팝업스토어, 쇼룸, 수주전시회를 개최해 왔으며, 지난 3년간 168개 국내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지원했다. 베트남에서 쇼케이스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신세계 하이퍼그라운드는 국내 중소 브랜드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등 상생에 초점을 맞춘 사업이지만, 해외에서 성과를 거둔 브랜드의 경우 정식 입점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면서 "중소 업체의 해외 진출을 지원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브랜드를 육성하는 동시에, 이들을 지원하며 '신세계' 브랜드 노출도 확대하는 등 해외 진출 기회를 넓혀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홈쇼핑도 한-베트남 비즈니스 파트너십에 참여해 국내 중소기업의 베트남 진출을 지원하는 쇼케이스와 수출 상담을 진행했다. 특히 방송사업 특성을 살려 현장에서 현지 인플루언서와 협업한 모바일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기능성 탈모샴푸와 프리미엄 기저귀 등 중소기업 제품 소개와 실시간 판매를 병행했으며, 라이브 방송 시청자 수가 5만2000명으로 집계되는 등 관심을 이끌어냈다. 롯데홈쇼핑은 중소기업 해외 진출을 지속 지원해 국내 브랜드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이끈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인 성과를 거둔 기업도 있다. 남양유업은 같은날 진행된 한국-베트남 비즈니스 포럼 현장에서 베트남 유통 대기업 ‘푸 타이 홀딩스’와 3년간 700억 원 규모 K-분유 기반 K-푸드 산업 협력 및 시장 확대를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앞서 남양유업은 올해 1월 푸 타이 홀딩스와 조제분유 수출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전통시장과 베이비숍 채널을 기반으로 주요 거점 도시에서 입점을 확대해왔다. 남양유업은 안전성과 품질에 대한 신뢰가 구매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조제분유 제품 특성을 고려해, 국산 원유 기반 제품으로 현지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고 이를 재구매와 유통망 확대로 연결한다는 전략이다.

아워홈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손잡고 한국 농식품의 해외 단체급식 채널 확대에 나선다. 아워홈은 베트남 박닌 한화비전 구내식당에서 aT와 함께 ‘K-푸드 데이’ 행사를 열고 삼계탕과 잡채 등 한식 메뉴를 특식 형태로 제공했다. 한국 식재료와 식문화에 대한 현지 근로자의 인지도와 호감도를 높이고, 단체급식 기반 B2B 유통 판로를 개척한다는 계획이다. 아워홈 베트남법인은 현지 단체급식 채널을 통해 한국 농식품 홍보와 한국 식품 확산 등을 지원하고 있다.

   
▲ 아워홈이 베트남 박닌에 있는 한화비전 구내식당 현지 근로자들에게 삼계탕을 특식으로 제공했다./사진=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업계에서는 앞서 베트남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구축한 인프라와 인지도가 중소 유통·식품 기업들의 진출 확대와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는 현지에서 백화점과 대형마트, 복합몰 등을 운영하며 유통 거점을 확보한 상태다. 2023년 문을 연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는 개장 2년만에 누적방문객 2500만명, 6000억원 가까운 매출액을 기록하기도 했다. CJ제일제당, 대상, 오리온 등 주요 식품 기업들도 일찌감치 베트남 현지에 생산 공장을 구축하고 현지 사업 수익성을 입증했다. 하이트진로도 베트남을 소주 수출 핵심국으로 삼고 올해 베트남 공장을 완공해 동남아 지역 생산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국내 대기업·중견기업이 다져놓은 유통망과 'K-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는 중소기업들의 현지 진입 장벽을 낮추는 효과를 내고 있다. 선발주자들이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한국 제품 소비로 유도하고, 품질 경쟁력 등에서 긍정적 인식을 심어둔 덕분에 초기 마케팅 비용과 인지도 확대에서 낙수 효과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존 진출 기업들도 다양한 K-브랜드의 진출 확대로 베트남 내 밸류체인이 두터워지는 등 반사 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내수 한계 극복을 위한 기업들의 사업 확장이 베트남에 'K-유통·식품 산업 생태계' 이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시각이다.

한 식품기업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동남아 등 해외시장에서 제품 경쟁력을 갖췄다고 해도, 시장에 처음 진출할 때는 낮은 인지도로 제품 경쟁력 우위를 선보이는 것조차 쉽지 않다"면서 "베트남은 방대한 인구와 젊은 소비층 등 시장 자체의 매력도 크지만, 무엇보다 기존 진출 기업들이 쌓은 국가적 브랜드 자산이 중소기업들의 시장 안착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