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적자전환…북미 ESS 초기 램프엄·주요 고객사 EV 파우치 물량 감소 영향
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 누적 수주 440GWh 돌파…미 애리조나 공장 연말 가동
ESS 매출 비중 전사 20%대 중반으로 껑충…AI 전력망 인프라 수요 적극 공략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EV) 시장의 캐즘 여파로 1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인 46시리즈에서 대규모 신규 수주를 따내고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비중을 크게 늘리며 중장기 반등을 위한 모멘텀을 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실적설명회를 열고 2026년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6조5550억 원, 영업손실 2078억 원을 기록했다고 30일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이번 1분기 영업손실에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Tax Credit) 1898억 원이 포함됐다.

   
▲ LG에너지솔루션은 실적설명회를 열고 2026년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6조5550억 원, 영업손실 2078억 원을 기록했다고 30일 밝혔다./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북미 ESS 생산 기지 확대에 따른 초기 안정화(Ramp-up) 비용 부담과 전략 고객의 EV 파우치 제품 물량 감소 등으로 전분기 대비 손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북미 중심의 EV 수요 약세에도 ESS와 원통형 수요에 적극 대응해 매출은 전분기 대비 1.2% 늘었다"고 부연했다.

이러한 실적 둔화 속에서도 차세대 폼팩터인 46시리즈(지름 46mm 원통형 배터리) 부문에서는 1분기에만 100GWh 이상의 신규 수주 잭팟을 터뜨렸다. 이에 따라 46시리즈의 수주 잔고는 단숨에 440GWh를 돌파했다. 

회사는 지난해 말 오창 에너지플랜트에서 4695 제품 양산을 시작했으며, 올해 말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서 4680부터 46120까지 다양한 규격의 제품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현재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46시리즈는 기존 2170 원통형 대비 에너지 밀도는 5배, 출력은 6배 이상 높아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제조 원가를 대폭 낮출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불린다. LG에너지솔루션이 선제적인 양산 체제를 성공적으로 구축하며 글로벌 완성차(OEM) 업체들의 차세대 플랫폼 주도권을 거머쥘 것으로 분석된다.

ESS 사업 역시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전사 매출의 20%대 중반까지 비중이 확대됐다. 회사는 지난 2월 기존 전략 고객과 2028년부터 차세대 LFP(리튬인산철) 제품을 공급하는 북미 전력망 프로젝트 계약을 추가로 맺었다. 

이어 3월에는 얼티엄셀즈 테네시 공장의 기존 EV 라인 일부를 ESS용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하면서, 북미 지역에만 총 5곳의 ESS 생산 거점을 확보해 연말까지 50GWh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립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대규모 ESS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밸류체인이 전방 수요 부진에 빠진 사이, LG에너지솔루션이 고수익성을 담보하는 AI 인프라 전력망 시장으로 발 빠르게 포트폴리오의 축을 옮겨 실적 방어의 탄탄한 방패막이를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사 측은 거시 경제의 짙은 불확실성도 새로운 기회 요인으로 판단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이란 전쟁 등에 따른 공급망 불안과 고유가 장기화가 오히려 권역별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부각시켜, 기존 발전원을 대체할 ESS와 EV 전환 수요를 강하게 자극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미국의 OBBBA, 유럽의 IAA 등 주요국의 공급망 현지화 정책이 구체화되면서, 물류와 관세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자사의 협상력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위기 돌파를 위해 재무 건전성 확보에도 사활을 건다. 수익성 중심의 사업 운영으로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기반의 현금 창출력을 극대화하고, 합작법인(JV) 건물 및 투자 지분 등 비핵심 자산을 매각해 추가 재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건식 공정, 전고체, 소듐 배터리 등 시장 판도를 바꿀 차세대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은 "배터리 산업이 새롭게 정의되는 변화의 시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올바른 방향과 기회를 판단하는 것"이라며 "치밀한 전략과 밀도 높은 실행력을 바탕으로 성장을 가속화해 미래 시장을 선점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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