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성·승차감 대신 운전 감각”…요즘 SUV와 다른 지프만의 매력
[미디어펜=이용현 기자]최근 자동차 시장이 정숙성과 편의성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꾸준히 기계적인 주행 감각을 고수해온 SUV가 있다. 바로 지프다.

전동화와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이 보편화되면서 대부분의 차량이 비슷한 주행 감각을 구현하는 흐름 속에서도 지프는 여전히 오프로드 기반의 투박한 감성과 아날로그적인 운전 재미를 유지하고 있다.

   
▲ 랭글러 사하라 패덤블루 에디션 주행모습./사진=미디어펜 이용현 기자

이번에 시승한 랭글러 사하라 패덤블루 에디션 역시 그러한 방향성을 가장 진하게 담아낸 모델이었다.

지난 8~10일 강남과 경기 수도권 일대에서 충청권 산간 지역까지 공도·고속도로·산간도로 약 465km를 주행하며 랭글러 패덤블루 에디션을 경험했다. 느껴진 건 랭글러가 단순한 SUV라기보다 하나의 분위기와 문화에 가까운 차라는 점이었다. 

최근 SUV들이 정숙성과 효율, 승차감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면 랭글러는 여전히 운전자에게 노면과 바람, 엔진의 감각을 그대로 전달하는 방식에 가까웠다.

   
▲ 지프 랭글러 사하라 패덤블루 에디션 측면부./사진=미디어펜 이용현 기자

차를 처음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외관 색상이었다. 지난해 9월 랭글러 20대, 글래디에이터 10대 한정으로 공개된 패덤블루는 일반적인 네이비 계열과는 결이 달랐다.

햇빛 아래에서는 깊은 바다 같은 푸른빛이 살아나고 밤이나 그늘에서는 거의 블랙에 가까운 묵직한 색감으로 변한다. 이름 그대로 ‘깊고 고요한 바다’를 담아낸 컬러라는 표현이 꽤 잘 어울렸다.

   
▲ 전면부의 세븐슬롯 그릴./사진=미디어펜 이용현 기자

전면부에 적용된 지프 특유의 원형 LED 헤드램프와 세븐 슬롯 그릴 역시 존재감을 키운다. 세븐 슬롯 그릴은 ‘전 세계 7대륙 어디든 달릴 수 있다’는 의미를 담은 상징적인 디자인 요소로, 랭글러의 정체성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실제로 패덤블루 컬러와 랭글러 특유의 차체 디자인 조합은 도심에서도 존재감이 확실했으며, 일부 매니아층이 말하는 ‘집에서 짚(Jeep)으로’라는 표현 역시 이해됐다. 단순한 이동수단이라는 목적에 그치지 않고 일상에서 잠시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도구에 가까웠다.

문을 여닫는 순간부터도 일반 SUV와는 차이가 난다. 최근 SUV들처럼 가볍고 부드럽게 닫히는 방식이 아니다. 투박하게 ‘텅’ 소리를 내며 닫힌다. 그런데 이런 기계적인 감각이 오히려 랭글러 특유의 성격을 더 강하게 드러낸다. 운전자에게 계속 “지금 지프를 타고 있다”는 감각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 지프 랭글러 사하라 패덤블루 에디션 1열 내부./사진=미디어펜 이용현 기자


실내는 예상보다 현대적이었다. 랭글러 최초로 적용된 전동 시트와 12.3인치 디스플레이, 무선 애플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 오토 등 최신 편의사양도 갖췄다. 일상 주행에서 필요한 기능들은 대부분 반영됐다. 특히 전동 시트 적용은 기존 랭글러 대비 체감 변화가 확실했다.

운전석 시야도 인상적이었다. 높은 차체 덕분에 대부분의 차량을 내려다보는 느낌이 강했고, 수직에 가까운 보닛 형태 때문에 차체 끝이 명확하게 보였다. 최근 SUV들이 유선형 디자인을 강조하면서 차량 감각을 익히기 어려워진 것과는 반대였다.

또한 주행 중 자주 만날 수 있는 방지턱과 요철 구간의 경우 높은 차체와 단단한 서스펜션 특성 때문인지 일반 SUV들이 속도를 줄이며 조심스럽게 지나가는 구간에서도 부담 없이 통과했다.

오히려 브레이크를 밟으며 천천히 넘을 때보다 일정 속도를 유지한 채 지나갈 때 차체 움직임이 더 자연스럽고 안정적으로 느껴졌다. 차가 노면을 눌러 지나가는 감각이 강했고, 이 부분에서는 오프로드 기반 SUV 특유의 성격이 확실하게 드러났다.

파워트레인은 2.0리터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조합이다.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40.8kg·m를 발휘한다. 다운사이징 엔진이지만 2톤이 넘는 차체를 움직이기에는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 지프 랭글러 사하라 패덤블루 에디션 측면도어. 탈부착이 가능하다./사진=미디어펜 이용현 기자


다만 승차감은 솔직히 편한 차가 아니다. 랭글러는 미국 시장에서 산악지형과 험로를 배경으로 한 자유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지지만, 포장도로 중심의 국내 환경에서는 높은 차체와 단단한 서스펜션 특성상 승차감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오프로드 기반 SUV 특성상 노면 충격이 비교적 직접적으로 올라오는 편이다. 특히 시속 100km 이상에서는 각진 차체가 바람을 그대로 받아내는 동시에, 소프트탑 특유의 풍절음까지 더해지면서 실내는 상당히 시끄러워진다. 정숙성만 놓고 보면 최근 도심형 SUV들과 비교가 어려운 수준이다.

   
▲ 지프 랭글러 사하라 패덤블루 에디션 2열 내부./사진=미디어펜 이용현 기자


2열 역시 아쉬움은 있다. 레그룸 자체는 여유로운 편이지만 등받이 각도가 다소 서 있고 조절 기능이 없어 장거리 이동에서는 피로감이 느껴질 수 있다. 탈착식 루프와 도어 구조, 차체 강성을 우선한 설계 특성상 공간 활용성과 승차감에서 일부 타협이 들어간 모습이다. 패밀리 SUV 관점에서는 분명 단점으로 꼽힐 수 있는 부분이다.

연비는 약 9.9km/L를 기록했다. 공인 복합연비가 8km/L대 수준인 점과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 2톤이 넘는 공차중량을 감안하면 예상보다는 준수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랭글러의 핵심은 결국 개방감에 있다. 패덤블루 에디션에 적용된 소프트탑을 여는 순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일반 SUV의 선루프와는 느낌 자체가 다르다. 주행 중에도 한 손으로 간편하게 여닫을 수 있는 소프트탑의 경우 단순히 지붕 일부가 열리는 수준이 아니라 하늘과 외부 공기가 그대로 차 안으로 들어오는 감각에 가깝다.

   
▲ 2열에서 바라본 소프트탑 개방 전경./사진=미디어펜 이용현 기자

실제 충청권 산간 도로를 달릴 때는 바람 냄새와 주변 풍경이 그대로 실내로 들어왔다. 음악을 크게 틀지 않아도 엔진 소리와 바람 소리만으로 충분했다. 최근 자동차들이 지나치게 정숙성과 편안함 중심으로 변해가는 흐름 속에서 랭글러는 오히려 운전 자체의 감각을 더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 랭글러 사하라 모델의 적재공간./사진=미디어펜 이용현 기자

랭글러는 분명 패밀리카로는 비효율적인 SUV다. 승차감과 정숙성, 공간 활용성만 놓고 보면 최근 도심형 SUV들보다 부족한 부분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 대신 최근 자동차 시장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는 기계적인 운전 감각과 개방감, 오프로드 기반 특유의 분위기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약 465km의 시승을 마친 뒤에도 가장 강하게 남은 것 역시 수치나 성능보다 차량이 만들어내는 분위기였다. 피로감은 분명 있었지만 동시에 다시 한번 더 운전대를 잡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패덤블루 에디션은 그런 랭글러 특유의 감성을 가장 짙게 드러낸 모델이었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