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벌어도 안 쓴다…돈은 소비 대신 부동산으로
수정 2026-05-10 06:59:43
입력 2026-05-10 06:52:44
백지현 차장 | bevanila@mediapen.com
한은 ‘우리나라 주식 자산효과에 대한 평가’ 보고서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최근 주식시장 호조로 가계의 주식 투자 참여가 확대되고 있지만 주가 상승에 따른 자산효과는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으로 번 돈이 소비로 이어지기보다 부동산 등 다른 자산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 |
||
| ▲ 최근 주식시장 호조로 가계의 주식 투자 참여가 확대되고 있지만 주가 상승에 따른 자산효과는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김상문 기자 | ||
10일 한국은행의 ‘우리나라 주식 자산효과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주가가 1만원 상승할 때 발생하는 자본이득 가운데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 비중은 약 1.3%에 그쳤다. 이는 미국과 유럽 주요국의 3~4% 수준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치다. 국내에서는 주식 가격 상승이 가계 소비를 자극하는 효과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의미다.
이 같은 현상은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다. 우선 가계의 주식자산 규모 자체가 주요 선진국 대비 작다. 2024년 기준 가처분소득 대비 주식자산 비율은 한국이 77%로, 미국(256%)과 유럽(184%)에 크게 못 미친다. 또한 주식 보유가 소비 성향이 낮은 고소득·고자산층에 집중돼 있어 주가 상승의 체감 효과가 제한적이다.
주식시장 특성도 영향을 미쳤다. 국내 주식은 과거 수익률이 낮고 변동성이 높아 가계가 자본이득을 일시적 현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실제로 2011~2024년 동안 국내 주식시장의 기대수익률은 미국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했고, 변동성은 더 컸으며 상승 지속성도 짧았다.
자산배분 행태 역시 소비 확대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같은 기간 주식시장에서 실현된 이익 상당 부분이 부동산으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무주택 가구의 경우 주식 자본이득의 약 70%가 부동산 투자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부동산 시장의 낮은 변동성과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로 인해 소비보다 자산 축적을 선택하는 유인이 컸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에는 변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수요 확대 등에 힘입어 주가가 급등하면서 가계의 주식 보유 규모가 빠르게 늘고, 투자 참여 계층도 청년층과 중·저소득층으로 확대되고 있다. 2025년 가계의 주식 자본이득은 429조원으로, 과거 평균의 22배 수준에 달했다.
이들 신규 투자층은 상대적으로 소비 성향이 높아 향후 자산효과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주가가 조정받을 경우 ‘역자산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은 리스크 요인이다. 특히 신용융자 등 레버리지 투자 확대는 자산가격 하락과 채무 부담 증가가 동시에 발생하며 경기 하방 압력을 키울 수 있다.
보고서는 중장기적으로 주식시장이 가계 자산 형성의 기반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투자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시장 안정 등을 통해 주식 자본이득이 다시 부동산으로 쏠리는 구조를 완화하고, 장기 투자 유인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 성과가 가계 자산 축적과 소비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