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현대차 등 지나친 성과급 요구 움직임
6월 임단협 본격화되면 산업계 전반 요구 확산 우려
글로벌 경쟁력 유지하려면 지나친 요구는 자제해야
반도체 산업 등 AI 관련 국내 일부 기업들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노조의 지나친 요구에 시달리며 거대한 파고에 직면했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우리나라 경제의 기둥 역할을 하는 기업들의 노조가 사상 최대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하면서 노조 리스크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노조의 요구가 과거 고용 안정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노조 인력의 은퇴 시기와 맞물려 한탕주의에 가까운 보상 심리가 강해졌다. 이에 미디어펜은 국내 주요 기업의 노사 협상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노사 상생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박준모 기자]국내 주요 기업들의 노조가 대규모 성과급을 요구하면서 산업계 부담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업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성과급 지급 요구가 잇따르면서 비용 부담 확대는 물론 투자 위축으로 인한 미래 경쟁력도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 국내 주요 기업들의 노조가 대규모 성과급을 요구하면서 산업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진은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가 투쟁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제공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부터 12일까지 이틀 간 사후조정 절차에 따른 협상을 재개했다. 사후조정은 조정기간 내에도 조정이 성립하지 않은 경우 노동쟁의 해결을 위해 협상을 다시 진행하는 절차다. 삼성전자 노조가 21일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하자 정부가 중재에 나서면서 노사 간 추가 협상이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사후조정에도 협상 타결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양측이 성과급 규모와 지급 기준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승호 삼성전자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사후조정 회의에 참석하기 전 “성과급 상한 폐지, 제도화를 계속 말하고 있다”며 “회사가 제도화에 대해 입장이 없으면 조정이 안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노사 간 이견이 발생하고 있는 배경에는 노조의 높은 수준의 성과급 요구가 자리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 측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 예상 영업이익은 300조 원인데, 이를 적용하면 성과급으로만 40조 원 이상이 지출되는 셈이다. 특히 반도체 부문 임직원 1인당 약 6억 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사측에서는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며 업계 최고 수준의 보상을 약속했다. 국내에서 업계 1위 수준의 성과를 내면 특별 포상까지 하겠다고 밝히면서 노조와의 이견 조율에 나섰다. 하지만 노조는 영업이익의 15% 성과급에서 물러서지 않으면서 입장 차는 여전히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노조의 지나친 요구는 삼성전자뿐만 아니다. 현대자동차 노사도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에 돌입했는데 역시 높은 수준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안에 담았다. 현대차 노사의 요구안에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과 전년도 순이익의 30% 수준 성과급 지급, 상여금 750%에서 800%로 인상 등이 포함됐다. 

현대차의 지난해 기준 순이익은 10조3648억 원이다. 노조의 요구대로라면 3조 원 이상을 성과급으로 지급해야 한다. 또 기존 조합원을 넘어 협력업체에도 성과급 지급을 확대해 달라는 요구까지 나오면서, 사측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재계 내 한 관계자는 "정부가 지방 선거를 앞두고 국민적 공분을 쌓고 있는 노조 편을 들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렇다고 노조를 나무라면 자신들이 만든 노란봉투법을 부정하는 결과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사회적 공감대 형성 실패…국민 피로감도 누적

노조의 지나친 요구는 사회적 피로감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배송기사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지난달 7일부터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등을 상대로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이로 인한 피해는 편의점주와 국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됐다. 

편의점주는 상품 공급 차질로 인해 정상적인 매장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매출 감소로 이어졌고, 국민은 일상적인 소비 활동에서도 불편을 겪으며 노조의 단체 행동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화물연대는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편의점 물류가 정상화됐다. 하지만 국민에게 불편을 초래하면서 노조의 파업은 사회적 공감을 얻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기업 노조의 성과급 요구 역시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미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과 처우를 받으면서도 추가로 성과급 지금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가 경제는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들의 배 채우기에만 급급하다는 ‘집단 이기주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수억 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당연한 권리처럼 요구하며 파업을 불사하는 모습은 국민에게 피로감을 안겨주는 것은 물론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으로도 지목되고 있다. 특히 노조는 '일하는 사람'에게 일을 못하도록 방해를 하고 협박하는 등 피해를 주고 있다는 점에서 타인의 권리마저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사회적 공감대를 잃은 노조의 과도한 요구는 결국 노조를 고립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이제는 집단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국가 경제와 공동체를 먼저 고려하는 자세도 필요하다”라고 언급했다. 

◆노조 요구 확산 불안감…“기업 미래도 고려해야”

문제는 이 같은 대기업 노조의 고강도 요구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곳곳에서 높은 성과급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사측과 성과급을 놓고 이견이 발생하면서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서를 냈다. 노조가 제시한 성과급 규모는 영업이익의 13~15%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도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파업에 들어가면서 높은 성과급을 요구했다. 노조 측은 임금 인상률 14.3%에 영업이익 20%에 해당하는 성과급 지급과 상한선 폐지 등을 주장하고 있다. 또 LG유플러스 노조도 임단협에서 성과급으로 영업이익의 30%를 지급해달라고 했다. 

임단협이 본격화되는 6월부터는 더 많은 노조가 성과급 요구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특히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대표 기업들의 협상 결과가 다른 업종 노조의 기준점처럼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산업계 전반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계 내에서는 노조가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의 특정 비율을 고정적으로 요구하는 방식은 경영의 유연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력도 약화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반도체, 자동차 등 국내 핵심 산업에서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노조의 요구대로라면 미래 투자 재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노사 갈등을 해결하는 데에 역량이 소모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재계는 노조가 성과급 확대 요구에만 집중하기보다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미래 투자 여력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현재 노조의 요구를 보면 기업의 지불 능력을 벗어난 수준”이라며 “글로벌 경쟁사들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경쟁력을 높여가는 사이 국내 기업들은 노사 갈등과 인건비 부담으로 뒤처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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