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7조원 매물 폭탄에도 반도체주 쓸어 담으며 증시 하단 지지
포모 심리 겹치며 대형주 이상매매 부작용 속출…증권가 눈높이는 상향
[미디어펜=홍샛별 기자]국내 증시가 코스피 7000선 돌파라는 전인미답의 길을 걷고 있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하는 투자자 예탁금이 13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역대급 매도 폭탄이 쏟아졌지만, 막대한 실탄을 장전한 개인 투자자들이 핵심 우량주를 쓸어 담으며 지수 방어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내고 있다. 다만 넘치는 유동성과 랠리 소외 불안감(FOMO)이 겹치면서 대형주까지 묻지마 수급이 쏠리는 이상매매 현상도 확산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 국내 증시가 코스피 7000선 돌파라는 전인미답의 길을 걷고 있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하는 투자자 예탁금이 13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130조743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4일 124조8406억원에서 1거래일 만에 약 6조원이 급증한 수치다. 예탁금이 130조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 3월초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저가 매수 자금이 유입됐던 때 이후 두 달 만이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자 추가 상승에 베팅하는 대기 자금이 블랙홀처럼 증시 주변으로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풍부한 유동성은 외국인의 대규모 차익 실현 매물을 소화하는 핵심 동력이다. 코스피 지수가 1.43% 상승하며 최고치를 경신했던 지난 7일 외국인은 역대 최대 규모인 7조1000억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가 5조9925억원을 순매수하며 랠리를 방어했다. 특히 외국인이 던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물량을 개인이 고스란히 받아냈다. 개인의 상장지수펀드(ETF) 일일 순매수 규모 역시 연일 7000억원에서 9000억원대를 넘나들며 간접 투자 시장에서도 강한 매수세가 확인되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랠리 이면에는 단기 과열에 따른 부작용도 감지된다. 특정 섹터에 대한 기대감이 극에 달하면서 소수 계좌 중심의 수급 쏠림 현상이 중소형주를 넘어 우량 대형주와 우선주로까지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이달 들어 한화엔진, 두산퓨얼셀, STX엔진, LS, 삼성전기우 등을 당일 소수계좌 매수관여 과다종목으로 지정하고 투자주의 조치를 내렸다.

거래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우선주나 묵직한 대형주임에도 상위 20개 계좌의 매수 비중이 절반을 넘나드는 등 비정상적인 과열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난 탓이다. 과거 작전 세력 개입 가능성을 경고하기 위해 주로 코스닥 중소형주에 내려지던 조치가 우량주 전반으로 확대된 셈이다. 자본시장연구원 측은 소수 계좌 매수관여 집중은 결국 수급 불균형이 발생했다는 의미라며 주가 상승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다수 투자자보다는 소수 투자자에 더 집중돼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실적 장세에 대한 강한 확신을 바탕으로 연간 코스피 목표치를 8800선에서 9000선으로 일제히 높여 잡고 있다. 반도체 업황의 이익 모멘텀이 시장 전체의 상승 여력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는 전형적인 실적·정책 장세"라며 "선행 주당순이익(EPS) 상승국면에서는 코스피 상승추세가 지속될 것이고, 선행 EPS가 꺾이기 전까지 코스피 상단을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2분기 반도체 업종의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 변화율은 45%, 트렌드포스 반도체 가격 변화율 58~75%로 추가 상향조정이 가능하고, 반도체 이익모멘텀 강화와 실적 전망이 상향되는 흐름은 코스피 상승여력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현재 실적 전망치를 코스피가 따라가고 있는 모습이라는 점이 중요하고, 이익 전망치의 추세가 코스피 상승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실적 기반의 중장기 상승 추세는 유효하지만, 묻지마식 쏠림 투자가 빚어낸 단기 변동성 확대에는 경계감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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