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에 LCC 운항 900편 감축…비상경영 체제 확산
무급휴직·무료 수하물 축소까지…수익성 방어 총력전
고유가·고환율 장기화 우려…"2분기 적자 가능성 커져"
[미디어펜=김연지 기자]국제유가와 항공유 가격 상승, 고환율 여파가 겹치면서 항공업계 전반에 비상등이 켜졌다. 특히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온 LCC(저비용항공사)들은 수익성 악화 직격탄을 맞으며 감편과 무급휴직, 서비스 축소 등 긴축 경영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들은 최근 수익성이 낮은 노선을 중심으로 운항편 조정에 나섰다. 최근 두 달간 국내 LCC들이 감축한 국제선 운항편은 왕복 기준 약 900편 수준으로 집계됐다.

   
▲ 인천국제공항 제1출국장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항공사들의 비용 부담은 치솟는 항공유 가격에서 시작됐다. 항공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항공유 가격은 지난 3월 중순부터 한 달간 갤런당 평균 511.21센트(배럴당 214.71달러)를 기록했다. 두 달 전과 비교하면 약 150.1% 급등한 수준이다. 중동 지역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공급 불안 우려가 겹치면서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진 데다 원·달러 환율 상승까지 이어지며 항공사들의 비용 부담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수익성 방어를 위한 항공사들의 고육책은 감편과 인건비 절감 조치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 1위인 제주항공은 5~6월 두 달간 베트남, 태국, 싱가포르 등 주요 노선의 운항 횟수를 주 7회에서 3~4회로 축소하거나 일부 노선의 운항을 일시 중단하며 총 187편을 줄였다.

진에어는 이달까지 176편을 감편했다. 지난 달 괌 등 8개 노선에서 45편을, 이달에는 베트남 등 14개 노선에서 131편을 감편했다. 에어부산(212편), 이스타항공(150편), 에어서울(51편) 등도 감편 대열에 합류했다. 티웨이항공은 35편, 에어프레미아는 73편 규모의 운항을 줄였다. 6월 운항 계획이 최종 확정되면 감편 규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FSC(대형 항공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7월까지 프놈펜·이스탄불 등 일부 국제선 노선에서 총 27편 감편을 결정했다. 대한항공은 아직 감편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비상경영 체제 아래 시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점검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건비 절감을 위한 조치도 본격화됐다. 제주항공은 최근 객실 승무원 희망자를 대상으로 6월 한 달간 무급휴직을 실시하기로 했고, 티웨이항공도 최근 두 달간 무급휴직을 시행했다. 에어로케이 역시 무급휴직 제도를 운영 중이다. 진에어는 직원 대상 안전격려금 지급을 연기했다.

수익성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부가수익 확보 전략도 강화되는 추세다. 티웨이항공은 오는 10월부터 호주, 몽골 등 주요 노선의 무료 수하물 허용 무게를 축소해 추가 수하물 요금 수익 확대를 꾀하고 있다. 항공권 가격 인상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수하물, 좌석 지정, 기내식 판매 등 부가 서비스 매출 비중을 높여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항공업계에서도 위기감은 감지된다. 최근 미국 스피릿항공은 유동성 위기 속에서 파산 보호 신청을 거듭하다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창립 34년 만에 영업을 종료했다. 특히 중동 전쟁 여파로 항공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경영 상황이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악화한 것이 결정적 원인이 됐다.

업계에서는 고유가와 고금리, 여행 수요 둔화가 동시에 겹치면서 재무 여력이 약한 항공사들을 중심으로 구조조정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중동 지역 긴장 고조에 따른 유가 상승 영향이 본격 반영되는 2분기부터 항공업계 실적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는 항공유와 환율 영향을 동시에 크게 받는 대표적인 업종인 만큼 최근처럼 변동성이 커질 경우 수익성 방어가 쉽지 않다"며 "당분간은 노선 효율화와 비용 절감, 부가수익 확대 중심의 긴축 경영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