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트루다·옵디보 등 초대형 블록버스터 특허 만료 본격화
FDA·식약처 규제 완화에 K-바이오 기회 확대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향후 10년 간 6000억 달러 규모의 블록버스터 의약품 특허 만료가 예고되면서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 기회의 장이 펼쳐질 전망이다. K-바이오시밀러도 글로벌 특허 만료를 발판 삼아 새로운 성장 국면을 맞이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6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25~2035년 사이 특허 보호가 종료되는 항암제·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등 블록버스터 의약품 누적 매출 규모는 6000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된다. 미국과 유럽에서만 향후 10년 간 특허가 풀리는 바이오의약품은 200여 개에 이르며 바이오시밀러 잠재 시장 규모는 약 3750억 달러로 분석된다.

   
▲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옥 전경./사진=삼성바이오에피스


◆ 6000억 달러 특허 만료…바이오시밀러 ‘골든 디케이드’

글로벌 제약업계는 이번 특허 만료 흐름을 바이오시밀러 산업의 골든 디케이드(황금의 10년)라고 평가한다.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옵디보’, 안과질환 치료제 ‘아일리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와 ‘스텔라라’ 등 연 매출 수조~수십조 원 규모 품목들이 2020년대 후반부터 잇달아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특허가 종료되면 각국 정부와 보험자는 의료비 절감을 위해 바이오시밀러 도입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2030년대 초반까지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키트루다는 연 매출 40조~45조 원 규모로 시장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로 꼽힌다. 키트루다는 한국에서 2028년, 미국에서 2029년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어 이를 전후해 시밀러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다만 모든 특허 만료 의약품이 바이오시밀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향후 특허가 풀리는 바이오의약품 가운데 상당수가 아직 개발 계획조차 없는 상태라고 보고 있다.

임상 리스크와 생산설비 투자 부담, 시장성 불확실성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바이오시밀러 갭’으로 부르며 공백을 누가 선점하느냐가 핵심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 FDA·식약처 규제 완화…K-바이오 기회 확대

   
▲ 인천 송도 셀트리온 전경./사진=셀트리온

규제 환경도 바이오시밀러 산업에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 FDA(식품의약국)는 최근 품질·비교동등성 자료와 제한된 임상 데이터만으로 허가를 검토할 수 있도록 관련 가이드라인을 개편하고 있다. 기존에 필수로 여겨졌던 대규모 3상 임상을 면제하거나 축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내에서는 식약처가 허가 제도 개편에 나섰다. 품질과 1·2상 결과만으로 동등성이 입증되는 경우 3상을 면제하거나 환자 수를 줄일 수 있도록 심사 기준을 정비했고 개발 초기 단계부터 시험 설계를 사전 협의할 수 있는 제도도 도입했다.

업계에서는 허가 기간 단축과 개발비 절감이 동시에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특히 글로벌 규제기관과의 제도 방향성이 같아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개발 전략 수립에도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기업들은 이미 자가면역질환과 암 분야에서 바이오시밀러 경쟁력을 입증해왔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유럽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했고 미국에서도 휴미라·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를 통해 시장 입지를 넓히고 있다.

◆ 키트루다 시밀러 경쟁…바이오시밀러 ‘2막’

바이오시밀러 2막의 상징적 무대는 키트루다로 꼽힌다. 키트루다는 비소세포폐암·요로상피암·두경부암 등 다양한 고형암 치료에 쓰이는 대표 면역항암제로 단일 품목 매출만 연 40조 원 이상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개발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후보물질 ‘CT-P51’의 글로벌 3상 규모를 조정하며 임상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을 택했고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비교적 대규모 임상을 유지하며 신뢰성 확보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SB27)은 글로벌 임상 1상에서 약동학 지표에서 오리지널과 동등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앞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2024년 1월부터 한국을 포함한 4개 국가에서 SB27과 오리지널 의약품 간 약동학(PK), 유효성, 안전성 등을 평가하는 글로벌 임상 1상에 착수했으며 오는 11월 임상시험을 완료할 예정이다.

신동훈 삼성바이오에피스 임상의학본부장 부사장은 "블록버스터 면역 항암제 바이오시밀러 SB27의 임상 1상에서 확인된 긍정적인 결과는 당사가 보유한 글로벌 수준의 연구개발 역량을 입증한 사례로 그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항암제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단순 가격 경쟁만으로 확보하기 어렵다고 본다. 또한 의료진 신뢰 확보와 안정적 공급 능력, 글로벌 파트너십이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바이오시밀러가 램시마와 휴미라 시밀러 등을 통해 가능성을 입증한 시기였다면 2막은 키트루다 같은 초대형 면역항암제 특허 만료가 본격화되는 승부처가 될 것”이라며 “향후 5~10년이 산업 위상을 결정할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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