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안보·산업전환 승부수, 불필요한 플라스틱 대체제 전환
나프타 신재 30% 감축…순환이용·재생원료 시장 조성
생산단계 규제부터 재활용 인프라까지…전주기 개편 시도
일화용은 단계적 축소, 장례식장 등 공공시설부터 다회용기로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정부가 중동 전쟁을 계기로 지난해 말 발표한 정부 초안보다 강도 높은 탈(脫)플라스틱 종합대책을 내놨다. 

   
▲ 정부가 ‘탈플라스틱 순환경제 전환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원천감량과 재생원료 등 순환이용 체제 구축을 모색하고 있다./자료사진=연합뉴스


플라스틱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의 가격 급등과 수급난이 생기면서 쓰레기 종량제봉투, 각종 포장재 등과 관련해 원천적으로 플라스틱을 감량하고, 이미 생산된 제품도 자원 순환하자는 여론이 높아진 상황으로, ‘탈플라스틱 순환경제 전환’ 추진계획을 전면에 내걸었다.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재생원료 중심 산업구조를 재편하려는 성격이 짙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8일 국무회의에서 ‘탈플라스틱 순환경제 전환 추진계획’을 보고하고, 2030년까지 폐플라스틱 발생 전망치 대비 나프타 기반 신재(新材) 사용을 30% 이상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불필요한 플라스틱은 원천 감량하고 재활용 산업 인프라 구축과 순환이용의 활상화와 함께 일회용 플라스틱은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신재 100만 톤 이상을 원천적으로 감축하고,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폐자원은 재생원료로 200만 톤 이상 되돌린다는 구상이다.

이번 정책은 공급망 불안에 좀 더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관련 브리핑에서 우리나라가 원유와 나프타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최근 중동 지역 정세로 인한 수급 불안정을 직접 언급했다. 플라스틱 문제를 폐기물 관리가 아닌 자원 안보의 문제로 재정의한 셈이다. ‘대량생산-폐기’ 중심의 선형경제 구조가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정책 수단은 생산 단계부터 소비, 재활용까지 전 주기를 포괄한다. 우선 불필요한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종이 등 대체 소재 전환과 제품 경량화를 유도한다. 화장품 용기, 비닐봉지 등 플라스틱으로 만든 제품을 대상으로 여러 번 반복할 수 있는지, 재활용이 쉬운지 등을 조사·평가해 대체제로의 전환을 유도키로 했다.

재활용이 어려운 포장재는 시장 진입 자체를 제한하고, 의류·전자제품 등에는 ‘한국형 에코디자인’ 제도를 도입해 설계 단계부터 순환 이용을 고려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한 폐기물 부담금을 제품 특성에 따라 차등화하고, 재생원료 사용 시 감면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신재 사용을 억제한다.
동시에 재활용 산업 기반 확충에도 무게를 뒀다. 페트병은 2030년까지 재생원료 사용 비율을 30%로 높이고, 다른 플라스틱 제품에도 국제 수준의 목표를 준용할 계획이다. 재생원료 가격이 신재보다 비쌀 경우를 대비한 지원책과 설비 교체 지원도 검토된다. 

그동안 단순히 소각되던 의류나 일회용 플라스틱컵을 재활용 체계로 편입해 이용체계를 구축하고, 종량제봉투 파봉, 선별 시설, AI 광학선별기 등을 확대 보급과 재생 나프타를 추출할 수 있는 열분해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복부터 의류 순환이용 체계 구축을 추진한다. 경찰복을 수거해 재생 폴리에스터를 추출하거나 충전재·보온재 등으로 사용하고 향후 군복 등으로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고응 기후부 자원순환국장은 “우선 경찰복 재활용 시범사업을 기후부가 5~6월께 경찰청과 협약을 통해 추진하되, 물리·화학적 재활용 종류별 8개 업체를 참여시켜 옷의 재활용 가능성과 기술 수준을 확인하고 가능성을 볼 것”이라면서 “장기적으로는 경찰복뿐만 아니라 의류 전체로 생산자책임 재활용 제도를 도입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폐기물부담금 대상인 일회용 플라스틱컵은 생산자 책임 재활용 제도에 편입해 그간 소각되던 품목의 재활용률을 높이기로 했다. 동일 재질 용기인 페트 트레이와 함께 재활용 되도록 체계를 마련한다.  

아울러 재생원료 시장을 키우기 위한 장치도 포함됐다. 품질 인증제를 도입해 신뢰도를 높이고, 공공 구매를 확대해 초기 수요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규제 특례와 연구개발 투자도 병행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의도다.

다만 일회용 플라스틱 감축 정책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장례식장, 공공시설, 대형 사업장 등을 중심으로 다회용기 사용을 확대하고, 카페·음식점과 협약을 통해 텀블러 할인 등 자발적 감량을 유도하는 수준이다. 소비자 규제보다는 산업 구조 개편에 정책의 무게가 실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소비자가 고쳐 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방안으로 가전제품 제조사와 수리 정보제공 시스템 구축, 찾아가는 수리버시, 수리 카페 등 수리 거점 확대 등 협력체계도 조성키로 했다.

이와 관련해 김 국장은 “현재 LG나 삼성의 경우에는 수리거점의 개념으로 찾아가는 수리버스로, 민간에서는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수리카페 같은 경우를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면서 “실질적 자발적 협약을 체결해 기존 찾아가는 수리버스가 전국 단위로, 특히 농촌, 농어촌 지역의 취약 지역을 대상으로 수리버스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정책의 접근법을 플라스틱에 한정하지 않고 전기차 폐배터리, 태양광 폐패널 등 핵심 광물을 포함한 미래 폐자원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설정했다. 순환경제를 산업 전반으로 확장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재생원료의 가격 경쟁력 확보, 기업 부담 증가에 따른 산업계의 이행, 열분해 등 기술의 상용화 속도 등은 여전히 변수로 남는다. ‘탈플라스틱’이라는 실천 수칙이 실제 원천감량과 순환이용이하는 산업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