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가전 부문 "자존심 버리고 실익 택했다"...'몰락' 일본 반면교사
수정 2026-04-29 11:39:48
입력 2026-04-29 11:00:41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저수익 제품 외주 전환…고부가 가치 사업에 집중
벼랑 끝 몰리기 전 단행하는 고강도 ‘체질 개선’
벼랑 끝 몰리기 전 단행하는 고강도 ‘체질 개선’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삼성전자가 중국 생활가전·TV 사업의 생산 및 판매 전략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 현지 업체의 공세와 글로벌 수요 둔화 속에서 수익성이 낮은 제품군을 정리하고, AI와 프리미엄 가전을 중심으로 한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삼성의 행보는 과거 한국 기업에 밀려 ‘벼랑 끝’에서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일본 가전 업계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선제적 대응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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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가 중국 생활가전·TV 사업의 생산 및 판매 전략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 현지 업체의 공세와 글로벌 수요 둔화 속에서 수익성이 낮은 제품군을 정리하고, AI와 프리미엄 가전을 중심으로 한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전략이다. /사진=미디어펜 | ||
2010년대 초반 기록적인 적자에 직면해서야 사업 매각과 B2B 전환에 나섰던 소니‧파나소닉 과 달리, 수익성이 유지되는 시점에 선제적으로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다. 결국 실익 중심으로 일본식 ‘부활 모델’보다 앞선 ‘생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삼성, 중국 가전 ‘대수술’ 가시화…‘선제적 결단’으로 위기 돌파
최근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중국 내 가전 판매 중단 및 대대적인 사업 재편을 확정했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수익성 제고를 위한 ‘선택과 집중’ 기조 아래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아직 확정된 세부 내용은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의 가전 사업 개편이 이미 가시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식기세척기, 전자레인지 등 범용 제품은 외주(OEM·ODM) 생산으로 전환해 비용을 절감하고, 여기서 확보한 여력을 AI 가전이나 시스템 에어컨 등 고부가 미래 성장 동력에 쏟아 붓겠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 2019년 중국 내 스마트폰 공장을 폐쇄하며 효율화에 집중했던 사례의 연장선에 있다.
가전 역시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중국 내수 시장에서 하이얼, TCL 등 현지 기업의 파상공세와 정부의 노골적인 내수 기업 밀어주기에 부딪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미와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의 압도적 인기와 달리,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 중국 내 판매 사업을 정리하고 생산 라인은 수출 거점으로만 활용하는 ‘빠른 판단’을 내릴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인 이유다.
삼성의 이 같은 위기감은 가전을 넘어 한국 산업 전반을 향한 중국의 추격과 궤를 같이한다. 과거 저가 공세에 머물렀던 중국 기업들은 이제 막대한 자본력과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우리 경제의 심장부까지 턱밑 추격해온 상태다.
실제로 우리 가전의 ‘자존심’이었던 LCD(액정표시장치)는 중국의 공세에 밀려 이미 주도권을 완전히 내준 채 사업을 정리한 바 있다. 이러한 ‘디스플레이의 비극’이 메모리 반도체나 가전 분야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절박함이 투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전 산업 분야에서 기술 격차가 사라지거나 역전되는 상황 속에서, 과거와 같은 ‘안일한 대응’으로는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이 이번 대수술의 배경이 된 셈이다.
◆ ‘늑장 대응’ 일본과 달랐다…삼성, ‘실익’ 택한 선제적 결단
삼성전자가 직면한 상황은 과거 한국 기업의 공세에 밀려 궤멸 위기를 겪었던 일본 가전 기업들의 선례와 궤를 같이한다. 다만 당시 일본 기업들은 수익성 악화가 극에 달하고 나서야 대응에 나섰던 것과 달리, 삼성은 선제적 체질 개선으로 돌파하려는 차이점이 있다.
실제로 한때 ‘워크맨’으로 세계를 제패했던 소니는 디지털 전환기 독자 규격 고집과 인도 등 신흥 시장에서의 안일한 대응으로 삼성·LG 등 한국 기업에 주도권을 완전히 내주며 2012년 투자부적격 등급까지 추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러나 소니는 뼈를 깎는 인적 쇄신과 함께 PC 사업 매각, TV 사업부 분사 등 저수익 가전 제조 비중을 과감히 줄이는 대신, 플레이스테이션 중심의 게임 생태계와 이미지 센서, 영화·음악 등 콘텐츠 기반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사업 구조를 완전히 재편했다.
그 결과 가전 제조사로서의 명성은 희석됐지만, 2020년대 들어 역대 최고 영업이익과 주가를 경신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는 평을 받는다.
‘경영의 신’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세운 파나소닉 역시 2010년대 초반 삼성·LG전자에 TV와 백색가전 주도권을 내주며 연간 8조 원에 달하는 기록적인 적자를 기록하는 등 존폐 위기에 직면했다.
하지만 파나소닉은 100년 넘게 고수해온 ‘종합 가전 제조’라는 정체성을 과감히 탈피하고, 산요 가전 부문 매각과 TV 생산 라인 철수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대신 그동안 쌓아온 하드웨어 기술력을 바탕으로 테슬라에 공급하는 전기차 배터리(B2B)와 중앙공조 시스템(HVAC), 자동차 전장 부품 등 산업 생태계의 핵심 공급처로 사업 축을 옮겨 수익 중심의 솔루션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겪은 ‘일본 가전 매각 잔혹사’는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30여 년간 세계 TV 시장을 호령하던 소니는 수익성 악화 끝에 TV 사업부를 중국 TCL과 합작 운영하는 처지가 됐고, 파나소닉 역시 지난해 70여 년간 이어온 TV 사업에서 사실상 손을 뗐다.
그 결과 과거 ‘가전의 성지’였던 일본 내수 시장의 절반은 이제 중국산 TV가 점령한 상태다. 하이얼의 산요 인수, 샤프의 폭스콘 매각, 도시바의 하이센스 TV 사업권 양도 등 기회를 놓친 기업들의 몰락은 삼성이 왜 선제적 ‘대수술’을 서두르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가 가전 사업 구조 혁신의 골든타임이라는 삼성전자 내부 위기의식이 상당하다”며 “단순한 시장 철수가 아니라, 수익성 기반의 성장 사업으로 환골탈태하기 위한 삼성판 ‘대수술’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