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잔인한 금융' 이어 김용범 실장 은행권 대출행태 비판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권의 대출 행태에 '잔인한 금융'이라고 비판한 데 이어,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최근 은행권의 신용등급 기반 대출관행을 연일 비판하면서 업계의 긴장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이 기대보다 부족하다며 '체리피킹(전체 중 가장 좋은 것만 골라내는 행위)' 행태라고 비판했는데, 업계에서는 올 1분기에만 10명 중 3~4명꼴로 신규 대출을 제공했던 만큼 불편한 기색이 감지된다. 더불어 포용금융 확대에 따른 고신용자 역차별 문제, 연체율 관리 등을 외면하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과 김 실장은 거듭 은행권의 대출행태를 비판하며, 업계의 중·저신용자 포용금융 행보에 날을 세우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금융기관들이 돈 버는 것이 능사라며 (수익성 강화가) 존립 목적이라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공공성이 너무 취약하다"고 말했다. 

   
▲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6.5.6/사진=연합뉴스 제공


특히 은행권의 대출 관행을 두고 금융당국에 "상위 등급에게만 대출을 지급하고 나머지는 취급을 안 해줘서 전부 제2금융·대부업·사채업에 의존하게 만들고 있다"며 "서민금융이 갈수록 어려워지던데 서민이 금융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포용금융이 금융기관의 의무 중 하나라는 것을 계속 주지시켜야 할 것 같다"고 주문했다. '저위험·고수익' 대출로 통하는 고신용·부동산담보대출 중심의 은행권 영업행태를 지적한 것이다.

또 이 대통령은 이억원 금융위원장에게 "중·저신용자에 대한 포용금융을 얼마큼 실현했느냐를 선의에 의존하지 않고 불이익이나 이익을 주는 등 제도적으로 강제할 방법은 없냐"고 질의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은행 영업이익의 15%를 의무적으로 새희망홀씨로 공급해야 하고, 중금리대출은 출연료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며 "여기에 더해 포용금융 평가 체계를 종합적으로 마련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잔인한 금융'을 언급한 이래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이자장사, 중·저신용자 소외 문제 등을 예의주시했는데, 여전히 금융 양극화가 극심하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앞서 김용범 실장도 지난 노동절 연휴 동안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은행권을 가열차게 비판했다.

김 실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금융의 구조 시리즈'라는 제목으로 네 차례 글을 올렸는데, 현행 신용등급 평가 체계와 제도권 금융회사의 중·저신용자 배제 문제를 꼬집었다. 그는 4일 전 올린 2편 시리즈에서 "은행에게 중간 지대는 가성비가 맞지 않는 구간이다"면서 "리스크는 관리해야겠고 비용은 쓰기 싫으니, 그 구간을 다루지 않는 선택이 더 합리적으로 작동해 온 셈이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3일 3편 포스팅에서는 "언제까지 과거의 연체 기록이나 카드 이력만 쳐다보고 있을 건가"라며 "사람들은 이미 매일의 소비와 납부, 플랫폼 활동을 통해 수많은 삶의 신호를 만들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그들(인터넷은행들)이 가진 데이터로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는지 명확히 증명하게 해야 한다"며 "금융에서 가장 무거운 책임은 규제가 아니라 면허에 따른 책임이다. '체리피킹'은 인터넷은행의 사명이 아니다"고 질타했다. 

"10명 중 4명 지원이 체리피킹?"…억울한 인터넷은행 

은행권의 중·저신용자 소외 문제는 오랜 병폐로 여겨진 만큼, 은행권도 이 같은 지적에 어느정도 공감대를 보이고 있다. 다만 중금리대출 확대에 따른 고신용자 금리 역차별 문제와 자산 건전성 관리 문제도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중·저신용자 포용금융'이 핵심 영업과제인 인터넷은행의 경우 김 실장의 '체리피킹' 비판에 불안함을 보이고 있는데, 1분기 실적까지 역대급을 경신하면서 입장이 더욱 난처해졌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1분기 약 36.3% 성장한 1873억원을, 케이뱅크는 약 106.2% 폭증한 332억원의 순이익을 각각 거뒀다. 

다만 순이익 급증에 걸맞게 포용금융 확대에도 집중했다. 카뱅의 올해 1분기 말 여신잔액은 47조 699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44조 2720억원 대비 약 7.7% 증가했다. 이 중 중·저신용 대출 신규 취급 비중은 45.6%를 기록해 목표치 32%를 크게 웃돌았다. 대출 이용자 10명 중 4.6명 꼴로 포용금융을 지원한 셈이다. 평균 잔액 비중도 32.3%로 목표치 30%를 상회했다.

케뱅의 1분기 여신잔액은 18조 75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6조 9400억원 대비 약 10.7% 늘었다. 이 중 중·저신용 대출 신규 취급 비중은 33.5%로 목표치 32%를 상회했고, 평균 잔액 비중도 31.9%로 목표치 30%를 넘겼다. 특히 케뱅은 생산적금융 확대의 일환으로 지역 개인사업자·소상공인을 타깃해 신보재단의 보증서 기반 대출과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전통 시중은행이 주름잡던 금융권에 인터넷은행이 진입하면서 재기할 의사가 있는 중·저신용자들이 이자 부담을 덜고 신용상태도 개선됐다. 

대표적으로 카뱅이 올해 1분기 중신용대출 이용자를 분석한 결과, 약 52%가 대출 실행 후 1개월 내 신용점수 상승을 경험했는데 평균 49점 상승했다. 가장 큰 폭으로 점수가 오른 고객은 703점에서 963점으로 올라 단숨에 고신용자로 등극했다. 또 저축은행·캐피탈·카드사 등 2금융권 대출을 보유했다가 카뱅으로 대환한 고객 중 약 22%는 비은행권 대출 잔액이 평균 370만원 감소했고, 신용점수도 평균 37점 개선됐다. 카뱅은 이 같은 금융 경험을 선사하면서 출범 후 올 1분기까지 포용금융으로 누적 16조원을 공급했다. 

한편 이 대통령이 은행의 공공성 및 포용금융을 특별히 강조한 만큼, 금융당국의 고심도 커졌다. 현재로선 중·저신용자 대출을 매년 늘려야 하는 인터넷은행들에게 포용금융 확대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억원 위원장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인터넷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포용금융 목표 비중을 지난해 30%, 올해 32%, 내년 34%, 2028년 35%까지 확대할 것임을 시사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자이익 성장세 부진 속 정부가 포용금융 부족 문제를 연이어 지적하면서 인터넷은행들로선 여러모로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며 "이미 중금리대출 확대로 인해 고신용자 금리가 중신용자보다 높을 때도 있는 만큼, 역차별 문제도 외면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체율·부실채권비율 등 건전성도 신경써야 하는 만큼, 시중은행 대비 자산 규모가 훨씬 작은 인터넷은행이 모든 것을 해결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중·저신용자대출이나 개인사업자대출 등은 사회적으로 풀려면 대형 시중은행들도 함께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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