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인건비 다 올랐다”…택배업계, 경쟁 심화에 실적 악화 우려
수정 2026-05-06 16:48:02
입력 2026-05-06 16:48:09
이용현 기자 | hiyori0824@mediapen.com
비용은 오르는데 가격은 제자리…택배업계 부담 확대
[미디어펜=이용현 기자]쿠팡이 1분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배송 서비스와 가격 정책을 유지하면서 시장 전반에 형성된 ‘빠르고 저렴한 배송’ 기준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고유가와 인건비 상승으로 비용 부담이 커진 택배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단가 인상이 어려운 구조 속에서 수익성 압박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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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재 물류 시장은 화주 중심의 가격 결정 구조가 고착돼 있어 택배사들이 단가 인상을 시도하더라도 이를 관철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
6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올해 1분기 매출 12조 원을 돌파했지만 원가 상승과 보상 비용, 글로벌 투자 확대 영향으로 적자 전환했다. 특히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따른 대규모 보상 프로그램과 대만·파페치·쿠팡이츠 등 성장 사업 투자 확대가 실적에 반영되며 3500억 원 수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더해 매출 증가율 역시 8%에 그치며 상장 이후 처음으로 한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외형 성장세도 둔화되는 모습이다. 성장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비용 부담이 동시에 확대되면서 수익성은 크게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쿠팡은 로켓배송을 중심으로 한 빠른 배송 체계와 멤버십 기반의 저가 배송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비스 축소나 가격 인상과 같은 조정 움직임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는 단기적인 수익성보다 고객 기반 유지와 시장 점유율 확대를 우선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배송 속도와 가격이 소비자 선택에 직결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는 만큼 서비스 축소나 가격 인상은 곧바로 이용자 이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러한 전략에 힘입어 사업 경쟁력은 일정 수준 회복됐다. 김범석 쿠팡 의장은 이날 진행된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4월 말 기준 탈퇴 회원의 재가입과 신규 회원 가입 증가로 사고 이후 감소한 와우 회원 수의 약 80%를 회복했다”고 밝혔다. 이는 가격과 서비스 경쟁력을 유지하는 전략이 일정 부분 효과를 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비용은 오르는데 단가는 묶였다…택배업계 ‘이중 압박’
다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택배업계 전반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주요 택배사들은 최근 유가 상승과 인건비 증가로 비용 부담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시장 내 가격 경쟁이 유지되면서 이를 운임에 반영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비용은 상승하고 있지만 가격은 제자리인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2024~2025년 국내 택배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장 인력을 중심으로 1인 평균 급여가 상승하는 등 인건비 증가 흐름이 관측됐다. 그 예시로 CJ대한통운의 경우 2025년 1인 평균 급여가 전년 대비 약 100만 원가량 증가하는 등 인건비 부담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물동량 유지 및 서비스 수준 유지를 위한 인력 투입 확대와도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유류비 역시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국제유가 하락 영향으로 경유 비용이 감소한 바 있으나, 최근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유가가 다시 상승세를 보이면서 운송 비용 부담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특히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서 물류 기업들의 비용 구조 불확실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6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석유류 물가는 전년 대비 21.9% 상승하며 전체 물가 상승률을 0.84%p 끌어올렸다. 이는 2022년 7월 이후 약 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품목별로는 경유(30.8%), 휘발유(21.1%), 등유(18.7%) 등이 일제히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며 물류비 증가 압력을 키우고 있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내륙 운송의 경우 대부분이 트럭 기반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유가 변동에 따른 영향이 즉각적으로 반영된다"며 "특히 경유 가격 상승은 간선 운송과 허브 간 이동 비용을 직접적으로 끌어올리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비용 증가를 운임에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물류 시장은 화주 중심의 가격 결정 구조가 고착돼 있어 택배사들이 단가 인상을 시도하더라도 이를 관철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형성된 ‘빠르고 저렴한 배송’ 기준이 소비자 기대치로 자리 잡으면서, 화주들 역시 가격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시장 기준을 의식할 수밖에 없어 단가 인상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특정 기업의 전략이라기보다 시장 전반의 경쟁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로 해석된다.
결국 업계에서는 택배사들이 ‘비용 상승-가격 정체’라는 구조적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용은 유가와 인건비 상승에 따라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가격은 경쟁 구조에 묶여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구조가 이어질 경우 수익성 회복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별도의 단가 인상 계획은 없다”며 “계약 조건이 업체별로 상이하고 민감한 사안인 만큼 구체적인 언급은 어렵지만 비용 상승에도 불구하고 단가 인상이 쉽지 않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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