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영화제 초청된 적 한 번도 없어, 나홍진 감독 '호프'로 칸에 첫 발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 조인성이 마침내 칸의 붉은 카펫을 밟는다. 

데뷔 이후 압도적인 인지도와 연기력을 쌓아온 조인성이지만, 세계 3대 영화제(칸·베를린·베네치아)와는 유독 인연이 닿지 않았다. 그런 그가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HOPE)를 통해 생애 첫 칸 국제영화제 진출을, 그것도 최고 영예를 다투는 경쟁 부문의 주인공으로 전 세계 매체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오는 5월 17일(현지 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리는 ‘호프’의 월드 프리미어는 조인성 배우 인생의 중대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그간 조인성은 ‘비열한 거리’, ‘쌍화점’, ‘모가디슈’ 등을 거치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해왔으나, 국내외 시상식의 화려한 수상 경력에 비해 해외 주요 영화제 레드카펫과는 거리가 있었다. 이번 ‘호프’의 칸 입성은 그간의 아쉬움을 단번에 씻어낼 만큼 강력한 한 방이다.

   
▲ 영화 '호프'로 생애 첫 칸 국제영화제 레드 카펫을 밟는 조인성.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조인성을 칸으로 이끈 나홍진 감독은 이미 칸이 사랑하는 감독 중 한 명이다. 2008년 ‘추격자’(미드나잇 스크리닝)를 시작으로, 2010년 ‘황해’(주목할 만한 시선), 그리고 2016년 ‘곡성’(비경쟁 부문)까지 선보이는 작품마다 칸의 초청을 받았으나,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겨루는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이번 ‘호프’가 처음이다. 

‘곡성’ 이후 10년이라는 긴 침묵을 깨고 돌아온 나 감독이 자신의 첫 칸 경쟁 부문 진출작의 얼굴로 조인성을 선택했다는 점은, 배우 조인성의 연기 깊이에 대한 감독의 강한 신뢰를 보여준다.

영화 ‘호프’는 고립된 항구마을 호포구에 정체불명의 외계 존재가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SF 스릴러. 외계 존재의 습격이라는 장르 설정 위에 나홍진 감독 특유의 압도적인 긴장감과 미학이 더해진 것으로 알려져 국제 비평계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특히 조인성은 황정민과 정호연은 물론, 할리우드 스타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등과 함께 글로벌 연기 앙상블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칸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계가 내심 기대를 거는 또 하나의 요소는 바로 ‘심사위원 구성’이다. 

올해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은 한국 영화의 거장 박찬욱 감독이 맡고 있다. 물론 칸의 심사 과정은 엄격하고 공정하며, 심사위원장의 개인적 취향이 결과를 좌우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국 영화의 미학적 성취를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는 박 감독이 심사위원단을 이끈다는 점은, 나홍진 감독의 독창적인 스타일과 배우들의 열연이 심사위원들에게 보다 밀도 있게 전달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어드밴티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조인성은 이번 칸 진출을 통해 국내용 톱스타를 넘어 글로벌 액터로서의 입지를 굳힐 기회를 잡았다. 생애 첫 세계 3대 영화제 입성이 단순한 참석에 그칠지, 아니면 ‘황금종려상’이나 ‘남우주연상’이라는 기념비적인 트로피로 이어질지 전 세계의 눈과 귀가 칸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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