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입 전력 대비 5배 효율·탄소 60% 절감…유럽 이어 국내 시장 공략
“영하 25도에서도 안정 난방”…정부 보조금 정책 맞물려 보급 확대 기대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삼성전자가 고효율·저탄소 난방 솔루션인 히트펌프 기술력을 앞세워 국내 ‘난방 전기화’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기존 화석연료 기반 보일러 대비 효율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강화한 제품을 통해 글로벌 에너지 전환 흐름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 송병하 삼성전자 DA사업부 그룹장./사진=배소현 기자


삼성전자는 29일 오전 서울 태평로 빌딩에서 ‘히트펌프 기술 미디어 브리핑’을 열고 한국형 ‘EHS 히트펌프 보일러’와 글로벌 사업 전략을 공개했다. 이날 발표를 맡은 송병하 삼성전자 DA사업부 그룹장은 히트펌프 기술의 원리부터 시장 성장 배경, 국내 관련 정책, 신제품 경쟁력 등에 대해 설명했다.

◆ 탈탄소 흐름 속 ‘히트펌프’ 급부상…유럽이 시장 견인

히트펌프 시장 확대의 핵심 배경은 ‘친환경’과 ‘탈탄소’다. 지난 2015년 파리기후협약 이후 각국이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밝히면서 건물들의 탄소 저감 관리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실제 유럽의 경우 전체 에너지 소비 중 약 40%가 건물에서 발생하고, 온실가스 배출의 약 36% 역시 건물에서 나온다.

이 중 상당 부분이 냉난방과 온수 생산에서 발생하는 만큼, 유럽은 히트펌프 보급을 적극 확대해왔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가스 가격 급등이 겹치며 수요가 폭증했고, 이탈리아는 한때 구매 비용의 110%를 보전하는 파격적 정책까지 시행했다.

현재 글로벌 히트펌프 시장의 약 절반은 유럽이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일본·중국 등도 보조금 정책 등을 통해 보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한국 역시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히트펌프 보일러 전환 정책을 추진 중이다.

◆ “투입 전력 대비 5배 효과”…효율·성능·친환경 모두 잡아

히트펌프는 외부 공기에서 열을 끌어와 내부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냉매의 상태 변화를 이용해 적은 전력으로도 높은 열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 제품은 계절성능계수(SCOP) 기준 약 4.9 수준으로, 투입 전력 대비 약 5배의 열을 만들어낸다.

이는 일반 가스보일러(약 90% 효율) 대비 월등한 수준이며,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약 60% 낮출 수 있다. 특히 ‘에어 투 워터(A2W)’ 방식이 적용된 EHS 히트펌프 보일러는 공기에서 얻은 열을 물로 전달해 바닥 난방과 온수 공급에 활용한다는 점에서 한국 온돌 구조에도 적합하다.

삼성전자는 고효율 압축기와 ‘플래시 인젝션’ 기술을 적용해 극저온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확보했다. 이에 영하 25도에서도 작동이 가능하며, 영하 15도 환경에서도 최대 70도의 고온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또 기존 냉매보다 지구온난화지수가 낮은 R32 냉매를 적용해 환경 부담을 줄였으며 향후 R290 냉매도 순차 도입할 계획이다.

◆ 저소음·스마트 제어까지…주택용 난방 솔루션 진화

신제품은 성능뿐 아니라 사용 편의성도 강화됐다. ‘모노’ 타입 제품은 실외기에서 바로 온수를 생성해 배관만 연결하면 기존 보일러를 대체할 수 있다. 주택 규모와 기후 조건에 따라 8·12·16kW 등 다양한 용량으로 제공된다.

특히 저소음 설계로 최저 35dB 수준의 운전이 가능해 주택가 설치 부담을 줄였다. 이는 약간의 소음이 있는 도서관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내식성 강화 코팅과 동파 방지 설계로 내구성도 확보했다.

스마트싱스(SmartThings) 기반 연결성도 강점이다. 사용자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난방 상태 확인과 원격 제어가 가능하며, 태양광 발전 시스템과 연동하면 에너지 생산·사용량까지 통합 관리할 수 있다. 7인치 터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직관적인 제어도 지원한다.

◆ 글로벌 연구 인프라·제품 라인업으로 시장 확대

   
▲ 삼성전자 EHS 히트펌프 보일러 실외기./사진=배소현 기자


삼성전자는 북미·유럽·일본 등 20여 개 지역에서 연구소와 테스트 시설을 운영하며 히트펌프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혹한 지역 테스트와 실사용 데이터 분석, 주요 대학과의 산학 협력 등을 통해 신뢰성을 확보했다.

제품 라인업도 다양하다. 주택용 ‘모노’와 ‘스플릿’ 외에도 냉방·난방·온수를 동시에 제공하는 올인원 제품(Quint) 등이다. 또 대형 건물용 ‘캐스케이드 시스템’ 등을 갖췄다. 캐스케이드 방식은 여러 대의 장비를 연결해 필요 용량에 따라 출력을 확장할 수 있는 구조로, 최대 128kW까지 하나의 시스템처럼 운용할 수 있다.

송 그룹장은 “히트펌프는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 솔루션”이라며 “국내 시장에서도 안정적인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시장 초기 전략과 기술 검증, 국내 적용 가능성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송 그룹장은 “한국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로, 단순 점유율 확대보다 신뢰성과 실제 적용 사례 확보가 더 중요하다”며 “B2B 중심 시장 특성상 성능 검증과 레퍼런스 축적이 핵심 경쟁력”이라고 밝혔다. 유럽 시장과 관련해서는 “주요 국가에서 의미 있는 수요를 확보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파트 적용 가능성도 주요 쟁점으로 제기됐다. 이에 대해 그는 “고층 아파트는 전력 용량과 설치 공간, 배관 구조 등에서 제약이 있는 영역”이라며 “삼성물산과 협력해 국내 주거 환경에 맞는 적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냉매 선택과 관련해서는 안전성 이슈가 언급됐다. 송 그룹장은 “R290 냉매는 효율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지만 발화 가능성 등 안전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과제가 있어 국내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라며 “현재는 성능과 안전성을 모두 고려한 냉매를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소비자 체감 효과에 대해서는 실증 사례를 제시했다. 그는 “양평 지역 설치 사례에서 기존 기름 보일러 대비 난방비 절감과 높은 사용자 만족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한 성능 신뢰성과 관련해 “유럽과 일본 등에서 극한 환경 테스트를 완료해 한랭지에서도 안정적인 운전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비용 측면에서는 “실증 결과에 따라 난방비가 절반 이상 절감된 사례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생산 전략과 관련해서는 “국내 원산지 기준과 정책 방향이 구체화되는 시점에 맞춰 한국 생산 여부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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