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 연극상 받은 ‘젤리피쉬’, 어떤 연극이길래…
수정 2026-05-11 10:26:20
입력 2026-05-11 10:26:21
이석원 부장 | che112582@gmail.com
동아연극상 이어 백상까지 석권…한국 연극계 ‘동시대적 분기점’ 마련
다운증후군 배우 백지윤 주연, 장애예술 넘어 보편적 인간 서사로 호평
다운증후군 배우 백지윤 주연, 장애예술 넘어 보편적 인간 서사로 호평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장애예술에 기반을 둔 공연 한 편이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양대 권위상을 잇달아 거머쥐며 공연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 8일 열린 제62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연극 부문 최고상인 ‘백상연극상’을 수상한 연극 '젤리피쉬'(연출 민새롬)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1월 제62회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받은 데 이어 거둔 성과로, 단일 시즌에 두 시상식의 정상에 오른 사례는 한국 연극사에서도 드문 기록이다.
영국 극작가 벤 웨더릴의 동명 원작을 바탕으로 한 '젤리피쉬'는 다운증후군이 있는 27세 여성 ‘켈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켈리가 사랑과 관계, 자립을 통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구축해 나가는 과정을 경쾌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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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8일 열린 제62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백상 연극상을 받은 화제의 연극 '젤리피쉬'./사진=모두예술극장 제공 | ||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배역과 배우의 결합’에 있다. 실제 다운증후군 당사자인 배우 백지윤이 주인공 켈리 역을 맡아 2시간이 넘는 극 전체를 이끌며, 저신장 장애인 배우 김범진이 도미닉 역으로 함께 호흡을 맞춘다. 그동안 한국 연극 무대에서 장애인은 주로 비장애인 배우가 재현하거나, 특정한 ‘장애 극복’의 서사를 강조하기 위한 장치로 소비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젤리피쉬'는 이러한 관습을 탈피한다. 장애를 특별한 극복의 대상이 아닌, 삶의 한 조건으로 둔 채 인물들 사이의 대립과 공존을 치열하게 묘사한다. 가족 안에서 발생하는 갈등, 자립을 위한 분투 등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주제를 다룸으로써, 관객들이 편견 없이 인물의 내면과 소통하도록 이끈 점이 이 작품의 핵심적인 성취로 꼽힌다.
이번 수상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장문원)과 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이 공동 제작하고, 국내 최초의 장애예술인 표준공연장인 ‘모두예술극장’이 2023년 개관 이후 2년여 만에 일궈낸 결과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2025년 3월 초연 이후 국립극단의 기획초청을 받아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르는 등 이미 평단과 대중의 고른 지지를 확인한 바 있다.
백상예술대상 심사위원단은 “예술적 수월성과 대중적 확산성에 비중을 두었으며, 올해의 결과는 연극계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총평했다. 앞서 동아연극상 측 역시 “강요하기보다 자연스럽게 동화되는 수작”이라며 연출과 배우의 유기적인 결합을 높이 평가했다. 장애예술이라는 특수성에 기대지 않고, 연극 그 자체로서의 작품성을 증명했다는 공통된 분석이다.
시상식 현장에서 주연 배우 백지윤은 감격의 눈물과 함께 관객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큰 박수를 받았다. 개인의 수상을 넘어 장애예술이 한국 동시대 연극의 주류 흐름을 형성하는 중요한 거점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성공적인 서울 공연을 마친 '젤리피쉬'는 오는 9월 부산 영화의전당을 시작으로 전국 지역 문예회관 무대에 차례로 오를 예정이다. 장문원이 진행한 공모를 통해 선정된 11개 지역 문예회관을 순회하며, 장애예술의 저변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갈 전망이다.
한정된 무대를 벗어나 보편적인 감동을 전하고 있는 '젤리피쉬'가 향후 한국 공연예술 생태계에 어떤 지속적인 변화를 불러올지 기대가 모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