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부진 넘어 전략 부재 드러낸 혼다의 퇴장
서비스·부품·중고차 가치…남겨진 소비자 불안
[미디어펜=김연지 기자]최근 일본 자동차 브랜드 혼다가 올해 연말부터 한국에서 자동차 판매를 종료하겠다고 발표했다. 2003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이후 23년 만이다. 수입차 최초로 연간 판매 1만 대 시대를 열며 대중화를 이끌었던 주역이 극심한 판매 부진 끝에 짐을 싸게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혼다는 2008년 연간 1만2356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업계 최초로 1만 대 시대를 열었다. 당시만 해도 수입차 시장 자체가 지금처럼 대중화되지 않았던 만큼 혼다는 수입차 저변 확대를 이끈 대표 브랜드로 평가받았다. 이후에도 8000~1만 대 수준의 판매를 유지하며 안정적인 입지를 이어갔다.

   
분위기는 2019년 한일 갈등 이후 급변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 여파로 판매량이 빠르게 줄어들었고 이후 회복세도 제한적이었다. 혼다 판매량은 2020년 3000대 수준까지 감소했고 지난해에는 1900대 안팎까지 떨어졌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일본 브랜드 존재감도 크게 축소됐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일본차 브랜드 점유율은 2000년대 후반 30%를 웃돌았지만 최근에는 10% 안팎 수준까지 낮아졌다. 그 사이 한국 시장을 떠난 일본 브랜드도 적지 않다. 스바루는 진출 3년 만인 2012년 철수했고, 미쓰비시는 재진출 1년 만인 2013년 사업을 접었다. 닛산과 인피니티 역시 2020년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제 국내에 남은 일본차 브랜드는 토요타와 렉서스뿐이다.

혼다의 퇴장은 단순한 판매 부진을 넘어 한국 시장에 대한 전략적 부재와 전동화 전환의 한계를 드러낸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자동차 시장이 빠르게 전동화·디지털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 속도가 늦었다는 분석이다.

최근 소비자들은 단순한 주행 성능이나 내구성을 넘어 소프트웨어 완성도, 디지털 경험, 브랜드 서비스까지 종합적으로 따진다. 하지만 혼다는 하이브리드 중심 전략을 이어가면서 순수 전기차 시장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고, 대형 디스플레이나 통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한국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디지털 경쟁력에서도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문제는 판매 종료를 선언한 이후다. 철수 이후 가장 큰 과제는 남겨진 고객들에 대한 책임 있는 관리와 신뢰 유지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판매 종료보다 서비스센터 운영 지속 여부와 부품 수급 안정성, 중고차 가치 하락 가능성 등이 훨씬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온다.

자동차는 구매로 끝나는 상품이 아니다. 수년간 유지·관리와 서비스가 뒤따르는 대표적인 내구재다. 더욱이 최근 자동차 산업은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OTA(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배터리 관리, 전장 시스템 대응 등 장기적인 사후 지원의 중요성은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

국내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브랜드가 철수하더라도 기존 구매 고객을 위한 애프터서비스(AS)를 최소 8년간 유지해야 하며, 차량 유지관리 서비스와 부품 공급, 보증 대응 등을 지속해야 한다. 혼다코리아 역시 의무 기간 이후에도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진입보다 어려운 것은 책임 있는 퇴장이다. 브랜드가 시장을 떠난다고 해서 소비자가 구매한 차량과 그에 따른 책임까지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 철수를 결정한 혼다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소비자들은 이제 차량의 성능뿐 아니라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과 사후 책임까지 엄중히 묻고 있다. 국내 수입차 시장 역시 판매 경쟁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 신뢰를 지킬 수 있는 장기 서비스 체계와 보호 장치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구축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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