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성인으로...노정의, 스크린에서 물 오른다
수정 2026-05-08 17:18:42
입력 2026-05-08 08:43:50
이석원 부장 | che112582@gmail.com
‘바니와 오빠들’의 발랄함 벗고 '면도'서 트라우마 소설가 ‘수연’ 변신
10대 시절 누비던 스크린 복귀...글로벌 루키에서 심리 스릴러 주역으로
10대 시절 누비던 스크린 복귀...글로벌 루키에서 심리 스릴러 주역으로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배우 노정의의 행보가 매섭다. 안방극장에서 청춘의 설렘을 대변하며 Z세대 워너비로 우뚝 선 그가 이번에는 스크린으로 무대를 옮겨 한층 깊어진 연기 내공을 선보인다. 과거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의 파편화된 심리를 치밀하게 그려낼 영화 ‘면도’를 통해서다.
영화 ‘면도’는 시골 저택에서 새 삶을 꾸려가던 소설가 수연(노정의)이 연휴를 맞아 찾아온 연인 신지(카사마츠 쇼)와 고립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며 시작되는 심리 공포 스릴러다. 노정의는 극의 중심축인 수연 역을 맡아 사랑과 공포, 트라우마가 뒤섞인 복잡한 감정선을 해체하듯 섬세하게 그려낼 예정이다.
이번 변신이 더욱 기대를 모으는 이유는 전작들과의 선명한 대비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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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정의가 성인이 된 후 영화에서 첫 주연을 맡은 '면도'가 크랭크업하고 하반기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스타플래티넘 제공 | ||
노정의는 최근 ‘바니와 오빠들’, ‘우주를 줄게’ 등에서 싱그러운 청춘의 표상을 연기해왔다. 대중에게 익숙한 그의 모습은 사랑에 고민하고 성장하는 밝고 사랑스러운 캐릭터였다. 특히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보여준 특유의 화사한 에너지는 그를 차세대 ‘로코 퀸’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면도’에서의 노정의는 차갑고 건조하다. 고립된 저택이라는 공간적 배경 속에서 그는 내면의 상처와 끊임없이 사투를 벌이는 예민한 예술가의 얼굴을 꺼내 든다. 달콤한 로맨스에 안주하지 않고, 인물의 신경질적인 불안함과 공포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연기 방식은 그가 단순한 청춘스타를 넘어 성숙한 배우의 단계로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아역 시절부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노정의는 성장 과정에서 연기 스타일의 비약적인 발전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10대 시절 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소녀의 세계’, ‘히치하이크’ 등에서 보여준 연기가 인물의 감정을 순수하고 정교하게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면, 성인이 된 후의 노정의는 감정을 ‘드러내는’ 것보다 ‘누르는’ 연기에 능숙해졌다.
그간 ‘그 해 우리는’과 ‘하이라키’ 등을 거치며 다져온 절제된 감정 표현은 이번 ‘면도’에서 빛을 발할 전망이다. 단순히 소리를 지르거나 표정을 일그러뜨리는 외형적인 공포가 아니라, 눈빛 하나와 호흡의 떨림만으로 고립된 자의 심리적 압박감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아역 배우 출신이 겪기 쉬운 ‘이미지 고착’의 한계를 스스로 깨부수고, 작품의 무게감을 견뎌내는 단독 주연으로서의 역량을 증명해낸 셈이다.
작품의 진용 또한 화려하다. 일본의 라이징 스타 카사마츠 쇼가 다정한 연인 신지 역을 맡아 노정의와 호흡을 맞추며, 믿고 보는 배우 변요한과 ITZY의 신류진이 합류해 극의 밀도를 높인다. 쟁쟁한 선배 배우와 글로벌 스타들 사이에서도 노정의는 자신만의 색깔을 잃지 않고 극을 이끄는 강인한 에너지를 보여준다.
넷플릭스 영화 ‘황야’ 등을 통해 이미 글로벌 시장에 눈도장을 찍은 노정의에게 ‘면도’는 연기 인생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방극장에서 증명한 화제성을 바탕으로 스크린에서의 예술적 성취까지 거머쥐려는 그의 야심 찬 행보는 이미 시작되었다. 영역을 가리지 않는 그의 확장성이 올여름 관객들에게 어떤 서늘한 충격을 안길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