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어 삼바까지 파업 장기화 조짐…국가 핵심 산업 연쇄 타격
365일 ‘초정밀 공정’ 특수성 외면… 멈추는 순간 제품 전량 폐기 위기
[미디어펜=조우현 기자]한국 경제의 양대 축이자 미래 먹거리인 반도체와 바이오 산업이 노조의 ‘파업’에 휘말려 흔들리고 있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노조 파업 위협에 휩싸이며, 글로벌 시장에서 수십 년간 쌓아온 ‘공급망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장기 파업 태세를 갖추면서 '자해적' 파업의 몽니를 부리고 있고, 삼성전자 노조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 결과를 보며 따라가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글로벌 패권 경쟁이 치열한 시점에서 국가 경제를 볼모로 삼는 집단이기주의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게 재계를 비롯한 일반 국민들의 시각이다.

   
▲ 대한민국 경제의 양대 축이자 미래 먹거리인 반도체와 바이오 산업이 노조의 ‘파업 만능주의’에 휘말려 흔들리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시작된 파업의 불씨가 삼성바이오로직스로 옮겨붙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수십 년간 쌓아온 ‘공급망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사진=미디어펜



◆ ‘단 한 번의 멈춤’도 허용되지 않는 산업… ‘약점’이 협박 도구로

반도체와 바이오 산업의 핵심 경쟁력은 ‘공정의 연속성’과 ‘고객사와의 신뢰’다. 그러나 노조는 역설적으로 산업의 특성을 약점으로 삼아 사측을 압박하는 협박 카드로 사용하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 수백 단계의 미세 공정이 24시간 쉼 없이 돌아가는 구조로, 파업으로 인한 라인 정지는 대규모 수율 저하와 납기 지연을 유발한다.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은 리스크 감지 즉시 경쟁사로 공급망 다변화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DMO(위탁개발생산) 부문은 상황이 더욱 엄중하다. 살아있는 세포를 배양하는 바이오 공정은 한 번 시작되면 멈출 수 없는 ‘연속 생산(Continuous Manufacturing)’의 정점이다. 배양기 내의 온도, 습도, 산소 농도 등이 단 몇 분만 어긋나도 세포는 급격히 사멸하며, 이때 발생하는 불순물로 인해 해당 배양액은 치료제가 아닌 ‘변질된 노폐물’로 전락한다.

특히 CDMO 사업은 고객사의 레시피를 대신 수행하는 ‘신뢰 산업’이다. 공정 무결성(Integrity)에 티끌만큼의 의심이라도 생기면 미국 FDA 등 글로벌 규제기관의 승인이 거절됨은 물론, 고객사로부터 천문학적인 손해배상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 

한 제약바이오 전문가는 "바이오 공장은 거대한 세포 생태계와 같다"며 "온도·습도·영양분 공급 등 공정 제어 시스템이 단 몇 분만 멈춰도 세포는 급격히 사멸하고 항체 단백질은 변질된다"고 설명했다. 

노조의 파업이 단순한 업무 중단을 넘어 기업의 존립 기반인 '품질 신뢰'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B2B 산업에서 한 번 잃은 신뢰는 론자(Lonza) 등 해외 경쟁사에게 시장 주도권을 통째로 넘겨주는 자해 행위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 삼바의 강경 대응… “불법 조업 방해는 공멸의 길”

창사 이래 첫 전면 파업을 겪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업 존립과 품질 관리를 위해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고 있다.

사측은 지난 4일, 파업 기간 중 생산 현장에 무단 출입해 공정을 감시하며 정상 조업을 방해한 노조원을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고발했다.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에 따라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보안 구역에 비인가 인원이 임의 출입한 것은 품질 관리 체계 자체를 무너뜨리는 불법 행위라는 판단에서다.

현재 노조는 14.3% 임금 인상 외에도 임원 임면권 관여, 회사 분할 시 노조 의결권 부여 등 노골적인 경영권 침해 조항을 요구하며 파업 장기화 방침을 굳히고 있다. 특히 6일 예정됐던 1대1 면담마저 노조 측의 통화 내용 외부 유출 및 희화화 논란으로 취소되면서 노사 갈등은 파국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재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 결과에 따라 삼성전자 노조도 이를 답습하며 ‘잘나갈 때 더 뜯어내자’는 이기주의에 함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첨단 산업의 특수성과 환자의 생명, 국가 경제의 엄중한 현실을 외면한 채 당장의 이익 만을 앞세우는 것은 결국 노동자 스스로의 일자리를 없애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선택한 이유는 '철저한 공정 관리'라는 신뢰 때문"이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의 파업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대한민국 바이오 산업 전체의 신뢰도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도체 역시 바이오 산업과 마찬가지로 '철저한 공정 관리'라는 같은 구조를 갖고 있다. 결국 양 산업 모두 고객 신뢰를 잃을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노조는 이를 악용해 사측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노조가 국가 핵심 산업의 공정 체계를 볼모 삼아 파업 만능주의를 고수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는 순식간에 좁아질 것”이라며 “8일 예정된 노사정 회의에서라도 노조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없다면 대한민국 첨단 산업의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